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Blue's 2011한국영화 베스트 Top 15

2012.01.31 20:20

靑 Blue 조회 수:11719

 

1-북촌방향(Director:홍상수 Cast: 유준상, 김상중, 송선미, 김보경, 김의성)

홍상수의 영화는 언제나 자유롭습니다. 특히 겨울영화는 자유로움과 독특한 홍상수만의 형식이 융합되어 있어, 언제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영화적인 순간을 맞이하는 굉장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북촌방향>은 그런 홍상수의 겨울영화중 가장 극점에 도달한 경지의 영화입니다. <북촌방향>에는 앞에서 말한 더없이 영화적인 순간이 담겨있고, 그래서 더없이 시네마틱한, 보기 드문 진귀한 걸작영화입니다.

 

2-(D:함경록 C:신연숙, 홍석연, 이원섭, 박지원)

한국에서 작가영화를 찍기란 너무나도 힘든 것이 현실이고, 이런 현실은 작가감독들의 고갈과 작가주의영화들의 품질저하를 가져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나온 함경록감독의 <>은 매우 뜻깊은 영화일 것입니다. <>은 장애여성을 섹슈얼리티와 행위의 주체로 놓는, 매우 올바르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과감한 시도와 일관된 촬영으로 만드는 이미지의미와 자신만의 연출로 만든 귀한 한국 작가주의영화의 정점 중 하나입니다.

 

3-보라(D:이강현)

다큐멘터리는 진실의 장르기 때문에 가장 객관적인 장르로 보이지만, 그렇게 때문에 가장 주관적인 장르이기도 합니다. <보라><경계도시>만큼이나 중요한 독립다큐입니다. 사유-고찰과 고발-관찰을 동시에 해내는 다큐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안간힘이다란 인간 본연의 고찰의 명제를 이렇게나 치열하게 다룬 다큐도 드물뿐더러, 보라빛의 살아있는 이미지의 힘은 가의 압도적입니다.

 

4-타운 3부작<모차르트 타운><애니멀 타운><댄스타운>(D:전규환 C:오성태, 주유랑, 한재상)

전규환의 타운 삼부작은 한국영화에 한 획을 그은 올해의 발견입니다. 병폐로 찌든 서울의 모습은 <모차르트 타운>-<애니멀 타운>-<댄스 타운>으로 기면 갈수록 서정은 사라지고 냉혹한 현실만이 스크린 위에 펼쳐집니다. 이렇게 삼부작에 흐르는 내적서사는 영화특유의 서늘함 속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엄격한 리얼리즘을 구사합니다. 이런 엄격한 리얼리즘 감독을 만나기 힘든 한국에서 타운삼부작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의미가 상당합니다.

 

5-무산일기(D:박정범 C: 박정범, 진용욱, 강은진)

외적으로는 탈북자(새터민)의 일상과 고통을 바라보는 영화이지만, 사실 탈북자는 한국의 모든 노동자를 뜻하는 상징입니다. 그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를 꾸밈없이 표현하는 <무산일기>는 한국사회의 계급구조를 관통하며 모순으로 가득 찬 서울의 거리를 고발합니다. 이런 차가운 고발이 성공적이었을 수 있던 것은 박정범감독의 현실감을 향한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 작가가 가져야할 올바른 자세입니다.

 

6-두만강(D:장률 C: 추이젠, 윤란, 이경림)

장률의 영화는 언제나 간결합니다. 이런 자세는 <두만강>에서도 이어져 차가운 면도칼처럼 관객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들고, 각각의 공간이 주는 아우라를 극대화 시켜줍니다. 심지어 치매노인의 환상 안에 있을 라스트 씬에서 조차 차갑게 느껴지며, 공간-캐릭터라는 패러다임을 십분 활용합니다. 이런 공간에 대한 그의 집념은 <두만강>에서 정점을 찍으며, 꽁꽁언 두만강의 이미지를 관객의 가슴속에 선명히 새겨놓습니다.

 

7-만추(D: 김태용 C:현빈, 탕웨이)

현빈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만추>의 현빈 연기는 올해 최악의 연기였습니다!) 김태용감독의 <만추>는 안개라는 거대한 주인공을 맴도는 멜로드라마입니다. 탕웨이의 쓸쓸한 표정과 시애틀의 안개는 극적인 시너지를 발산하며 월 메이드 멜로를 만듭니다. 연출조차 자연스러워서 판타지성이 짙은 갑작스런 뮤지컬 씬에서도 그 분위기를 유지하는 수작입니다. 멜로드라마가 고갈되고 있는 한국의 영화판을 생각한다면, 귀한 영화였습니다.

