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재자] 아들에게 바치는 아버지의 마지막 연극
<나의 독재자>를 보고 왔습니다.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 최고가 아닌가 싶네요.
역시 '이해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번 느꼈지만 좋은 시나리오에 나쁜 영화는 있어도, 나쁜 시나리오에 좋은 영화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한번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네요.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독창적이며 탄탄한 시나리오 아니였나 싶네요.
이야기의 소재는 김일성의 대역을 맡게된 무명배우 김성근와 그의 아들 태식의 인생을 다룹니다.
큰 틀에서 보면 무척 전형적이고 뻔한 이야기 구조입니다.
그런데 그걸 하나 하나 풀어나가는 모양새가 참 진솔하고 꾸임이 없네요.
그래서 더 매력적입니다.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고 우직하게 밀고 갑니다.
영화는 소재에서 부터시작해서 연출방식에 이르기까지 매우 연극적 요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게 전혀 단조롭거나 닫혀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영화는 아버지가 김일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룬 전반부와 세월이 흘러 아버지와 아들과 갈등을 겪게되고 다시
화해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후반부 이렇게 2막으로 구성됩니다.
전반부는 중정(중앙정보부)의 한 취조실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연극으로 보여집니다.
후반부는 마치 아버지와 아들의 버디 무비를 보는 것같습니다.
이 두 이야기가 전반부는 배우 설경구를 중심으로 후반부는 배우 박해일을 중심에 두며 무게를 적당히 배분하면서
매끄럽게 잘 흘러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반부가 좀 더 재미있었네요.
이 영화의 첫 화두는 배우는 배울일 뿐이라는 겁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배역의 인물이 진짜로 될 수는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죠.
마치 영화<광해>에서 보여준 광대 임금 하선처럼 말이지요.
주인공 김성근이 아무리 김일성을 빼어나게 연기를 해도 그는 여전히 김일성이 아닙니다.
배우에게 남겨지는 것은 결국 그를 보며 박수쳐주고, 때로는 웃어주고, 같이 울어주는 관객의 반응만이 남는게되는 것이겠지요.
아니 더 정확하게는 관객의 반응에 대한 기억만이 남게 되는거겠지요.
김일성이 되지 전 연극배우 김성근에게 남겨진 관객의 반응이 어떠했고 그것이 언제까지 그를 짓눌러 왔는지를 보면 쉽게 수긍이 가겠지요.
그런데 그가 새롭게 맡게 된 김일성이라는 배역은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이 존재하지 않는 역입니다.
되려 그 누구도 그이 존재를 알아서는 안됩니다. 심지어 가족들조차 말이지요.
연극배우 김성근의 비극은 어쩜 여기서 출발했을 겁니다.
무대에 서지 못하는 배우, 관객과 호흡할 수 없는 배우에게 남져지는건 무었이였을까요?
절망이였겠지요. 그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그는 스스로 김일성이 되기를 선택했을지모릅니다.
그리고 누구와도 만날 수 없는 중정취조실에 갇혀 있는 무명배우가 아닌 김일성의 모습으로 세상밖으로 뛰쳐 나와 살아가기를 시작했을 겁니다.
이 세상 누구도 그를 이해해 줄 수 없는건 어쩜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가 스스로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배우로써 무대에 서서 당당히 관객에게 그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그가 선택한 단 한명의 관객은 바로 그의 아들이였구요.
그의 인생은 오롯하게 아들에게 바쳐진 연극이였던 겁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아버지들의 인생도 그럴 할 겁니다.
자식들의 위해 바쳐진 자신을 버리고 가족을 위해 생존을 위해 꾸며진 연극같은 인생일찌 모르겠습니다.
박해일의 연기도 좋았지만 설경구의 연기는 정말 클래스가 다르네요.
인물에 몰입도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네요. 체중도 꽤 많이 불렸던 것같네요.
이분 체중은 늘었따 줄었다 고무줄 몸무게도 참 신기하네요.
특히 이 영화에는 클로즈업 장면이 무척 많은데요. 설경구의 표정 연기는 가히 압권입니다.
그리고 조연 윤제문, 이병준 역시 안정적이고 빼어난 연기를 보어주네요.
참 무슨 우연인지 오늘 아침에 오토바이퀵 서비스를 하시는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분이 온몸에 '독재타도, 사상의 자유 ~~'(븍쪽이 아닌 남쪽을 향해서)를가 쓰여 있는 휘장을 두르시고 다니시는 모습을 보고 2014년에 저런 모습을 보게 되다니 하면서 요즘 시류가 참 어수선하구나 싶었는데요.
마침 <나의 독재자>는 7.4남북공동성명에서 부터 유신시대를 거쳐 김일성의 사망까지의 분단과 갈등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는데 아침에 본 모습과 묘허게 겹쳐지면서 가슴 한켠이 뻐근해 오는 것이 여전히 갈등의 시대를 살고 있구나 싶기도 했네요.
영화 <나의 독재자> 시나리오, 연기, 연출 삼박자가 딱 맞아 떯어지는 수작이였습니다.
최근에 별일 아닌 의견 차이로 아버지와 사이가 약간 서먹해졌서 였을까요.
마치 저한데 아버지랑 빨리 화해하라고 말하는 것같았어요.
개봉하면 꼭 아버지 모시고 다시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김일성 이야기가 나와서 좋아하시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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