참고로 이 순위는 극장 개봉, 영화제, dvd를 포함한 모든 관람 형태를 총망라한 순위임을 밝힙니다.

 

1위. 알제리 전투 - 질로 폰테코르보: 개인적으로 올해 2009년에 본 모든 외화 중 나의 최고 작품 1위는 이름도 발음하기 힘든 이탈리아 감독 질로 폰테코르보의 역작인 알제리 전투다. 이 작품은 1954년부터 1962년까지 9년간 프랑스 식민통치에 대항한 알제리민족해방전선(FNL)의 무장 독립투쟁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프랑스군의 정치적 폭력행위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구성한 영화로서 이미 오래 전부터 혁명적인 영화의 교과서로 불리는 걸작이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알제리란 나라는 관심권 밖에서 전전하는 그런 나라였기에 이 작품이 국내에 개봉할거란 예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뜬금없이 올해, 그것도 반민주주의 정치로 한국 사회를 급격히 극우 파시즘 국가로 만들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기습적으로 이 작품이 개봉하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를 회고할 때 가장 굉장히 당혹스럽지만 또 그만큼 엄청 반가운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알제리 전투의 국내 개봉이었다. 어쨌든 각설하고 작품은 그 명성 그대로 실로 대단한 혁명적 열기로 가득 찬 정말 멋진 작품이었다. 더욱이 대한민국 또한 알제리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역사라는 아픈 과거를 공유하고 있었기에 그 혁명적 열기가 더 가슴에 와 닿았다.

2위. 더 클래스 - 로랑 캉테: 과연 교육이란 무엇일까? 프랑스를 대표하는 신성 중 가장 선두권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엄연한 거장으로 대접받고 있는 로랑 캉테의 2008년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자 그의 새로운 걸작인 더 클래스가 내가 불쑥 던지 질문이다. 솔직히 나는 학교에 다닐 때나 학교에 졸업한 지금이나 영화를 통해 교육이란 무엇일까, 라는 화두와 마주한 적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피했다. 왜냐하면 나에게 교육은 싫어도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아주 지긋지긋한 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나 극우 반동 세력인 이명박과 그 똘마니들이 정권을 잡고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역사를 완전히 날조하고 훼손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목격하는 순간 나는 과연 앞으로 자랄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이 작품은 프랑스 사회가 쳐한 교육 문제를 아주 솔직한 방식으로 서술하며 나에게 향후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단추를 제공해줬다.

3위. 헝거 - 스티브 맥퀸: 과연 신념이 목숨을 끊을 정도로 소중한 것일까? 과거 일본 식민지 통치를 반대하며 분연히 일어난 독립투사와 애국자들, 그리고 이름 없이 사라진 수많은 민초들은 과연 죽음의 공포를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가깝게는 군부 독재에 대항하여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운동권 사람들은 그 폭압적 광기를 어떤 힘으로 견딜 수 있었을까. 정녕 조국의 해방, 조국의 민주화라는 신념이 그들을 지켜준 것일까. 그리고 1981년 메이즈 교도소를 배경으로 정치범으로서의 대우를 위해 단식 투쟁을 벌이다 사망한 IRA 소속 보비 샌즈의 실제 옥중 투쟁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신념이 어떻게 한 인간을 극한의 선택에 까지 몰고 가는지를 아주 냉철한 방식으로 서술하며 나의 그런 짧은 생각에 강펀치 후려쳤다. 봐라! 이것을 봐라! 여기에 그 답에 있다며 말이다. 덕분에 나는 올해 나를 가장 흥분 시킨 압도적인 걸작과 마주하는 영광을 얻게 됐다.

