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관련...?
코에이라고 하면 국내에서는 '삼국지 하나만 징하게 우려먹으면서 먹고사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 코에이가 '일본 최초로 성인용 소프트웨어를 만든 회사'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죠.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에서의 현재의 코에이의 이미지에 비추어 봐도 상당히 의외로 여겨질 일입니다.
그렇지만 당시에 코에이는 그쪽으로 아주 적극적인 회사였습니다.
코에이가 1982년에 발표한 '나이트 라이프'는 게임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처음으로 나온 '성인전용'프로그램이었다고 합니다. 부부생활을 보조하는 각종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해요.
사실 성인용 게임-에로게(임)는 '나이트 라이프'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성인용 소프트웨어를 제품으로 만들어서 판매한 것은 '나이트 라이프'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 컴퓨터 게임 초창기에 에로게를 처음 만들어낸 업체들이 허드슨, 코에이, 에닉스, 스퀘어 등등 전설적인 회사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초창기의 에로게는 가위바위보 해서 여자가 옷을 벗는다는가 하는... 게임성은 전무하다고 할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코에이는 최초로 게임으로서도 할만한 에로게를 만든 회사였다고 합니다.
코에이는 83년부터 아예 '딸기표 포르노 시리즈'라는 레이블을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성인용 게임 제작에 들어갑니다.
딸기표 제 1탄은 '단지처의 유혹'
장르는... 일단은 롤플레잉. 당시 코에이는 롤플레잉과 어드벤처 장르에도 손대고 있었고 그런 게임들을 만들던 경험이 이쪽에 투입되었습니다.(당시는 장르의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고 무척 혼란스러웠던 때라서 지금의 장르 개념으로 정의하기는 많이 애매합니다만...)
내용은 플레이어가 방문판매원이 되어서 대낮에 여자들 혼자만 있는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비즈니스를 하는것... 물론 물건만 팔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84년에 나온 딸기표 시리즈 제 2탄은...
'오란다처는 전기 뱀장어를 꿈꾸는가?'
'오란다처'라는 괴상한 말은 전작 제목인 '단지처'와 댓구를 맞추려고 만들어낸 말장난이고, 글자그대로 다시 직역(?)하면 '더치와이프는 전기 뱀장어를 꿈꾸는가?'
SF팬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그 유명한 소설을 패러디한 제목입니다.
제목만 패러디한 게 아니고...
주인공은 사립탐정. 마침 목돈이 필요한 때에 오란다상회라는 곳에서 의뢰가 들어옵니다. 의뢰 내용은 최신형 더치와이프 3기가 탈주했으니 찾아내 달라는 것. 신형 더치와이프는 너무나 정교해서 사람과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인간인지 더치와이프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테스트를 해야만 합니다.
...내용도 패러디했습니다.
더치와이프를 구분해내는 테스트가 어떤 건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게임이 나온 시기가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나온 무렵이니 원작소설 보다는 영화에 영향을 받아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필립 케이 딕 선생이 알았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났을 그런 게임이지만... 당시 제작자의 주장으로는 '더치와이프의 반란을 주제로 한 사회파 작품'이라고...
당시의 코에이가 얼마나 성인용 게임에 적극적이었는가 하는 건 딸기표 시리즈를 제작한 사람이 시부사와 코우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삼국지 게임 시작할때 맨처음에 나오던 바로 그 이름입니다. 코에이를 대표하는 전설의 게임 디자이너죠.
시부사와 코우는 바로 코에이 사장님이신 에리카와 요이치씨의 필명이기도 합니다. 사장님이 적접 나서서 에로게를 만든 거죠. 유난히 '처'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사장님은 그방면 오타쿠... '더치와이프...'에서는 사장님이 직접 그래픽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게임의 장르는 역시 일단은... 롤플레잉. 필드맵으로 구성된 도시를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npc를 만나 대화를 하고 정보를 얻어내야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어드벤처의 요소도 들어가 있습니다.
나름 건실한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에로게는 에로게죠. 만나는 여자마다 닥치는대로 테스트...를 하며 돌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코에이는 이것 말고도 에닉스와 합작한 브랜드로 정신줄 놓은 막장 에로게를 만들기도 했다는데...(자기 회사명으로 내는 건 조금 꺼림직했던지...?) 일단 코에이 명의로 발표한 건 두편입니다. 그리고 그 두편도 현재... 공식적으로는 코에이 작품이 아닙니다.
코에이는 83년에 '노부나가의 야망'이라는 땅따먹기 게임을 만들었고, 이게 초대박을 쳐서 지금까지도 코에이를 먹여살리는 밥줄이 됩니다.
85년에는 '노부나가의 야망'에 사람들 얼굴만 중국풍으로 바꿔서 재탕한 게임 '삼국지'가 다시 한번 초대박을 치면서 '노부나가'와 함께 코에이를 먹여살리는 양대밥줄이 되었습니다.
이름도 발음하기 어려운 왜놈들이 떼거리로 나와서 일본 이외 지역에서는 먹히기 힘들었던 '노부나가'와는 달리 '삼국지'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성공해서 코에이의 위상을 높여주었습니다.
'노부나가'와 '삼국지'가 히트하자, 평소에 역사시간이 되면 잠만자던 꼬맹이들이 일본과 중국의 역사속 인물들과 이벤트를 줄줄이 읊어대는 일이 속출하게 되면서, 코에이는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는, 게임업체로서는 얻기 힘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회사 이미지도 좋아졌겠다, 규모도 좀 키우기로 마음먹었더니, 과거에 만들었던 물건들이 좀 꺼림칙하더라는 말이죠. 그래서 코에이는 '나이트 라이프'에서 '더치와이프는 전기양을 꿈꾸는가'까지의 역사를 슬그머니 지워버렸습니다. 코에이의 공식 연혁에서도 해당하는 건은 삭제되어 있고, 누가 그걸 언급하면 "없었던 걸로 해주세요"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자기네들 생각에 껄끄럽다싶은 역사는 지워버리고 없었던 걸로 친다니... 마치 일본 우익들의 행태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이런 코에이를 보면서 썩소를 지을 뿐...
게임은 아니지만 '나이트 라이프'까지 쳐서, 코에이가 만든 성인물 세편은, 예전에 '노부나가' '삼국지' '징기스칸'이 코에이 역사삼부작이라고 불리던 것에 빗대서 코이에 성인삼부작이라는 (야유가 섞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satt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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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잘봤습니다..
그런데 에로게임 낸걸
전쟁을 일으킨 죄에 비교하는건 과한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