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담 스토리] 고장난 상황이 가져온 이벤트
[마카담 스토리]를 봤습니다.
영화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고장, 신체의 고장 그리고 우주선의 고장 등 고장난 상황이 우연처럼 가져온 만남이 단단히 막힌 무언가에 작게나마 숨통을 트이게 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곤란하고, 위기를 느끼고, 불안한 상태 즉, 행복하고 편안한 상태와는 전혀 다른 상태에서 더욱 움츠러들고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일텐데, 영화 속 고장난 상황은 이런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숨고르기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줍니다.
이 고장난 상황은 일종의 이벤트가 되어줍니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는 것이 이벤트의 정의랄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고장'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 만든 이벤트가 결과적으로 유쾌하게 풀어지니 보는 관객들의 마음도 포근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리를 다친 독신남 스테른코비츠가 한눈에 반한 간호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을 '인터네셔널 지오그래픽'이라는 말도 안되는 매체의 사진 기자라고 하고 그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게 하기 위해 벌이는 일들은 내내 웃음을 자아냅니다.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내린 존 매킨지가 언어도 통하지 않는 하미다와 소통하며 쿠스쿠스의 맛을 알아가는 설정도 참 유쾌합니다. 세대를 한참 거스르면서도 자연스럽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쟌 메이어와 샬리의 모습도 눈을 떼기 어렵습니다. 커플이랄 것은 없지만 세 개의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포근해지는 마음을 돌아보자면 [마카담 스토리]는 조금 다른 성격의 [러브 액츄얼리]같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연이 만든 관계의 시작, 그로인해 허물어지는 마음의 벽, 생각의 한계가 궁극적으로 영화 속 인물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까지 녹여낸다는 점에서 이 영화 역시 [러브 액츄얼리]만큼이나 쌀쌀한 계절이 되면 생각이 날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에게 닥친 사고와 고장, 그것이 가져온 이벤트같은 기회가 여기서 끝이 나지 않고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퍼질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듯한 마지막 씬도 너무나도 귀여운 마술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사무엘 벤쉐트리 감독의 영화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차분하면서도 적재적소에 유머러스한 요소를 집어넣고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후 이 감독의 작품들도 기대감을 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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