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 정말 감정이입 되는 영화네요. (맨 마지막 대사 원문 첨부했습니다)
4,285km를 텐트와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야하는 PCT(THE PACIFIC CREST TRAIL))를 경험한 '세릴 스트레이드'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했습니다.
내 상황도 별로 안 좋으니 그녀의 이야기에 쏙 빨려 들어갔습니다. 나도 저런 하이킹을 해보면 괜찮아질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대사에서 이에 대한 대답을 들려줍니다.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는 굉장했습니다.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아카데미에서 충분히 수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화 맨 처음 장면에서 보여준 그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는데, 그 과정이 나오면서 너무나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후반부에 기억 속을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코딱지만 CGV 아트하우스관에서 봤던 것이 너무나 후회됩니다. 큰 스크린에서 볼 걸 그랬네요. 마지막 장면에선 정말 내가 그 과정을 겪은 것 같은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엔딩크레딧에 나오던 'El Condor Pasa'의 여운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영화 중간중간에도 나왔던 노래입니다.
맨 마지막 대사들이 정말 감동적이고 영화를 잘 마무리 해줍니다. 근데 너무 빨리 지나가 좀 이해가 안 갔네요. 아래 원문을 첨부합니다.
여기부터는 스포가 있겠네요.
맨 마지막 대사의 원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다음과 같은 말이 나왔는데, 정말 감정이입이 되는 말들이었습니다.
What if I forgave myself? I thought. What if I forgave myself even though I’d done something I shouldn’t have? What if I was a liar and a cheat and there was no excuse for what I’d done other than because it was what I wanted and needed to do? What if I was sorry, but if I could go back in time I wouldn’t do anything differently than I had done? What if I’d actually wanted to fuck every one of those men? What if heroin taught me something? What if yes was the right answer instead of no? What if what made me do all those things everyone thought I shouldn’t have done was what also had got me here? What if I was never redeemed? What if I already was?
아래의 문단은 미국 시인 Adrienne Rich의 말입니다.
Often, I didn’t know exactly what they meant, yet there was another way in which I knew their meaning entirely, as if it were all before me and yet out of my grasp, their meaning like a fish just beneath the surface of the water that I tried to catch with my bare hands—so close and present and belonging to me—until I reached for it and it flashed away.
이에 대해 주인공은 종착지인 신들의 다리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It was all unknown to me then, as I sat on that white bench on the day I finished my hike. Everything except the fact that I didn’t have to know. That is was enough to trust that what I’d done was true. To understand its meaning without yet being able to say precisely what it was, like all those lines from The Dream of a Common Language that had run through my nights and days. To believe that I didn’t need to reach with my bare hands anymore. To know that seeing the fish beneath the surface of the water was enough. That it was everything. It was my life – like all lives, mysterious and irrevocable and sacred. So very close, so very present, so very belonging to me. How Wild it was, to let it be.
맨 처음 장면에서 신발을 잃어버리고 소리치는 장면나왔는데, 과연 어떻게 해쳐나갈지 궁금했습니다. 그녀는 센달을 신고 테이프를 칭칭 감아, 험한 산길과 강물을 헤쳐나갔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경유지에는 그녀의 발에 맞는 완벽한 신발이 와 있었습니다. 정말로 기분 좋은 장면이었네요. 실제로 인생의 굴곡이 온다면, 그녀처럼 헤쳐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도착지에 놀라운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마지막 부분에 소년이 노래해주며 지나간 풍경들이 떠오를 때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네요. 그러면서 주인공이 너무 그립다며 우는데, 그 풍경이 그립다는 뜻과 사람이 그립다는 뜻 모두가 들어있겠죠..
이후 종착지인 신들의 다리에 도착했을 때, 정말 내가 그 과정을 겪은 것 같은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갑작스럽고 평범하게 연출이 될 줄은 몰랐네요. 정말 감동먹었습니다.
맨 마지막 대사들은 앞에서 말했듯이 너무 빨리 지나가 좀 이해가 안 갔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너무나 가깝고, 너무나 현재적이고, 너무나 나에게 속해 있다는 대사는 마음에 확 와 닿았네요. 누구의 인생도 아닌 내 인생입니다.
인생을 보면 강물의 물고기처럼 무슨 의미인지 알 것도 같지만 막상 손을 뻗으면 도망가버립니다. 하지만 손을 뻗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 물고기를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내 인생입니다. 너무나 가깝고, 너무나 현재적이고, 너무나 나에게 속해 있는... 누구의 인생도 아닌 내 인생이죠. 반드시 물고기를 손으로 잡을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굳이 그런 거창한 하이킹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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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대 이상의 감동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소년이 불러주는 노래장면과 신들의 다리에서의 엔딩에 나왔던 내레이션까지...왜 제목이 '와일드'인지 알겠더군요. PCT라는 와일드한 트래킹을 해서만이 아니라 인생자체가 얼마나 '야생적'인가를 말하는 내레이션에 무척 감동받았습니다. 강추하는 영화에요.
흘러가게 둔 인생은
얼마나 야성적이었던가
참고로 에이드리언 리치는 영문학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시인입니다. 제가 개인과제로 다루었던 시인인데 이 영화에서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