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Red Carpet, 2013) - 그러니까 이건 홍보의 문제
※ 본 리뷰 전체가 스포일러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사전지식이나 정보 없이 봐야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그치만 우리는 그렇게 아무런 정보 없이 상영관에 입장했다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 딴판의 영화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오늘 씹어볼 영화 <레드카펫>이 바로 그런 영화였지요.
라고 분명 이 영화의 줄거리는 설명되어 있습니다. 줄거리만 읽으면 대충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섹시코미디' 로 보이고, '근데 우리 무슨 영화 찍어요?' 라는 포스터 문구와 야릇함을 강조한 영화의 티저 예고편만 놓고 보면 '톱 여배우를 속인채 에로영화 촬영 프로젝트에 돌입하며 벌어지는 소동극' 정도의 내용이 유추 가능합니다. 문제는 영화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을 꺼내놓는다는 겁니다.
<레드카펫>은 섹시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은 '훈훈하고 잔잔한 코믹드라마'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오프닝 시퀀스부터 에로영화 촬영장을 과감하게 공개하며 시작한 영화는 은수와 정우의 러브라인이 물결을 타며 오프닝의 후끈함을 점차 잃어가지요. 그렇다고 은수와 정우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냐면 그것도 아니예요.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기면서 둘은 멀어지게 되니까요. 그럼 그 영화의 자리를 채우는 진짜 알맹이는 뭐냐구요? '꿈을 이루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애환'이지요. 코미디와 로맨스는 그를 보조하는 장치들이구요. 오프닝에서 '영화제에서 자신의 영화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는 정우의 꿈' 장면이 먼저 등장하고 뒤이어 에로영화 촬영장 신이 등장한 것을 놓고 보면, 영화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애초부터 전자쪽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그렇다고 <레드카펫>이 재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예요. <레드카펫>은 잔잔한 흐름 속에서 때로는 유쾌하게 웃을 수도 있고 후반부에 가서는 감동을 느낄 수도 있는 영화예요. (저는 크게 감동받진 않았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진짜 메시지도 좋았어요. 현실의 벽은 높지만, 자신이 진짜 원하는 꿈에 다가서는 청춘들의 애환이 잘 녹아있구요. 그래서 '어릴적 꿈이 4대 보험은 아니었지 않느냐'는 말이 참 인상깊었네요. 윤계상씨 연기는 무난무난했고, 고준희씨는 개인적으로 <결혼전야>때가 더 좋았고. 코미디를 담당한 오정세-조달환-황찬성 트리오의 코믹연기가 영화의 활력소가 되어주었어요.
총평은 예상했던 결과물과 전혀 달랐기에 조금 지루하기도, 유치하게 느껴지는 요소들도 있었지만 입가에 미소짓게 만드는 그런 귀여움이 있는 영화였다는 거. 더불어 영화의 제목이 왜 <레드카펫>인지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알게 되실거라는 거. 후끈하진 않지만 청춘을 향한 따듯한 시선을 가진 영화 <레드카펫>이었습니다.
※ 영화의 감독인 박범수 감독님이 실제 다수의 에로영화를 찍은 감독님이었군요! <레드카펫>은 감독님 본인의 자서전 같은 영화가 아닐까요?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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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니 왜 홍보를 그딴식으로!' 했더랬죠 ㅎㅎ... 요즘 개봉중인 한국영화중에서도 수위에 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다소 전형적이긴 하지만) 깔끔한 상업영화더군요~
전 보면서 '봉만대 감독이 보면 울지도? 아니 혹시 봉만대 감독 이야기인가?' 하면서 봤는데 박범수 감독 자신의 이야기였군요!
박범수 감독님이 에로영화 촬영장의 디테일을 잘 살렸죠? ^^
카사노바를 뺀 <내아내의 모든것> 비슷하게 나왔을 것 같아요. <내아모>를 워낙 재밌게 본지라 ㅠㅠ
제가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못 봤는데....
역시 무난~하니 고만고만하게.. 깨알같고 귀엽고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깔끔한 상업영화. 인 것 같아요 ^^;;
(오리지널은 최진실이 최고였는데, 신민아는 거기에 못 미치는 반면 개인적으로는 조정석이 더 볼만한 거 같구요 ^^:;;;;;)
별루 치면. 두개반정도? ㅎㅎ
저도 이 영화 블라인드 시사회로 영화를 봤었는데 보면서 오래간만에 재미있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이 진짜 '왜 홍보를 이렇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ㅜㅜ 저도요! 처음에 보기전에는 아.. 이상한 19금일려나 했는데 재미있었거든요
저는 포스터도 마음에 안들고 영화 소개하는 줄거리도 마음에 안들었어요ㅜㅜ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