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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안개 속의 그대와 나

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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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습니다 -

 

CF나 뮤직비디오 분야 출신이라고 해서 꼭 마이클 베이 같은 영화감독만 있는 건 아니다. 데이빗 핀처 같이 테크니션 수준에서 이제는 거장 수준으로까지 올라선 감독도 있다. <세븐>, <파이트 클럽> 등의 작품을 통해 장르물의 촘촘함에 탁월한 영상감각까지 보태며 할리우드의 일급 테크니션으로 인정받던 데이빗 핀처는 2002년 <패닉 룸>을 내놓은 후 5년의 공백을 지난 뒤 2007년 <조디악>을 통해 완연히 다른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단지 기술만 탁월한 걸 넘어서 그 기술을 섬세하고도 깊게 갈고 닦은 결과 장인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살인사건 추적극인 <조디악>에서 그는 왜 사람들이, 사회가 살인과 추적의 실타래 안에 꼬여드는지를 조명했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는 전에 없던 가슴시린 멜로와 인생에 대한 통찰력도 (아카데미 취향에 가깝긴 했지만) 보여주었다. 전기영화가 될 거라 예상했던 걸 욕망과 배신이 뒤얽힌 통렬한 스릴러처럼 만들어낸 <소셜 네트워크>는, 그의 재능이 테크니션과 장인을 넘어 거장의 수준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데이빗 핀처의 영화가 진화하면서, 여전히 유지되어 온 스릴러의 기조 속에서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만들었으나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살인, 성공, 탐욕 같은 거대한 폭풍 속에서 유독 초라해 보이는 사람의 모습 말이다. 젊은이들의 피끓는 성공담과 좌절, 배신이 이어지던 <소셜 네트워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옛 여자친구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해놓고는 수락했는지 여부를 새로고침으로 확인하는 주인공의 위축된 뒷모습이었다.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무시무시한 살인사건의 전모를 풀어놓은 뒤 던진 마무리 역시, 소름끼치는 천재적 기질 뒤에 서툰 감정을 부여잡은 채 쓸쓸히 돌아서는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데이빗 핀처의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두뇌를 자극하는 과정을 지나 심장을 움켜잡으며 더 깊고 오래 가는 감흥을 남긴다. <밀레니엄>에 이어 또 다시 동명의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신작 <나를 찾아줘>는 그런 이유로, 근래 본 영화들 중 가장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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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던(벤 애플렉)과 에이미 던(로자먼드 파이크) 부부의 5주년 결혼기념일 날, 아내 에이미가 실종된다. 곧바로 경찰은 에이미의 실종과 관련해 공개수사에 들어가고, 그녀를 찾기 위한 기자회견 및 홍보활동까지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남성지 칼럼니스트인 닉과 하버드 출신의 재원이자 인기 만화책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에이미는 그야말로 불같고도 낭만적인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했다. 모두가 선망하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려던 찰나 벌어진 에이미의 실종 앞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정황이 닉을 용의자로 지목하기 시작한다. 결혼기념일마다 부부가 전통처럼 벌였던 보물찾기용 카드가 발견되고, 뒤이어 닉과 에이미의 결혼생활과 관련된 갖가지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면서 닉은 하루아침에 전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가 된다. 그러나 닉을 용의자로 몰았던 여러 정황들이 하나씩 설명되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에이미는 정말 살해된 것일까. 닉이 정말 에이미를 죽인 것일까.

