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A] 테스 (스포 유)

79년 작으로 재개봉 예정인 테스를 보았다.리마스터링판이라는데,애초에 조명보단 자연광을 주로 썼는지
생각보다 쨍한 화면은 아니었지만 외려 그래서 낡은 느낌도 안났다.장면장면이 그 시대의 회화를 보는
듯하다.수많은 테스 영화가 있지만 아무래도 로만 폴란스키판 테스가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난 그 이유가
의외로 현대적인 테스라는 여성상 때문인 것 같다.테스는 순결로 대변되는 인습의 희생양같은 이미지지만
이 영화에서의 테스는 매번 벽에 부딪히면서도 일어서고야마는 오뚝이같은 이미지로 다가온다.영화에 유독
테스의 강도 높은 노동 장면이 나오는건 그래서가 아닐까.그런 그녀가 고개를 숙이는건 가족들 때문이다.
알렉은 그걸 자존심이라고 했지만 글쎄,자존심도 있겠지만 더 복잡한 감정인 것 같은데,표현이 안되네.
테스를 불행에 빠뜨리는 알렉이라는 캐릭터도 그냥 나쁜놈이라기엔 또 그렇다.강간 장면도 이게 알렉의
억지만이라기엔 그랬고 노동에 시달리는 테스를 찿아와 남편은 뭐하고 있느냐란 말도 헛말 같지는 않았다.
로만 폴란스키가 왜 테스란 세계 명작을 영화화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테스의 등장인물들은 로만
폴란스키가 군침을 흘릴만한 복합적인 인물들인 셈이다.

뭐 맨슨 패밀리에게 잔혹하게 죽은 아내 샤론 테이트가 생전에 로만 폴란스키에게 테스를 권하기도 했다고
한다.그래서 오프닝 크레딧 마지막에 샤론에게 바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마음 아파지는 부분이다.
모든 불행의 원인은 따지자면 테스의 아버지에게 헛바람을 불어넣는 목사가 아닐까.목사,아버지,알렉,
앤젤..테스를 불행으로 몰아넣는건 오로지 남자다.인상깊었던 장면,테스와 헤어져 브라질로 떠나는 앤젤이
마침 신혼부부를 찿아온 농장의 여자에게 같이 떠나지 않겠느냐고 하자 승락하는데,나를 사랑하느냐란
앤젤의 말에 당신을 사랑하지만 테스만큼은 아니다란 말.이때 앤젤이 이 말 듣고 정신을 차렸어야 되는건데,
여자말 들어 손해볼게 없건만 어리석은 남자들이여! 갈데없는 테스를 반가이 맞아주는 것 또한 농장의 옛
동료.같은 남자를 사랑했기 땜에 테스를 미워할수도 있었을텐데..그러나 이 여자들은 약자였다.테스보다
나을것도 없는 처지.예전에 TV에서 잠깐 테스를 봤을때 인상깊었던 장면이 직접적인 살인 장면이 없이
천장에 피가 번지는 것을 밑에 층 사람이 보는 장면이었는데,다시봐도 참 호러스럽고 로만 폴란스키다운
연출이었다.그 시절의 여신 나스타샤 킨스키는 각도에 따라서는 나스타샤 킨스키가 생각보다 별로였는데
싶긴 하지만 뒤로 갈수록 여신은 여신이구나 싶다.원작의 사형집행 깃발이 올라가는 결말대신 경관들에게
당당하게 끌려가는 테스의 모습으로 끝나는 영화의 결말 또한 박복한 여자대신 인습에 항거한 여자의 이미지를
짙게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