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리벤지] 황량한 사막 속에서 빛나는 매즈 미켈슨의 쓸쓸한 눈빛
'웨스턴 리벤지'를 보고 왔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매즈 미켈슨이나 에바 그린을 꽤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웨스턴 리벤지'는 사실 그닥 안땡겼던 게 사실입니다. 아마 이 영화의 포스터만 보고, 약간 급이 낮은 영화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생겨서 그랬던 것 같은데, 어쩌다 개봉 전에 '웨스턴 리벤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시간도 딱 맞아서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두 배우가 나오는 서부극이라는 사실 외에는 영화의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관람했는데, 영화를 보기 전 제 생각과는 달리, 영화가 꽤 괜찮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7년만에 만난 아내와 아들을 눈 앞에서 잃은 존(매즈 미켈슨). 모든 것을 잃은 존은 범인을 처단하게 됩니다. 마을의 절대 권력자 델라루(제프리 딘 모건)은 하나뿐인 동생을 죽인 존을 잡기 위해 마을을 공포에 몰아넣고, 이를 기회로 마델린(에바 그린)은 잔혹한 델라루에게서 도망치려 합니다. 과연 존의 복수극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마델린은 델라루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웨스턴 리벤지'는 서부극이지만 그저 폼만 잡지 않고, 각 캐릭터가 살아숨쉴 수 있도록 각자 사연을 부여했다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이라고 하면 아들을 잃은 존, 동생을 잃은 델라루, 남편을 잃은 마델린, 그리고 델라루의 폭정에 벌벌 떨고 있는, 시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을텐데요, 9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동안 각각의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정당성 부여부터 영화의 결말까지 인상적으로 이끌어낸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었습니다.
게다가 다다른 존이라는 인물이 겪게 되는 극한의 상황, 그리고 거기서 어떻게 복수에 다다르게 되는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초, 중반 존의 억울한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놓았다가 영화의 마지막 그의 감정이 폭발할 때 카타르시스가 제대로 느껴졌는데요, 존이라는 인물의 감정이 극에 다다랐을 때 벌어지는 영화의 라스트 총격 시퀀스가 더더욱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단지 존과 델라루라는 인물의 1:1 대결에서 그치지 않고, 마델린과 시장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까지 싸움에 끼게되니, 영화의 대결 구도가 훨씬 흥미로웠고 풍성해졌던 것 같습니다.
매즈 미켈슨은 상남자 포스를 풍기면서도, 고독한 느낌을 참 잘표현해내는 배우인 것 같습니다. '더 헌트'에서의 느낌이 강해서일까요? 억울한 느낌을 세련되게 표현하는데에는, 매즈 미켈슨만한 배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미국 사막을 배경으로 하면서 굳이 왜 덴마크 배우를 캐스팅했나 싶었는데, 실제로 '웨스턴 리벤지'는 덴마크 영화며, 그의 캐릭터를 덴마크 출신 미국인으로 부여했더군요. 에바 그린은 매즈 미켈슨 포스에 다소 묻힌 감이 있는데, 늘 팜므파탈적인 모습만 봐오다가 갖은 수모도 묵묵히 참아내는 벙어리 캐릭터를 오랜만에 보니, 다소 익숙치 않아서 그랬을까요. 오히려 악역인 제프리 딘 모건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처음 보는 배우였음에도 그의 강렬한 인상이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네요.
이 영화는 미국 사막이라는 공간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헐리웃에서 촬영하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들어서 남아공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미국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들긴 했으나, 적은 제작비 여건에서 최상급의 효과를 낸 것 같아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서부극 영화이었는데 꽤 괜찮은 오락물로 나와서 좋네요. 황량한 사막 속에서 빛나는 매즈 미켈슨의 쓸쓸한 눈빛, 그리고 그의 복수극까지 모두 인상적인 영화, '웨스턴 리벤지'입니다.
그저 그런 서부극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급 땡기게 만드는 글 솜씨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