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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2

sattva
1587 0 1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덤으로 1편의 스포일러도... 그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BeneathApe.jpg





60,70년대는 지금처럼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영화를 찍던 시절은 아니죠. [혹성탈출]은 속편같은 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그 유명한 라스트신도 원작에는 없었는데 [환상특급]의 로드 설링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들어가게된, '[환상특급]식의 반전'이었죠. [환상특급]의 매 에피소드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 뒤통수치기는 그냥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 들어가는 거지 그 뒤로 또 어떻게 되었을지 하는 건 원래부터 중요하지 않은 거잖아요,

그렇지만 그 충격적인 라스트신이 [혹성탈출]을 엄청난 대히트작이자 불멸의 영화로 만들었죠. 그렇다면 속편이 나올 수밖에...
제작자들은 뒷 이야기를 만들면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길을 택했습니다. 유인원들 밑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던 인간들이 봉기해서 '유인원행성'이 '인간행성'으로 바뀐다는... 그렇지만 제작도중 이런저런 사정들 때문에 이 아이디어는 폐기됩니다.

제일 큰 걸림돌은 주인공인 찰턴 헤스턴이었다고 해요. 이 세계에서 인간들을 이끌어 혁명을 일으킬 인물이라면 '유일한 문명인' 테일러 밖엔 없는데 그 테일러-찰턴 헤스턴이 속편에 도통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거죠. 제작진들이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헤스턴은 출연허락은 했지만 조건을 답니다. 카메오 수준으로 영화 시작과 끝부분에 얼굴만 비치겠다는 거였죠.

주인공이 나오지 않겠다니... 할 수없이 새 주인공을 만들어냅니다. 근데 이 새 주인공이란 인물은 그저 테일러의 부재기간 동안에 잠시 땜빵해주는 대역에 불과했어요. 배우까지도 찰턴 헤스턴을 닮은 사람을 캐스팅했죠.

테일러가 출발했던 20세기에서는 테일러 일행의 우주선이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종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 2팀이 조사하기 위해서 출발했다고... 그런데 두번째 우주선이 우연히도 테일러 일행의 우주선과 똑같은 코스를 답습해서 테일러 일행의 우주선과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에 불시착합니다.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간신히 혼자 살아남은 브렌트(새 주인공)는 우연히도 전작에서 테일러와 함께 떠났던 여성 노바와 만나게 되죠.

이렇게 우연이 남발되는 데다, 노바가 테일러와 관련이 있다는 걸 브렌트가 알아보게되는 장치로 전작에는 나오지도 않았던 테일러의 개목걸이가 등장하는 등(단순히 전작에서 화면상 나오지 않았던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테일러가 그 개목걸이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전작의 내용이 완전히 뒤바뀌어야만 할 정도-테일러가 다른 인간들과 다른 존재라는 증거-로 심각한 설정파괴 아이템입니다.) 이야기는 걍 편의주의로 달립니다.

전체 내용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전작에서 테일러가 알아낸 진실을 브렌트도 알아내게 되는 과정입니다. 말하자면 [혹성탈출]의 미니버전 리메이크죠. 관객 입장에서는 이미 다 아는걸 다시 반복하는 거예요. 여전히 편의주의로 일관하고 있어서 브렌트와 노바는 어디서 닌자 수업이라도 받았는지 유인원들의 도시 여기저기서 꼭 자기네들이 필요한(알아야할 정보가 있는) 곳만 골라서 들키지도 않고 유유히 휘젓고 다닙니다. 중간에 한번쯤은 붙잡히기도 하지만 그거야 유인원 과학자 지라와 코넬리우스(시리즈 전체의 진짜 주인공)에게도 출연분량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잡혀준 거고...

영화의 반정도를 전편의 재탕-리메이크로 때우고는, 브렌트 일행이 '유인원 행성의 지하'(영화의 원제)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브렌트가 아닌 테일러가 노바와 함께 지하도시를 발견해야하는 거였어요. 헤스턴이 튕기는 바람에 브렌트라는 인물이 대신 지하도시까지 노바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거죠. 테일러는 지하도시에 들어가기 전에 격렬한 저항에 부딛혔지만 브렌트는 '그냥' 들어간 걸로 봐서도...