추신: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굉장히 놀란 것 중에 하나가 굉장히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극적인 소재가 주는 감정적 동일시(분노, 슬픔과 같은)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것이다. 조국의 독립에 자기 한 몸을 바친 젊은이들의 목숨을 건 투쟁을 다루면서 이렇게 차갑고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풀어내다니.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기본적인 신파적 요소를 시작해 온갖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들로 범벅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4위. 퍼블릭 에너미 - 마이클 만: 올해의 걸작 중에 한 편이자 또한 동시에 올해 가장 과소평가된 작품 중에 한 편이라고 말하고 싶은 굉장히 불운한 작품. 개인적으로 마이클 만 광빠 중에 한 명으로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의는 상상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이 작품에 애착이 강하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이 그동안 마이클 만 감독의 디지털 실험에 대한 어떤 한 극점을 보여준 점과 그동안 자신이 구축한 남성적 이야기를 스스로 허물면서 자아 반영적 색채를 보여준 점이 상당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특히 만 감독이 자신이 벌인 일련의 디지털 실험을 거쳐 드디어 이 작품에서 단순히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할 신기술의 의미를 넘어 인간의 피와 살, 그리고 그 피와 살을 가지고 세계를 활보하는 인간들의 영역인 시공간이라는 역사에 근접 밀착하여 기어이 그 시대의 공기와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들의 육체를 포착하는데 성공한다. 그 지점에서 디지털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어 그 자체가 현실인 몰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5위. 예언자 - 자끄 오디아드: 한 무명의 젊은이가 거대 조직의 두목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고전 갱스터 영화의 우아한 전통을 그 배면에 깔고 성장 영화의 아기자기함을 성공적으로 풀어내는 꽤나 영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갱스터 영화가 주는 흥분과 충격은 물론이고 성장 영화가 주는 뭉클함(?)까지 모두 선사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로 충만해 있다. 한마디로 프랑스 상업 영화의 가능성과 재미를 모두 선사한 정말 멋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6위. 크리스마스 이야기 - 아르노 데스플레생: 프랑스 특유의 예술지향적인 영화 세계를 가장 충실하게 구현하는 거장 아르노 데스플레생의 새로운 걸작으로 평가 받는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반목과 화해라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굉장히 유쾌하게 풀어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한번쯤 숙고하는데 성공한다. 어린 나이에 죽은 큰 아들, 남동생과 끊임없이 불화하는 둘째 딸, 온갖 말썽을 피우며 집 안의 골칫덩이가 된 셋째 아들,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으로 가족들을 중재하는 넷째 아들, 그리고 그들을 낳고 기르며 지금까지에 이른 노부부. 평범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또 그렇게 평범하지 않은 그들 가족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궁금하신가. 그럼 무조건 관람하시기를 적극 추천한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연금술에 가까운 능란한 연출로 풀어낸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할 준비를 하면서 말이다.

7위. 아잔 - 라바 아뫼르-자이메쉬: 이 작품의 이야기는 이렇다. 한 사업장이 있고 그 사업장의 사장은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이 무슬림이라는 점을 이용해 건물 하나를 임대해 모스크를 만들어줘 향후 있을 임금 문제와 계급 갈등을 미연에 방지한다. 하지만 몇몇 노동자들은 그런 사장의 처사에 불만을 품고 자신만의 모스크와 계급투쟁을 선포한다. 이렇듯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정확하게는 무슬림 노동자들의 노동 투쟁을 다룬 이 작품은 종래의 노동 영화와는 달리 무슬림들의 정신적 구심점인 그들의 종교 이슬람교를 아주 교묘하게 배치함으로서 현대 프랑스에 놓인 인종 갈등과 계급 갈등의 충돌시킨다. 과연 종교가 더 중요할까, 아니면 계급이 더 중요할까. 대부분의 무슬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위한 모스크를 만들어준 사장에게 손을 들어주고 일부 노동자들은 그것은 자신들의 불만을 억제하려는 사장의 간교한 계략이라며 반발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본가의 능란한 술책과 거기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의 행동은 힘들기만 하다.

8위. 마터스 - 파스칼 로지에: 충격이다. 엄청난 충격이다. 가히 메가톤급 충격이다. 단순히 올해 최고의 충격을 넘어 영화 역사상에 남을 충격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이 주는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유의 소름끼치도록 불쾌한 충격을 선사한 작품은 같은 국적의 또 한 편의 메가톤급 충격을 자랑하는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줄리엔 마우리 공동 감독작인 인사이드 이외에 달리 없었다. 종교적 광신이 불러오는 최대치의 공포와 불편함을 선사한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영화 관람의 어떤 한 극점을 나에게 선사했다는 점에서 꽤나 중요한 작품 중에 한 편임에 틀림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공포 영화를 넘어 2000년대 최고의 공포영화이자 가장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9위. 도쿄소나타 - 구로사와 기요시: 일본 공포 영화의 절대 강자인 구로사와 기요시의 의외의 가족 드라마이자 그의 새로운 걸작. 아니 어쩌면 기요시 생애 가장 중요한 걸작일 수도 있는 작품. 일본의 한 가족의 붕괴를 통해 현대 일본 사회의 부조리를 아주 서늘한 방식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어쩌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더 이상 희망은 없는 것일까 하는 근본적인 회의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목도하는 대한민국의 한 관객이 나는 그런 일본보다도 더 못 한 사회적 구조로 붕괴 일로에 처한 나의 조국의 미래에 아찔함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더 이상 없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희망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닌지 하는 서늘한 공포 말이다.

10위. 24 시티 - 지아 장커: 이제는 중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인 지아 장커의 독보적인 실험 작. 다큐멘터리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에 대해서 지적으로 탐구한 이 작품이 나의 올해 외국 영화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한 수작임에 틀림이 없음을 끝으로 글을 마치겠다.

추신: 올해 나의 외국 영화 경향은 한마디로 프랑스 영화의 절대 강세라는 것이다. 최고 영화 순위 10권내에 무려 5편이 프랑스 영화이고 1위를 한 알제리 전투는 프랑스 제국주의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2009년은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발견을 넘어 나의 프랑스 영화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하고 강렬한지를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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