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를 보고(스포없음+GV 게스트 실망)
지난 28일 일반 시사로 인터스텔라를 관람하였습니다. 관람 후 바로 후기 쓰지 않고 좀 차분히 흥분을 식히고 남깁니다.
우선 이 영화가 과도한 기대에 부응하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만장일치로 박수 칠 영화냐? 아닙니다. 그럼 인셉션 마냥 다시 보게되고, 토론하고 이야기 될 영화냐? 그렇습니다.
이 영화가 정말 흥분되고 재미있는 점은, 실제 물리현상을 적극 활용하여 단지 배경으로만 삼은 것이 아니라 서사에 큰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인간이 인지하는 직관적인 자연현상(모두에게 시간은 동일하게 흐른다 등등)은 틀린거잖아요? 아이슈타인에 의해 우주적인 스케일로 가면 인간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러니까 당연하다고 여기는 자연현상이 비틀어지는데 그 점을 잘 활용했고요. 이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참 많은 이야기거리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럼 감독이 말한, 스필버그스런 감상주의적 내용은 어떤가? 여기에 있어서는 많은 실망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안좋게 말하자면 참신함(가족적 내용만 따졌을 때)은 떨어지고, 지나치게 신파가 아닌가? 말할 수 있다는건데요. 제 생각에는, 위에 말한 물리현상이 중요한 기능을 하고, 때문에 참신하지 않는 것은 동의하기 힘듭니다. 다른 영화가 마법이나, 판타지를 통해 할 이야기를 진짜 물리현상으로 이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여튼 스포일러를 피해 이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대단히 분석적으로 보다가도, 특정 순간에 매튜 매커너히의 연기에 온정신이 무장해제 되면서 최루탄을 맞은 경험을 했습니다.(옆에 여성 두 분이 흐느낀 것도 한몫했어요.) 지금 너무 과도한 기대 때문에 되려 영화가 온전히 사람들에게 보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인데, (물론 가벼운 영화가 절대 아니지만) 지금 분위기를 타고 너무 영화를 방어적으로 본다면, 이 또한 보는 사람 손해이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온갖 영화가 다 떠오르지만, 이 영화만의 독보적인 매력과 내용이 충분하고요. 물리학(검증된 현실)이 구현된 내용은 경이롭고, 불확실하지만 가능할 것도 같은 떡밥은 흥미롭고, 곳곳에 흥미로운 요소와 재미가 넘쳐납니다. 저는 그저 매튜 맥커너히의 믿음직한 얼굴 풀샷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네요.
ps. gv는 정말 최악이었는데요. 말이 많았던 질문자 때문이 아니라, 게스트 두 분 때문이었습니다. 이동진씨가 진행한 나를 찾아줘 gv(표창원 교수님 말고)보다 더 안좋았습니다. 영화사에서 gv 준비할 때 최소한 한 명은 영화에 대한 지식, 혹은 진행이 유창한 사람을 써야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는 게 많다고 말을 잘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그 두분은 영화적 교양이 뛰어난 분들은 아니잖아요? 그 점에서는 수준이 관객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적으로는 함부로 말씀하시고, 과학적으로 쓸데 없는 이야기 (뇌과학, 로보틱스 등)만 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또 안들려줘요. 본인들이 안다고 관객들도 안다고 생각하신듯. 정말 중요한 중력이나 블랙홀에 대한 이야기는 "킵 손이라는 권위자가 참여한 영화라 함부로 말 못한다"입니다. 그럼 이 분들 왜 나오신건지? 모르는건 쉽게 말하고 아는건 말 안해주고. 황당하고 또 황당했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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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최루탄' 대목은 저도 울컥 했었어요.
GV에 대한 말씀에 어느정도 감이 가는데, '현역 과학자라는 타이틀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영화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로 느껴진 게 사실이거든요. 다만 두분 모두 딱히 깊이있게 뭔가를 파고 드실 수도 없었을 거라는 점과 나름 영화 안팎의 이것저것들을 사전에 찾아보고 오셨다는 느낌, 학술적인 쪽으로만 접근하면 딱딱해질까 싶어 나름대로 가볍게 가신 것 같다는 점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으음?? 다른 곳에서는 gv 괜찮았단 글을 봤어가지고 ;ㅁ;
말씀하신 그 이동진 gv에 나오셨던 분보다 안 좋았다면 어떤건지 살짝 감이 오긴 하는 군요..(저도 그 분 말씀이 좀 별로였어서..;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