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monsters (2019) 소소한 수작 좀비영화. 스포일러 있음.
대놓고 "나 코메디예요"하는 영화치고는 별로 웃기지 않다.
그렇다고 똘끼있는 영화도 아니다. 점잖게 잘 만든 좀비영화다. 등장인물들이 욕을 막 해대고 막장상황을 연출해내려 무지 노력하지만, 만듦새는 그냥 점잖게 잘 만든 영화다. 주인공이 아이들더러 "이 질 세정제(?)같은 놈들아"하고
욕을 해대도, 내면은 따뜻해서, 아이들을 위해 목숨을 내건다. 말만 그렇게 하지 똘끼어린 행동은 안 한다.
늑대의 탈을 쓴(썼다는 것이 훤히 보이는) 선량한 사람이다.
그래서 욕이 난무하고 거친 개그가 난무해도 이 영화는 착하고 따뜻한 영화다.
유치원아이들이 동물원에 갔다가 좀비무리에게 습격당하여 선물가게에 갇힌다. 선물가게 바깥을 좀비들이 이중 삼중으로 둘러싼 절박한 상황 하에서, 유치원 교사 캐롤라인은 아이들을 걱정한다.
그래서, 아이들더러는 지금이 놀이 중인 상황이라고 둘러댄다. 아이들이 내면적으로 상처입을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다른 좀비영화 속 주인공들보다 난이도가 더 높다. 생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트라우마가 아닌 즐거운 기억을 남겨야 하는 것이다. 교사 캐롤라인과 한물 간 락가수 데이브는
이것을 위해 목숨을 건다.
좀비가 떼거지로 출현하고 내장이 뽑히고 피가 튀고 해도, 이 영화는 따스한 영화다.
나중에 구출된 뒤, 캐롤라인과 아이들이 "참 즐거웠다"하며 우쿨렐레를 타며 노래를 함께 부른다.
캐롤라인과 데이브의 인간승리다.
데이브가 캐롤라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묻는다. 캐롤라인은 닐 다이아먼드라고 대답한다.
젊은 여자가 이미자를 좋아한다고 대답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데이브는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데이브는 우쿨렐레를 타면서 닐 다이아먼드가
부른 sweet Caroline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도 따라서 합창한다.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캐롤라인에 대한 러브송인 동시에,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담은 따스한 합창이다. 바깥에는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데도 말이다. 참 따스하고 사랑스런 에피소드다.
특수효과나 다른 것들은 그냥 평범한 수준이다. 강하게 인상을 주려는 어떤 시도도 없다.
싸구려처럼 안 보이게 노력한 정도다.
하지만, 특수효과나 고어가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니지 않은가? 두 주인공과 아이들이 절박한 상황에 갇혔다 하고
관객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두 주인공들이 맨몸으로 고분군투하며 아이들을 지켜내는 과정을
느슨해질 새 없이 잘 이어나간다. 백미터 달리기 질주가 아닌, 쉬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달려나가는
마라톤의 달리기라고 할까? 건실하고 쉬지 않고 느슨해지지 않고 긴장감을 놓지 않는
달리기다. "성실하고" "착하고" "노력을 쉬지 않는" "따뜻한" " 고어영화다.
따뜻하고 성실한 유치원교사와 한 무더기 유치원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좀비영화를 만들라면 이렇게까지 잘 만들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재밌을 것 같아서 찾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