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영화 베스트 10

2011.12.19 22:49

CZSUNOUS MAN 조회 수:19073 추천:1




올해  관람한 2011년 개봉 한국영화는 40편이 조금 안된다. 이해할 수 없는 과정으로 정식 개봉하기 힘든 상황으로 귀결되어버린 <아리랑>이나 영화제를 통해 관람한 몇몇 한국영화들은 리스트 고려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011년 개봉영화라는 기준은 2010년 12월 마지막주 개봉작부터 2011년 현시점까지 개봉된 영화들로 국한지었다.

 

 

 

 

10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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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느와르 CAFENOIR / 정성일

 

리스트에 오른 작품이긴 하지만, 나를 매료시키기에는 아직 거리감을 두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정성일 감독이 영화속에 심어놓은 미술, 문학, 영화 등의 갖가지 흔적이 정성일의 화법으로서 풀어져가는 모습이 그 거리감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등지고 싶은 거리감은 아니며, 그 간격은 필자가 쌓아야할 교양, 그리고 좀 더 지켜보아야할 정성일 감독의 연출에 대한 감독 스스로의 고민이 메워가야할 숙제로서 보고 있다. 게다가 데뷔작 부터 한국영화사상 가장 긴 영화중의 하나가 되는 모험을 포기하지 않고 밀어부친 감독 정성일의 굳은 의지만큼은 확실하게 지지하고 싶다. 

 

 

 

 

 

 

9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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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Bleak Night / 윤성현

 

영화를 즐겨보는 블로거들 사이에서 <파수꾼>2만명의 관객동원 숫자보다 훨씬 더 높은 인기를 누리며 화제를 뿌렸던 작품이다. 남자 고교생 3명을 전면에 내세운 국산영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 통상적으로 몸의 대화가 난무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을 하게 된다. <파수꾼>은 이를 넘어 남학생들의 내밀한 감정에 주목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배우들에게서 뽑아냈다. 시도의 참신함에 효과적인 화법과 표현까지 겸비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의 그 이외의 것을 본격적으로 다룰 시작점이 될 것이다.

 

 

 

 

 

 

8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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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일기 The Journals of MUSAN / 박정범

 

<무산일기>는 국내의 지지보다 해외에서 이어지는 수상 릴레이로 더욱 주목 받았던 독립영화다. 해외에서 그의 영화에 관심을 보인 것은 분단의 터전이라는 여건아래 정착부터 계급의 밑바닥으로 낙인 찍히는 사회의 구조와 인식, 자본주의 한국의 문제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려 노력했음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의 허상 앞에 좌절하고 그 현실을 수용하며 변해가야만 하는 승철의 모습을 쫓아가면서 관객들은 이 땅의 모순들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냉정한 영화들 앞에서도 점점 무감각 해지는 관객이 되는 것은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된다.

 

 

 

 

 

 

7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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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ELBOW ROOM / 함경록

 

의사소통은 언어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온갖 몸짓과 얼굴표정, 찡그림은 물론이거니와 각자의 입장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 주목되는 것은 <도가니>처럼 성추행, 성폭행과 같은 문제를 까발리기 때문이 아니다(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문제, 일반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한계, 그리고 그것에 답답해하며 힘겹게 숨쉬고 버티는 장애인들의 입장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숨>처럼 장애인들의 시선과 입장에선 카메라의 시선과 앵글로 담아내려한 장애인 영화는 그간 없었다. 그저 감동과 결론에 이르기 위한 과정에서 보는 장애인들의 극복만이 담겨있던 영화들 가운데에서 그들이 겪는 일상의 답답함을 전면에 내세워 표현한 이 영화는 그래서 중요하다.

 

 

 

 

 

 

 

 

6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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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The Colar of Pain / 이강현

 

<보라>의 카피 누구에게나 삶은 안간힘이다의 카피는 그간 보아온 영화들의 한국영화 포스터의 카피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인상적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너무나도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카피를 영화로 풀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 풀어내면 공허한 외침으로 그칠 수 있을 카피는 현장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를 시작으로 농촌 주민, 서버 관리자 등의 각종 업계와 계층을 넘나들며 성취해간다. 몇몇 인터뷰를 제외하면 사실상 쇼트화 시킨 노동과 검진풍경 등이 서로 맞물리면서 영화는 어느덧 개별작업장이나 개개인들에 대한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인 현대의 거대한 노동메커니즘과 병폐에 직면한다.

 

 

 

 

 

 

 

5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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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끝 END OF ANIMAL / 조성희

 

겨울 무렵, 추수가 끝난 논밭과 잎이 다떨어진 나무들만이 가득한 산이 펼쳐진 풍경은 고속도로 주변에 내리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짐승의 끝>은 이곳을 한국판 묵시록이 이뤄질 땅으로 탈바꿈시켰다. 심판의 땅에서 임산부, 외톨이 소년, 차를 끌고 온 어느 젊은 연인, 마을 주민들이 겪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괴기스런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 영화는 그야말로 스산한 상상력이 십분 발휘된 영화다. 더욱이 이 영화는 관객과 인물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은 막대한 예산놀음으로 이루는 것이 아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박해일이 연기한 야구모자는 근래 한국영화에서 본 캐릭터 중에 가장 기이하고 섬뜩한 면모를 보이는 미친 존재감의 캐릭터이다. 올해 관람한 한국영화 중에서 긴장과 공포사이의 줄타기를 가장 잘 보여준 영화. 

