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재자

천하장사 마돈나야 공동 연출이니 제외한다고 쳐도 전작 김씨 표류기도 그렇고 이해준 감독은 웃픈
영화에 강점을 가진 듯하다.나의 독재자도 설경구가 맡은 성근의 비중이 큰 전반부의 시대 상황이
웃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역설적으로 웃음이 난다.자고로 하이 코미디란 등장인물들은 죽을락 말락
하는데,보는 관객은 웃긴 그런 상황을 일컫는게 아닐까.에이,저건 옛날이잖아 하기엔 이 나라는
글렀다란 성근의 대사가 그렇게 안보려고 해도 의미심장하다.무대에서 빛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성근의 꿈은 그대로 아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다와 일맥상통한다.근데,하나를 실패하자
나머지 하나도 실패해버리고 만다.그가 김일성 대역 배역을 맡기 위해 겪은 고통은 떳떳한 아버지가
되지 못했다는 실패에 비함 아무것도 아니다.그가 실패했던 배역이 리어왕의 광대역이란건 우연일까.
리어왕은 실패한 아버지였고 미쳐버린 왕이었다.

비호감을 호감으로 돌려 놓기에 부족함이 없는 설경구의 연기에 힘입어 전반부는 푹 빠져 보았는데,
아들 태식의 시각으로 보여지는 후반부는 힘이 빠져보인다.박해일의 탓이라기 보단 아무래도 연기로도
가려지지 않는 극의 허술함 때문으로 보인다.막말로 카게무샤도 아닌 김일성 대역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돌발상황에 대처한다기엔 정해진 대본이 있었잖은가.박해일의 상대역인 류혜영의 연기도 혼자
떠보인다.밑도 끝도 없는 가족 타령이 너무 뻔해서이긴 하지만.그리고 윤제문이랑 교수는 나왔는데,그때의
대학생은 왜 안나왔을까.죽었나.나왔다면 재밌지 않았을까.그리고 울나라 영화의 고질병 음악.클라이막스때
관객보다 앞서 감정 고조된 음악은 듣기 괴롭다.볼륨이라도 낮추던가.여튼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미치지 않고서는,광대가 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던 미친 시대를 지나온 그들 아버지 세대와의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영화같다,나의 독재자는.다만 김씨 표류기가 그렇듯 소재에 비해 무자극의 연출이 젊은층에게
그리 매력적이진 않을 것 같단 염려가 들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