막판에 진짜 주인공인 테일러가 다시 등장하면서 브렌트의 존재는 의미가 없게됩니다. 사실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도 헤스턴이 언제 다시 나올지를 기다리며 보고있었던 셈이고... 영화 내내 죽어라 뛰어다녔는데 몇분 나오지도 않는 테일러한테 묻혀버리게 되다니 그야말로 지못미...인데... 어쩔 수 없죠. 처음부터 그럴 운명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니... 이후에 나온 속편에서도 테일러는 가끔 언급이 되지만 브렌트는 무시당합니다.(제임스 프랜시스커스님 지못미...)

지하가 배경이 되면서 본격적인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여기서 바탕이 되는 아이디어나 설정은 재미있습니다. 20세기 문명의 후예들이 지하에 생존하고 있었다는 거죠.(아이디어 자체는 [타임머신]의 미래인들 설정을 변형한 것 같기도 하지만...) 지상과 지하의 대조, 그 사이에낀 테일러의 갈등, 쇄락해버린 인류문명의 묘사등 재미있는 거리가 많죠.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대략 한시간반쯤 되는 영화 상영시간 중에 후반 절반정도 밖에는 안되는 분량에 밀려있으니 아무래도 볼륨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하문명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을 들여서 디테일한 묘사를 좀 해줬더라면 좋았을 것같아요.

여기 나오는 폭탄을 신으로 모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실은 어려서 이 영화를 처음 봤을때는 유치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나이 좀 먹고 보니까 달라보이네요. [혹성탈출]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종교에 대한 풍자를 깔고 있죠. 전작에서는 자이우스 박사로 대표되는 극렬한 원리주의자들이 자신들의 믿음과 상반되는 진실을 은폐하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 속편에서 나온 폭탄교 교도들은 종말론에 빠진 광신도들의 모습입니다. 양측이 다 사람(또는 유인원)들이 종교적 맹신에 빠지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죠. 결국 두 세력간의 전쟁으로 애먼 존재들만 영문도 모르고 피를 보게 되는....

결말이 참 허무합니다. 테일러씨는 지상의 유인원들과 지하의 인간들 양쪽에 다 실망하고 빡쳐서는 스위치를 눌러버린 건데... 그냥 스위치 하나 눌렀을 뿐인데 그걸로 별하나가 사라져버립니다. 그 별에 살고있던 다른 수많은 생명들은 졸지에 뭐가되는 겁니까. 너무 무책임하기 짝이 없죠. 그렇지만 영화가 나왔던 당시에는 정말로 어느 순간 세상이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그런 공포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었죠. 그러한 공포는 영화 중간쯤에 브렌트의 입을 통해 노골적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놈들이 정말로 저질러버렸구나!"


전작에서는 인류문명이 왜 쇄락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었는데 여기서 브랜트의 입을 통해서 핵전쟁이었다고 간접적으로 선언한 겁니다. 더 나아가서 막판에는 인류의 문명 정도가 아니라 별 자체가 소멸되어 버린다는 아주 강한 수를 던진 거죠.


정말로 언젠가 저질러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지금은 전면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져서 그러한 공포감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느긋하게 마음먹고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공포감이 줄어든 대신에 그자리를 채우는 건 허무감이예요.

이런 막장 엔딩(더 이상 갈데가 없으니 글자의 뜻 그대로 막장)을 주장한 것도 헤스턴이라고 하네요. 원래 영화쟁이들이 생각한 엔딩은 테일러가 노바와 함께 지상으로 탈출해서 인간들을 구원하는 거였다고 해요. 헤스턴님 께서는 아예 확실하게 끝장을 내버리면 더 이상 속편이 나올 수 없을테고 따라서 속편에 출연해달라고 들볶일 일도 없을거라고 생각하신듯... 그렇지만 정말로 진지하게 그렇게 주장했다기 보다는 아마도 반쯤 농담으로 꺼낸 말이 아닐까싶어요.


그런데, 그 막장 엔딩이 실제로 채택되었습니다. 헤스턴이 테일러는 죽어야한다고 못박은 탓에 테일러가 구세주가 된다는 안은 폐기할 수밖에 없고,(그럼 브렌트한테 그 역할을 주었어도 되었을텐데 안한 걸 보면... 제작진이 처음부터 브랜트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소리...) 전작이 쇼킹한 엔딩으로 이름을 날렸던 만큼 그 이상가는 쇼킹한 엔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였겠죠. 예, 뭐... 이 이상 쇼킹한 엔딩은 없었을테니...

그렇게 해서 더이상 속편이 나올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되었지만... 헐리우드가 어떤 곳입니까. 결국 속편은 나왔습니다.(뭐... 소원대로 헤스턴 어르신은 더이상 출연하지 않게 되었지만...)


sattva
46 Lv. 395329/40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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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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