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의 '2001야화'- 2014.10.28.CGV용산
안녕하세요.
적어도 지금까지 접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 모두 제게 흡족스럽고 좋았던 것과는 별개로 결코 '세련되었다'곤 못 하겠는데,
<인터스텔라>를 보며 그런 생각을 새삼 했더랬습니다.
대세니 유행이니 하는 쪽과는 일부러 거리를 유지하고 투박한 만듦새를 밀어붙이면서 얻어내는 인상적인 장면들과
작품의 정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순간이야말로 놀란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놀란 감독의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 평가가 박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심히 공감이 갑니다.
가깝게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그랬듯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한발짝 떨어지고 나면
영화를 보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커다란 구멍 등이 느껴지기 때문일 겁니다.
<인터스텔라> 역시 그런 놀란 특유의 투박함으로 가득합니다.
여느 요즘 영화들처럼 소위 쨍한 느낌과도 거리가 있고, 작품에서 줄곧 유지하고 있는 정서 또한 구식 혹은 신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 투박함에서 느껴지는 현실감 때문인지 일견 한세대 쯤 전의 이슈라고도 여겨지는 '우주'라는 소재를 다루는 스케일과 표현 방법이
더한층 압도적으로 다가오며,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옆자리 여성분은 줄곧 눈물을 훔치고 있더군요)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광대한 우주와 인간의 대비라는 면에서는 이 방면의 걸작인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범우주적인 스케일에 맞설 만한 존재감으로 부각되는 것이 인간의 정서라는 측면을 보면 <콘택트>를 떠올리게 되는데,
<인터스텔라>가 우리 시대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도달했는가에 대해서까진 잘 모르겠으나
전 최소한 현 시점의 <콘택트>라 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충분히 성취했다고 봅니다.
냉정히 생각하면 어딘가 맞지 않는 앞뒤관계나 설정상의 오류(혹은 '영화를 보면서는 그냥그냥 넘어갔는데 저게 뭔 소린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지는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싶은 부분들)가 적지 않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우주의 경이로움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그런 단점들을 덮고도 남으며,
'예전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를 꿈꿨지만 지금은 지구에 발이 묶여 있는' 시대를 살면서
다시한번 날개를 다는 상상을 하게끔 만드는 작품임에 틀림없거든요.
그게 쓸모있는 일이건 쓸모없는 일이건간에.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봤는데, <인터스텔라>는 투박하다기보다는 우직한 영화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EST였어요.
*덧1: 주인공 쿠퍼의 딸인 머피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가 참 마음에 들어 찾아보니 에드워드와 벨라의 딸이더군요.^^
(아니 르네즈미가 그새 저렇게 참하게 컸단 말인가!)
*덧2: 제목에만 적어놓고 본문엔 언급을 안 했는데, 제게 <인터스텔라>와 가장 가까운 다른 콘텐츠를 거론하라면
호시노 유키노부의 만화 <2001야화>라고 생각합니다. <2001야화>를 스크린으로 옮기면 <인터스텔라>가 될 것 같아요.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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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2001 야화 실사판 보는 기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