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그 남자 잘 살고 있을까?(스포일러 있음)
작품성을 갖추려는 현대 영화들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 - 사실은 두뇌 풀가동이지만 - 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결말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나를 찾아줘"(원제 : Gone Girl)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렇다고 느껴진다. 어찌 보면 막장 드라마를 품격있게 포장해 둔 것 같고, 어찌 보면 심리 스릴러물의 극단까지 밟은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재밌게 즐겼고, 여러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시작 - 결혼생활에 관한 잔인한 초상
망가진 결혼생활들의 흔한 현상 중 하나가 남편의 무관심, 무능, 안이함이다. 성취의욕도 없이 막연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은 허영에 찬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기 딱 좋다. 아내는 결혼 전에 흔해빠진 다른 기혼녀들처럼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내조의 여왕처럼 자신의 모습을 억지로 남편에게 맞춰갔으나 결혼 후에 그녀는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다. 아내는 결혼한 남자들의 습성을 간과했고, 남편은 아내의 야망을 알지 못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한국속담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영화의 처음은 한 남자의 무능한 안일함이 두드러진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자신의 발목을 잡을지 감도 잡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닌다. 여자의 다이어리 내용이 읽혀지면서 결혼생황이 가져다 준 실망의 크기를 가늠하기 시작하고, 극단의 복수를 꿈꾸는 아내의 모습이 보여진다. 하지만, 그녀 역시 현실을 잘 알지 못했다.
남편과 아내는 다시 만나기 전까지 현실을 충분히 배워가기 시작한다. 아둔한 남자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도 내일 같지만, 집요한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많은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댓가를 치뤄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녀의 방식
일반적인 부부싸움이거나 그보다 조금 더 나아가는 지독한 방법은, 그래봐야 돈을 노리고 남편을 죽여 잃어버린 자존심과 경제력을 회복하려는 것이 상식적(?)인 수준이었다. "어메이징 에이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1989년에 나온 "장미의 전쟁"(The War Of The Roses)처럼 남편과 아내가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영화는 이미 있어왔다. 그렇지만 "나를 찾아줘"처럼 싸이코패스의 본성이 드러나는 듯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었나 싶다.
일차적으로 아주 생소한 팜무파탈이다. 남편이 성공하길 기다리며 내조하지만, 실패했다. 복수하기 위해 괴롭히려 했으나 그것마저 실패하자 남편은 한심한 작가에서 유명인사로 변하게 되었다. 물론 그녀의 엽기적인(?) 내조(?) 덕분이다. 원래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던 찰라에 벌어진 쓰디쓴 교훈덕분에 그녀는 완전체 싸이코패스로 거듭나고 있었다.
진실을 아는 남편과 지인들 그리고 관객들..
아내인 에이미 던이 피묻은 옷을 입고 택시에서 내려 남편인 닉 던의 품에 우아하게 안기는 순간부터 영화의 모든 재밌는 요소들 - 스릴러, 서스펜스, 코미디, 범죄 - 이 조합되기 시작된다. "나를 찾아줘"는 아주 훌륭한 스릴러 영화다.
영화 초반에는 남편이 진짜 범인일지 관객도 알 수 없게 하면서 스릴감을 주다가, 덥썩 아내가 등장하면서 허탈하게 만든다. 그러다가 아내의 복수가 성공할지 아니면 자멸할지 궁금하게 만들다가 마침내 남편도 알고, 아내도 알고, 지인들도 알고, 관객들도 다 모든 정황을 인지하게 된 상황에서도 스릴감이 발생하도록 만든다. 대개 스릴러는 관객은 다 알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르거나, 주요 등장인물들만 뭔가 아는 것 같고 관객들은 모르는 상황에서 발현된다.
남편은 아내가 위험인물인줄 안다. 형사 역시 알고, 변호사 역시 알고, 쌍둥이 여동생도 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 미친년은 이제 무슨 짓을 벌일까
몸값 비싼 변호사가 던지는 한 마디는 그렇게 얄미울 수 없고, 유일하게 유능해 보이는 여자 형사는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 쉽게 사건을 포기한다. 남편의 좌절은 이만저만 아니다. 영화 시작부터 남편을 괴롭히던 덜떨어진 미디어는 끝끝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진실을 파헤치지 않고, 영리만 추구하는 미디어의 모습을 비판하는 영화의 외침은 이제 별 특별한 메시지가 되지 못한다. 영화에서는 그냥 부부사이의 일은 누구도 몰라 정도의 수준이다. 미디어를 통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망상에 더 가깝다.)