 

길리언 플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나를 찾아줘>는 기본적으로 막장 치정 스릴러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많은 관객들이 '아침드라마 본 느낌'이라고 평하는 것 역시 한 가정을 둘러싸고 실종, 납치, 살인, 불륜 같은 이슈들이 익숙하게 얽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연쇄살인 스릴러를 만든 적이 있는 감독이라면, 이 아침드라마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다룰 것인가. 따지고 보면 데이빗 핀처 감독이 스릴러 장르에서 다룬 이야기들은 심심찮게 막장이었다. (바로 전 작품인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럼에도 핀처는 뜨악할 스토리에 관객이 영락없이 빠져들 수 밖에 없게 하는 품격 있는 만듦새를 과시해 왔고, <나를 찾아줘> 역시 그 실력을 증명한다. 배우들의 연기, 내러티브의 구성, 현실로부터 한발짝 떨어진 듯 건조한 톤의 영상과 그 영상 안에 귀신처럼 스며든 음악까지. '알고보니 @@'이라고 빵 터뜨릴 수 있는 반전도 충격효과에 기대어 노출하는 대신 여러 시점에서 다층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첨가함으로써, 전율이 어느 순간 '왁!'하고 덮치는 게 아니라 스멀스멀 기어오르더니 끝나는 순간 머리 끝까지 지배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관객은 드문드문 등장하는 충격적 순간에만 마음을 뺏기는 게 아니라, 조곤조곤 사건의 전말을 여러 각도에서 풀어내며 인물들의 눈빛과 목소리 톤에서도 의심의 여지를 발견하며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아내의 유혹> 같은 드라마들을 보면서 '명품 막장극'이라는 칭찬을 하곤 했는데, 핀처가 만든 <나를 찾아줘>에서 진정한 '명품 막장'의 기운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저급한 욕망이 만들어내는 지옥을 목격하는데도, 영화로부터는 일말의 저급함도 느낄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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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처가 CF 및 뮤직비디오 출신 영화감독으로서 성공적 사례인 또 하나의 이유는 절제된 스타일리쉬함을 영상에서 구현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연출, 연기로까지 확장시켰다는 데 있다. 그의 영화 속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늘 강렬했지만 흘러넘치진 않았다. 과한 에너지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인물의 '흉내'가 아닌, 들어갈 때와 빠질 때를 아는 '체화'를 보여줌으로써 핀처의 영화 속 배우들은 자주 아카데미상 수준의 연기를 보여주곤 했다. 이번 <나를 찾아줘>에서는 에이미 던 역의 로자먼드 파이크가 그 주인공이 될 듯 하다. 전작 <밀레니엄>에서 루니 마라를 일약 신데렐라로 만들었던 핀처는 이번 영화에서 이름은 알려져 있지만 활동이 두드러지진 않았던 로자먼드 파이크를 또 한번 신데렐라로 만들 셈이다. 감정이 거세된 듯한, 그러나 몹시 우아하고 세련된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은 이 영화의 공기나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면을 바꿔 쓰는 그녀의 모습은 변화무쌍하고도 단호하며, 가장 인간적이어야 할 순간마저 가장 공허한 그녀의 눈빛은 무섭고도 매혹적이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녀의 내레이션 역시 연기의 일부로 생각될 정도로 극중 인물의 황폐한 정서를 깔끔하게 실어나른다. 말 그대로 진짜 모습은 '사라진', 그리하여 이미지만 남은 여인의 모습을 연기로 무시무시하게 소화한 로자먼드 파이크는 내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야 마땅하다.


