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브] 이동진 평론가 감상평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감독의
1월29일 개봉작 '트라이브'를 보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영화인 '트라이브'는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흥미로운 것은, 감독이 그 이야기를
실제 청각장애인인 아마추어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찍었고,
심지어 수화로만 진행되는 이 영화에 자막도 안 넣었다는 것이지요.
음악까지 넣지 않은 채 오로지 일상의 소음만 들리는 이 고요한 영화는
역설적으로 폭력으로 가득찬 정글 같은 세계를 보여줍니다.
'트라이브'는 매우 실험적이면서 강렬한 작품입니다.
형식적인 착점이 구미를 당기게 하고
거칠고 직설적이면서 인상적인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지요.
무성영화적인 표현방식들이 눈길을 끌기도 하구요.
그런데 파격적인 형식적 설정이 주는 신선함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극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의외로 그다지 새롭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극중 인물들끼리는 소통이 되지만
그 모습을 말그대로 구경만 할 뿐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관객의 처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전체 스토리나 장면의 설정이
단순하게 패턴화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이 영화의 이야기는 결국
청각장애인을 위한 이야기도 아니고
일반 관객을 위한 이야기도 아닌듯 느껴진다고 할까요.
섹스나 폭력을 포함한 몇몇 장면들의 표현 수위가 강도 높은 편인데,
경우에 따라선 크리스티안 문주나 가스파 노에의 표현법들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트라이브'가 파격적 설정을 하고도
그를 통해 거둔 불명확한 성취를 곰곰 생각해 볼 때,
어떤 의미에선 이 작품은 형식에 대한 핵심 아이디어가
영화 자체보다 더 크게 느껴집니다.
★★★
추천인 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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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번 보긴 봐야겠어요. 예고편이 너무 강렬해서 좀 두려워지기는 하는데 언제 또 이런 영화를 접하겠어요. 기대중입니다!!
정말루, 너무 공감되는 평이에요. 아이디어 빼곤 아무것도 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도 굉장히 흔하고 흔한 이야기인데, 표현법이 심지어 이동진 평론가님의 정확한 비유처럼 가스파 노에식 방법이라서 (=폭력을 굉장히 굉장히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 롱테이크 사용) 굉장히 최악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스파 노에식 표현 방법을 쓴 건 정말 최악의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오히려 반감만 사게 되요.
개인적으로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보기에는 조금은 어려웠지만
특히나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치 않는 모습은 조금은 이해하기가 힘들더군요.~~
강렬한 이야기를 기다려와서 그런지 기대됩니다. 꼭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