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Blue's 2011외국영화베스트 Top15

2012.01.31 20:37

靑 Blue 조회 수:11703

1-안티크라이스트(Director: 라스 폰 트리에 Cast: 윌렘 데포, 샤를 갱스부르)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에는 파격과 숭고, 파괴와 창조,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마녀사냥으로 희생당한 여성을 대표하는 샤를 갱스부르의 연기는 그 자체로 사람을 압도하고, 생명의 이미지(신생아, 초록, 물 등)에서 죽음을 발견하고 제의적 폭력을 통해 파괴와 보혈의 정반대의 피를 통해 구원하는 이 영화는 21세기에 나온 영화들 중 가장 신선한 이미지와 창의적 상징을 담고 있는 걸작입니다

 

2-사랑을 카피하다 (D: 압바스 카이로스타미 C: 줄리엣 비노쉬, 윌리엄 쉬멜)

원품을 뒤흔드는 모조품의 관계는 포스트-모더니티시대의 궁극적 로망이자 꿈입니다. 압바스 카이로스타미는 다양한 상징과 알레고리를 통해 원품-모조품관계의 끝없는 긴장과 내적 줄다리기를 멜로드라마의 이야기체로 풀어냅니다. 폭발하는 긴장 속에서 터져 나오는 새로운 예술품과의 탄생의 빅뱅의 순간. <사랑을 카피하다>에는 바로 그 순간이 고스란히, 그리고 아름답게 담겨져 있습니다.

 

3-세상의 모든 계절 (D: 마이크 리 C: 짐 브로드벤트, 레슬리 맨빌, 러스 쉰)

인간의 불행은 행복을 향한 관성을 가지고 끝없이 행복의 주변을 맴돕니다. 하지만 그 행복의 세계는 언제나 불행한 인간에게 어떤 박탈감을 줄 뿐입니다. 영화는 마이크 리의 우려한 연출 속에서 불행의 미학과 그것이 가진 가치, 불행의 진솔한 모습을 통째로 영화 속에 집어넣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씬에서 메리의 쓸쓸한 클로즈업은 올해의 라스트 신이며, 마이크 리의 영화의 모든 것이기도 합니다.

 

4-드라이브 (D: 니콜라스 웬딩 레픈 C: 라이언 고슬링, 캐리 멜리건)

씨네 필에게 있어서 최고의 유희적 영화는 그간 마음 속에 담긴 영화의 이미지를 변용-파괴-창조시키는 네오-포스트-모더니즘의 싸이클로 만든 기호의 영화입니다. <드라이브>는 이런 씨네 필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그야말로 로망의 영화입니다. 장도리를 들고 긴 복도를 걸어가는, 차 안에서 뜨거운 빛과 차가운 빛을 함께 받는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으로 이런 씨네 필의 욕망을 120%채워주는, 그런 영화입니다.

 

5-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D: 아쉬가르 파르하디 C: 샤하브 호세이니, 레일라 하타미, 페이만 모아디, 사레 바얏)

인지는 언제나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의 시선 또한 인지의 패러독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라쇼몽>이 그랬듯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도 관객을 속이는, 진실은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내러티브는 복합내러티브의 시대에 가장 모범적인 내러티브중 하나이며,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는 단순한 구조의 탐닉을 넘어 한 사회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훌륭한 이야기를 가진 영화입니다.

 

6-아이 엠 러브 (D: 루카 구아다그니노 C: 틸다 스윈튼, 플라비오 파렌티)

아름다움은 언제나 인간의 동경의 대상이 됩니다. <아이 엠 러브>는 그 아름다움의 극점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입니다. 유려한 촬영, 인물배치, 동선, , 아름다운 의상, 장면 자체를 견인해 가는 음악은 그런 의지를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그런 의지로 도달한 라스트 씬의 아름다움은 감독의 야망이자 이상이며, 순수한 야망과 의지로 도달한 경지이기도 합니다. 틸타 스위튼의 모습 또한 감독의 완벽한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구요.

 

7위 일루셔니스트 (D: 실뱅 쇼메 C: -클로드 돈다, 에일리 란킨, 던컨 맥닐)

<일루셔니스트>는 실뱅 쇼메의 영화에서 자크 타티가 보이는 영화입니다. 빨라지는 세상과 거기서 도태되는 존재들에게 보내는 애달픈 노래같은 코미디인거죠. 특히 토끼를 놓아주는 씬에서는 이런 페이소스가 극대화되어 이루어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감동을 줍니다. 이런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달라고 한 자크 타티의 단단한 통찰력이 다이아몬드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입니다.

 

8-트리 오브 라이프 (D: 테렌스 멜릭 C: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

테랜스 멜릭의 영화중 최고작은 아닙니다. <뉴월드>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그의 세계는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도 여전히 흔들리고 있죠. 그러나 이런 것조차 테렌스 멜릭만의 차별성과 야심을 마모시키지는 못합니다. 이런 거대한 야심은 큐브릭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엄청난 것이죠. 이런 야심을 뚝심있게 밀고나가 결국 상당히 시네마적인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올해의 리스트에 오를 자격이 있습니다.