 

 

 

 

 

 

 

4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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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 삼부작 TOWN Trilogy

(MOZART TOWN, ANIMAL TOWN, DANCE TOWN) / 전규환

 

많은 이들이 개봉 독립영화들 가운데에서 올해의 발견이라면 <파수꾼>을 가장 많이 언급할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발견되어야 할 것은 단연 전규환 감독의 타운 삼부작이다. 처음부터 삼부작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지만 <모차르트 타운>,<애니멀 타운>,<댄스 타운>은 분명 잿빛으로 얼룩진 현대 도시의 자화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의 삶이 겉도는 도시, 관심과 유대가 말라버린 도시, 부적응자들의 실패가 방치되는 도시 안에서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타운 삼부작은 어줍잖은 위로나 억지스런 미담대신 도시가 숨기고 싶은 아픔의 실체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려 한다. 그렇기에 전규환이 묘사한 타운들은 결코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없는 풍경들만이 가득하지만, 결코 외면해선 안될 풍경이기도 하다.

 

 

 

 

 

 

 

3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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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춤 ; 기무 THE STRANGE DANCE / 박동현

 

검색 사이트에 개봉일은 명시되어있지만 고작 20명도 관람하지 않은 극소규모 개봉작인 이 영화를 높은 순위에 올려놓은 것은 대한민국이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재개발 문제와 연계하면서 기막히게 집어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개발 및 뉴타운 사업부터 영화의 전당 및 시네마테크 부산 구건물 철거 문제에 이르기 까지 <기무>는 모두 관통하고 있다. 가시적인 과시욕에 사로잡힌 채 왜곡되어버린 재개발 사업은 필요에 의한 공간창출과 보존이 아니라 과시를 위한 끊임없는 파괴와 신축이 난무하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시간과 역사는 단지 종이에만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면, 대한민국은 현대인들의 과거를 증명할 수 없는 유령공간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기무>를 보고 극장을 나와 마주치는 골목이나 거리들의 풍경이 영화 속의 유령공간과 겹쳐질 때, 관객 역시도 잊혀지는 유령이 될지 모를 위기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이 영화가 궁금하다면 '인디플러그(INDIEPLUG)'사이트에서 다운로드 하면된다. 물론 유료다운로드다.

 

 

 

 

 

 

 

2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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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DOOMAN RIVER / 장률

 

장률 영화의 장면들은 매우 간결하다. 등장인물들이 사는 공간이 그만큼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 그렇기에 오히려 공간에 대한 몰입에는 도움이 된다. <두만강>의 연변은 눈으로 뒤덮인 작은 마을, , 들판, 그리고 자비 없이 꽁꽁 얼어버린 두만강뿐이다. 꽁꽁 얼어버린 두만강만큼이나 얼어버린 경계 주변 사람들간의 관계, 목숨건 탈주 과정에서 쓰러져가는 탈북자들의 모습으로 두만강변은 더욱 싸늘해 보이기만 한다. 재중동포 감독으로서 장률은 <두만강>을 통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경계를 극복하기 위한 침묵과 고요의 미학, 간결함 속의 강한 소망을 풀어내고 있다. 차디찬 들판에 무심하게 죽어버린 북한소년, 강 건너 가족을 보고 싶은 치매노인, 북한소년들과 축구시합을 하는 창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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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 홍상수

 

<> 2010년의 결산의 상위권을 대부분 장악했지만, <하하하> <옥희의 영화>의 홍상수는 역시 막강한 원투펀치를 날리며 각종 매체와 비평가, 영화광들의 찬사를 받았다(물론 그에 대한 호불호는 계속된다). 그리고 2011 <북촌방향>은 더욱 짧아진, 그러나 더욱 뜨거운 이슈로서 평단과 영화광, 부분적이지만 홍상수에 거부감을 보였던 일반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북촌방향>은 그야말로 볼때마다 다른 매력, 주안점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즐길 수 있는 입체적 매력이 그 어떤 영화보다 강한 작품이다. 성준을 중심에 두고 보는 한겨울의 일상풍경으로 보건, 혹은 선후구조를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반복 및 변주와 내레이션을 보건 관객은 진정으로 보고 또 보는 영화의 맛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여느 일상처럼 보이는 화면, 그러나 그것이 한데 모여서 구조를 이룰 때 앞뒤를 구분할 수 없는 꿈으로 바뀌는 것은 영화이기에 가능하며, 영화는 바로 그런 맛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북촌방향>은 영화를 영화답게, 영화로운 매력을 아는 영화이기에 2011년의 정상자리에 올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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