더불어 배우로 먼저 데뷔했으나 감독으로서의 입지가 더 굳건해진 벤 애플렉은, 탄탄한 감독 커리어가 연기력 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듯 하다. 눈에 띄는 변신은 아니더라도 영리하려 부단히 애쓰지만 결국 영리하지 못한 닉 던의 우유부단하고도 불안정한 모습을 안성맞춤으로 연기한다. 연출력에 있어서는 매우 명석한 재능을 보여주지만, 연기 면에서 그에게는 이렇게 불완전한 분투를 펼치는 인물의 모습이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었다. 에이미의 예전 남자 데지 콜링스 역의 닐 패트릭 해리스는 시트콤에서의 모습과 상반된 애정과 집착 사이의 인물을 안정적으로 연기하며, '아내 살인범 전문 변호사' 태너 볼트 역의 타일러 페리는 예리함과 넉살이 어우러진 연기로 영화 안에서 흔치 않은 웃음(블랙코미디에 가까운)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닉 던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닉을 향한 애증을 가감없이 표출하는 마고 던 역의 캐리 쿤은, TV드라마 위주로 활동하여 이번 영화가 실질적인 첫 스크린 진출작이지만 생기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론다 보니 역의 킴 디킨스, 경위 길핀 역의 패트릭 푸짓도 역할 상의 기능에만 머물지 않고 몇몇 장면에서 엣지를 만들어내는 등, <나를 찾아줘>에서는 다양한 배우들이 인지도와는 별개로 능동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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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나를 찾아줘>에서 사건 자체의 충격 효과를 의도적으로 축소해 객관화함과 동시에, 스산한 공포감과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도구다. 그룹 '나인 인치 네일스' 출신의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는 <소셜 네트워크> 이후 줄곧 핀처와 호흡을 맞춰 왔는데, 그들이 사운드를 만들어 내면서 핀처의 영화 전반에 깔린 정서가 더 진하게 와닿게 된 듯 하다. 정돈되지 않는, 어떤 때는 이상한 희열로 뒤바뀌기도 하는 불안의 기운 말이다. <나를 찾아줘>에서도 그들의 음악은 멜로디의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은 채 오래 끌고 가면서 때때로 톤이 정반대로 바뀌기도 하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 하는 극중 인물의 심리에 관객도 꼼짝없이 휘말리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트렌트 레즈너-애티커스 로스와의 음악 작업은 핀처의 영화가 끊임없이 들여다 봐 온 인간의 불안과 혼란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구현함은 물론, 담백한 세련미와 몰입까지 이끌어내면서 핀처의 영화에게 식지 않는 매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한 듯 하다.


<나를 찾아줘>는 스릴러 장르에 들어갈 수 있지만, 정작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많은 관객들이 느낄 감정은 추리의 쾌감보다는 공포감일 것이다. 실종, 납치, 살인 등의 이슈를 가져와 누가 범인이고 실종자는 어디에 있는지에서부터 이야기를 출발시키지만,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 그 정도의 범위 내에서 쫀쫀한 재미를 줄 것이라는 예상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15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중 절반 정도에 이르렀을 때 영화는 사건의 전말을 아예 공개해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다 공개된 사건의 전말이 앞으로 인물들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고 어디로 인도할 것인가에 대해 나머지 절반의 시간을 투자하면서, 관객은 머리를 굴리는 과정을 넘어 마음을 부여잡게 된다. '어떻게 된 것일까'라는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한 물음은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어떻게 될까'라는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물음은 불안감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사건의 전말, 그 이후'의 이야기는 인물들의 대담하고도 무시무시한 선택을 때론 몹시 차분하게, 때론 충격적 순간을 절제되고 리드미컬한 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의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였습니다'라는 뉘앙스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일들을 가늠케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는 결말은, 진짜 공포가 영화가 끝나는 순간 시작되게끔 만든다. 이 공포가 유령의 집이나 연쇄살인마 같은 영화적 설정이 아니라 결혼생활이라는, 누구나 성인이 되면 부딪칠 수 밖에 없는 현실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공포의 진폭은 더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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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가 품격을 지니게 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무시무시한 캐릭터나 사건이 단지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객들을 각성케 하기 위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주는 공포감은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닉과 에이미는 첫 만남부터 과연 그들의 '마음'이 통해서 만난 것인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는 닉의 질문에 에이미는 초면부터 자신의 정체에 대한 퀴즈를 냈고, 턱 생김새 때문에 가식적일 것 같다는 에이미의 말에 닉은 턱을 가리는 것만으로 자신의 진심을 보증한다. 특히 에이미는 어린 시절부터 현실의 '에이미 엘리엇'보다 인기 만화 속 '어메이징 에이미'의 모습으로 오독되었다. 개를 키우지도 않고 첼로는 배우다 말았고 수영은 배운 적도 없는 에이미 엘리엇은, 어느새 개를 애지중지 키우고 수영도 잘 하는 첼로 신동 '어메이징 에이미'가 되어 있었다. 타인들이 선망하는 '어메이징 에이미'의 뒤편에 자리한 진짜 에이미 엘리엇은 당연히 보잘 것 없게 느껴졌을 테다. 퀴즈를 내는 행위 역시 '나를 드러내는 것'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테스트하는 것'이란 점에서, 에이미는 자신의 삶이 '자신의 만족'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의해 완성된다고 믿고 거기에 지독하게 집착해 온 건지도 모르겠다.