 

9-더 브레이브 (D: 에단 코엔, 조엘 코엔 C: 맷 데이먼, 제프 브리지스, 조슈 브롤린, 배리 페퍼, 헤일리 스테인펠드)

코엔 형제의 패러디는 언제나 상상을 초월합니다. <더 브레이브>는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총체적으로 패러디한 영화입니다. <황야의 무법자>가 웨스턴에 종지부를 찍었다면, <더 브레이브>는 종결된 웨스턴의 세계를 재조합해낸 웨스턴입니다. 정글과도 같은 서부란 세계에서 어떻게든 죽지 않고 살아남는 법. 그것이 용기라고 말하며 웨스턴의 세계자체를 재구축시키고 뒤집어버리는 영리한 영화입니다.

 

10-윈터스 본 (D: 데보라 그래닉 C: 제니퍼 로렌스, 존 호키스)

<윈터스 본>은 미국이란 나라의 탄생신화를 미스테리 스릴러의 틀에 그려내는 영화입니다. 원시 공동체 속에 첨단의 기계가 공존하는 아이러니, 그 속에서 한 소녀가 아버지를 찾아나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본다는 것 자체가 이미 미국식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이걸로도 이미 사회드라마와 웨스턴, 스릴러를 섞어 장르를 넘나들면서 미국을 그릴 커다란 도화지를 만든 후 거기에 거침없이 그려지는 미국의 자화상은 데보라 그래닉이 성취한 승리입니다.

 

(공동)10-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D: 루퍼트 와이어드 C: 앤디 서키스, 제임스 프랑코)

CG는 영화의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 시켰지만, 아무도 그것을 영화의 배경을 제한, 영화의 전반적인 도구로 그릴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트랜스포머>시리즈가 있지만 이건 실패작이었죠.)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CG로 캐릭터를 만들어서 CG를 영화의 전반적인 도구로 사용합니다. 시저의 표정과 몸짓하나하가 시저에게 캐릭터성을 부여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시저는 아마 올해의 캐릭터 일겁니다.

12-블랙스완 (D: 대런 아로노프스키 C: 나탈리 포트만, 뱅상 카셀, 밀라 쿠니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특징은 특정 경험을 표현-사유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블랙스완>(너무 많이 쓰인) 선배감독들의 특징을 모방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블랙스완>만의 있다면, 바로 그런 경험을 느끼게 하는 실존적 감수성에서 나오는 어떤 것입니다. 그리고 <블랙스완>에는 한 감독이 자신과의 게임에서 절정을 찍는 감격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13-머니볼 (D: 베넷 밀러 C: 브래드 피트, 요나 힐)

좋은 리더는 흔히 안에서는 악당이고 밖에서는 영웅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이런 모순으로 가득 찬 캐릭터는 언제나 영화에 좋은 소재가 되곤 했지만, 좋은 이야기를 만든 영화는 드물어요. 베넷 밀러의 <머니볼>은 그런 드문 예입니다. 브래드 피트의 좋은 연기 안에서 풍성함을 지니게 된 빌리 빈이란 인물은 올해 보았던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중에 하나였으며, 그는 어처구니없지만, 숭고한 것. 그 자체였습니다.

 

14-네 번 (D: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C: 쥐세페 푸다 , 부루노 팀파노)

때때로 초월적인 영화들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들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알레고리라는 서사장치인데, <네 번>은 이 알레고리의 힘이 극대화된 영화였습니다. 먼지, 늙은 양치기, 어린 양. , 종 등으로 표현되는 <네 번>의 알레고리는 신비와 초월의 장면을 만들고, 때때로는 작가가 그것을 즐기기도 하는 아주 현명한 장치였습니다. 그리고 <네 번>에는 8분짜리 롱 테이크로 찍은 올해의 시퀀스가 있습니다.

 

15-수퍼에이트 (D: J.J에이브람스 C: 엘르 패닝, 조엘 코트니)

씨네 필에게는 <드라이브>같은 영화가 있는가하면, <수퍼에이트>같은 영화도 있습니다. ET에서 <괴물>까지의 아기자기한 추억, 21세기의 아이들 캐릭터까지. 사유와 오락을 동시에 하는 영화는 보기 힘듭니다.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헐리우드에 대한 향수의 21세기 버전인 <수퍼에이트>는 갈팡지팡하고 있는 현재의 헐리우드가 나아가야할 가장 이상적이며, 모범적인 답 중에 하나입니다.

 

(공동)15-컨테이젼 (D: 스티븐 소더버그 C: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우, 마리옹 꼬띠아르,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케이트 윈슬렛)

소더버그의 <컨테이젼><트래픽>의 역동적 하이퍼-리얼리즘에 대척점에 서있는 영화입니다. <컨테이젼>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전 세계적-글로벌-지구촌에 대한 보고서이자, 극도로 사실적인 점염 병에 대한 리포트-페이크-다큐입니다. 이런 포스트-모더니즘이야말로 단순한 기호의 말초적 유희가 아닌 현상에 대한 사유이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면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 영화들: 루르드, 오슬로의 이상한 밤, 르 아브르, 히어애프터, 비기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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