남편은 어떻게 살게 될까
미디어 덕분에 남편의 모습은 여러가지로 비춰진다. 미디어 덕분에 사실상 스톡홀름증후군(인질범에게 동조하는 인질의 정신상태)같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억지로 정당화하고, 자신의 희망을 남편에게 강요하는 아내와 함께 살아가겠다는 남편의 모습때문인데, 온갖 거짓말, 가식, 잔인함을 지켜봤던 남편이 단지 임신을 했다는 아내의 주장만(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었다.)을 믿고 결혼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남편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남편이라면 아마도 실제 아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망쳤을 것이라고 보는 편이다.(나중에 준비가 되면 와서 아이를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하지만, 스톡홀름증후군이라고 보기에는 아내의 뜻에 동조할 것 같지도 않다. 이 엔딩을 영화의 가장 처음부분과 연관시켜보면 꽤 재밌다. 관객들이 영화의 앞부분에 남편에 대한 의심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바로 남편의 첫 독백부분 때문이다. 사랑스러워 보이는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꽤나 무서운 대사를 읊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남편이 진지하게 고민하며 머리 속으로 읊조릴 대사일까?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남편이 과연 아내의 살아가는 위험성을 모르고 그런 결정을 했을까? 아니면 도망쳤을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험악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 두려워 남은 것일까?
영화의 마지막 모습은 불행이 뻔히 예견되는 결혼생활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남편의 딱한 모습일수도 있고, 아내의 수준으로 발전(?)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생각의 끝에서..
온갖 생각이 이어졌지만, 사실 어느 것 하나 확신하지는 못한다. (그런 것에 비해 글내용이 너무 단정적이라고 지적한다면 스스로 이만한 분량의 게시글을 쳐보라고 하고 싶다. ~한 것 같습니다. ~라고 생각해요 하며 매 문장 몇 글자 더 치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지 체험해 보기를 권한다.^^;; 영화수다에 따로 올릴까 했지만, 두뇌용량과 체력관계로 영화감상 게시판에 하나로 올린다. ^^;;)
온갖 방향으로 가지를 뻗을 만한 다양한 단서들과 화면구성들을 보여주면서도 영화상의 여러 헛점들 - 남편이 주문한 물건이 창고에 쌓일 때, 배달한 사람이 누구에게 싸인을 받았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아내가 병원에 있을 때 FBI는 여자 형사의 현명한 질문들을 억지로 무시한다. 미디어의 속성 때문에 한 수 접고 들어간다고 보기에는 너무 생각이 없다. 등등 이 밖에도 IMDB 페이지를 보면 여러 부분을 알 수 있다. - 이 보는 동안에는 전혀 거슬리지 않는 놀라운 연출력과 편집능력을 과시한다.
다시 얘기하자면 좋은 영화일수록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영화를 찍고 연출하고 짜맞춘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래서 감독들 중 다수가 관객의 해석에 크게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감독이 관객들에게 왈가왈부해봐야 좋을 것도 없을 것이다. "나를 찾아줘"는 결혼생활, 사이코 패스와 범죄심리 등등으로 분석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
**** 덧붙이면, 그들의 연기..
영화를 보고난 직후에는 벤 에플렉과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가 훌륭했다기보다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연출이 좋았던 것 같다고 생각됐다. IMDB 트리비아와 Goof를 읽고 나니 생각이 좀 바뀌었다. 발번역이므로 가급적 "번역은 셀프"를 권장합니다. ^^;;
In order to figure out his character, Ben Affleck researched and studied several men who were accused and convicted of killing their wives. He paid particular attention to Scott Peterson.
Rosamund Pike claimed that per David Fincher's request, she and Neil Patrick Harris spent two hours on set, completely alone, rehearsing their sex scene.
- 출처 : IMDB. http://www.imdb.com/title/tt2267998/trivia?ref_=tt_trv_trv
밴 에플렉은 캐릭터 연구를 위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몇몇 남자들을 조사하고 연구했고 특별히 스콧 패터슨에게 집중했다고 한다.
(의심받으려고 별 짓을 다하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요청때마다 닐 패트릭 해리스와 단 둘이 섹스씬을 2시간씩 고립되어 사전연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럴 용의가 있다. ㅋㅋㅋ)
아이는 정자 폐기 서류가 있었기땜에 사실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에이미의 마지막 무기죠.그전까진
벤 에플렉도 더이상 같이 못산다고 했으니까요.근데,에이미가 아이가 너를 증오하게 만드는건
간단해라고 했던가 그러자 포기하죠.벤 에플렉은 에이미의 상대가 되기엔 약질 못한거죠.
아이를 포기하고 혼자서라도 살아야 했었는데 말입니다.근데,뭐 돈도 없고 해꼬지가 다른
사람에게 향할 것도 생각하고 그랬겠죠.얘도 좀 이상하다고 저도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