 

8-파수꾼(D:윤성현 C: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조성하)

내러티브의 황무지인 한국에서 잘 구성된 복합내러티브를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파수꾼>은 그 가치가 인정되는 영화입니다. 특히 나선형으로 꼬인 내러티브 관객을 알게 모르게 속이는, 그런 구조적인 탐구를 넘어서 사춘기 소년들이 미묘한 감성과 사회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이란 새로운 연기자를 발굴, 재능을 훌륭하게 뽑아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어떤 새로운 고지를 점령한 듯한 영화입니다.

 

9-황해(D:나홍진 C:김윤석, 하정우, 조성하)

나홍진의 두 번째 작품인 <황해>는 야심이란 것이 영화는 제작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나 큰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기를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황해>가 단점도 많고, 전작<추격자>의 확장판이라는 점에서 안 좋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닌 영화이지만, 나홍진감독의 야심은 그것을 가릴만한 매력을 가진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김윤석의 면정학 캐릭터와 하정우의 김구남캐릭터는 올해의 연기였습니다.

 

10-카페느와르(D:정성일 C: 신하균, 문정희, 김혜나, 정유미, 이성민, 요조, 정인선, 최정윤)

정성일평론가의 <카페느와르>는 사실 영화라기보다는 자신이 알고있는 것들에 대한 평론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그래서 결코 만만치 않으며 다가가기에도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험을 하면서까지, 198분이란 긴 러닝타임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해냈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보내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상당히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의미전달은 확실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소통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10-돼지의 왕(D:연상호 C: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

국내에서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고된 작업이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한국에서 독립애니메이션을 만들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돼지의 왕>은 한국애니메이션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며, 순수하게 작품만 가지고 평가했을 때도, 지나치게 텍스트주의적인 대사들이 종종 눈에 들어오지만, 엄청난 파워를 지닌 박력의 서사를 가지고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12-혜화, (D:민용근 C: 유다인, 유연석)

<혜와, >은 캐릭터가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살아있는 캐릭터는 생생한 이야기를 만듭니다. <혜화, >은 어쭙잖게 위로하거나 동정하지 않고, 인물의 동선을 묵묵히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혜화의 쌓여있던 슬픔을 들어내고 작지만 큰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런 혜화의 캐릭터가 살아있게 한 것은 감독의 정교하교 단아한 연출력도 한몫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혜화캐릭터를 연기한 유다인의 승리입니다.

 

13-짐승의 끝(D:조성희 C: 이민지, 박해일)

<짐승의 끝>은 연출가가 자신이 잘 놀 수 있는 분위기를 잡고, 자신만의 연출력으로 이야기를 자기식대로 풀어나간 영화입니다. 그 결과 <남매의 집>에서 보여주었던 조성희감독만의 냉매가 흐르는 상상력이 스크린에 가득 펼쳐지며 그것을 완벽하게 컨트롤합니다. 그래서 <짐승의 끝>은 공포와 긴장으로 관객을 잡아당기며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관객을 몰아붙이는 영화를 만드는 일은 자본의 문제가 아님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14-고지전(D:장률 C: 신하균, 고수, 이제훈, 이다윗, 김옥빈)

<고지전>은 한국전쟁영화의 저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자고로 전쟁영화의 휴머니티는 가장 휴머니티와 멀어져 전쟁을 그대로 묘사하는 데서 그 진실의 힘이 나옵니다. 전쟁은 누구에게나 참혹한 일이니까요. <고지전>은 그간 한국영화가 넘지 못했던 애국주의를 넘어서 배우의 표정과 내공을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게 합니다. 특히 유화같은 전쟁의 풍경은 충무로 전쟁영화의 새로운 고지로 볼 수도 있습니다.

 

15-트루맛 쇼(D: 김재환 C: 박나림)

진실이 가려졌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진실에 다가서는 방법은 발로 뛰는 것입니다. ‘맛집이라는 유령을 찾아나서는 <트루맛 쇼>는 직접 음식점을 개업하고 VJ특공대 같은 TV프로그램을 직접 섭외하여 가려진 맛집의 실체를 향해 달리는 성실하고도, 돈 키호테같은 추진력을 가진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렇게 제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신선한 시도이고, 그 기회력면에 있어서는 박수를 아끼고 싶지 않은 다큐멘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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