닉은 에이미의 실종을 둘러싸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런 에이미의 모습을 닮아간다. 나의 만족에 머물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까지 수렴해야 삶이 완성된다고 믿는 모습 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닉이 '천하에 돌 맞아 죽일 놈'과 '다시 없을 매력남' 사이를 오가게 만드는 매스컴은, 닉이 더 이상 자신에게 솔직한 걸로 만족할 수 없게 하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자신에게만 솔직하기에 닉과 에이미는 유명한 이들이 되어 버리고, 그로 인한 명성과 평판이 곧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짐작하게 되면서 그들의 삶은 곧 타인의 시선을 위한 삶이 되고 만다. 껍데기를 보다 두텁고 단단하게 다지는 동안, 그 안에 품고 있어야 할 알맹이는 완전히 가루가 되어 나뒹구는 식이다.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말초적 저널리즘으로 한 인간을 얼마든지 쓰레기 혹은 신적 존재로 만들 수 있는 매스컴은 인간의 이러한 내면적 추락을 조장하고, 그렇게 인간의 내면과 매스컴의 가치는 악순환 속에서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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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를 의식함으로 인해 산산조각나는 관계의 내면이 주는 공포는 결혼과 연애 같은 이성간의 관계, 나아가 인간이 사회에서 맺는 모든 관계의 민낯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무시무시하다. 인간관계를 맺는 상대방의 민낯을 다 알고 있다고 어느 누가 확신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나에 대한 떳떳함이 아닌 타인에 대한 위상을 위해 쌓아가는 나의 위선이 언젠가는 하염없는 추락과 끝모를 절망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후반부 변호사 태너 볼트가 닉 던에게 던지는, 너무 사소해서 헛웃음까지 나오는 이미지 세팅에 대한 조언들은 평판을 위해 내면을 희생시키는 인간의 우스꽝스러움에 대한 통렬한 풍자인 셈이다. 영화가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의 흐름에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영화적 쾌감도, 한편으론 이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꽤 의미심장하다.


<나를 찾아줘>는 닉의 시선, 에이미의 시선, 그리고 제3의 시선 등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여전히 물음표는 존재한다. 에이미가 어떤 사람이며, 닉과 에이미가 어떤 결혼 생활을 이어갈지 예상하는 건 끝까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걸 다 헤아리는 건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헤아릴 수 없기에 타인과 관계를 맺는 모든 순간에 잠재적 공포가 피어난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의 살벌한 전모가 모두 밝혀지고 난 뒤에 그 사건이 걸어온 길 위에 다시 일상이 자리한다는 것. 사랑하는 (혹은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의 얼굴 위로 뜨는 "무슨 생각해?", "기분이 어때?", "우린 왜 이렇게 된 걸까?", "우린 어떻게 될까?" 같은 질문들이, 그 사람의 얼굴을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얼굴이 아니게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맺는 관계의 확실성에 대한 의문이 자아내는 공포. 당장 집을 나서고 전화기만 켜도 돋아날 수 있는 공포. 영화가 끝난 뒤에서야 시작되어 언제 잦아들지 모르는 공포. 그래서 <나를 찾아줘>는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근래 본 영화들 중 가장 무섭다. 이토록 무섭고도 세련되고, 치밀하고도 파워풀한 스릴러를 완성한 데이빗 핀처를 그저 무한 찬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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