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참 재미없네요.
수업 시간에 보게 됐는데, 여러모로 거슬리는 게 많기만 합니다.
좀 바꿔 말하면 이렇게 해야 돈이 되겠다 싶은 요소들을 얼기설기 짜맞춘 느낌이네요.
상업적인 느낌이 나는 게 나쁜 건 아닙니다. 그런데 가짜 느낌이 너무 많이 나는 게 문제죠. 단 한번도 리얼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없습니다.
클리셰들의 총집합이랄까요. 쟤는 이런 역할을 하겠구나 싶으면 여지없이 제 기능을 하고 딱 퇴장합니다.
제일 어린 병사인 성식이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제일 많이 받았어요. 어리버리 등장할 때부터 쟤가 신파를 위해 죽어줘야할 캐릭터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피아의 식별이 모호한 가운데 민족애를 자극하려는 설정인 건 알겠지만 상자에 물건을 담아놓고 안부를 전하는 것은 JSA 느낌이 너무 많이 나기도 하고.
고수씨의 연기도 심하게 거슬립니다. 단 한번도 살아있는 인물이라는 느낌을 못받았어요.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이렇게 실감하는 것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전쟁으로 어느 정도 윤리관이 헐렁해졌으면서도 내 식구는 철저히 지키는 전우애 강한 일종의 마초인데, 고수씨의 연기로 이걸 느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 저 캐릭터는 아마 이런 식의 설정이었겠구나 하고 상상을 해야하죠.
류승수씨가 되게 자연스러워서 눈에 많이 들어오더군요. 신하균씨는 너무 하던 역할과 비슷해서 좀 식상하기도 하고, 영화 내에서 존재감도 약합니다. 전쟁터의 닉 캐러웨이 같은 인물인데 목격자 이상의 역할은 못하네요.
김옥빈은 여자 하나 꽂아줘야 적당한 신파가 되니 꾸겨넣은 느낌이 너무 강하고.
스펙터클도 많이 후달리네요. 이건 현실적 여건이 안되니 어쩔 수 없지만.
다만 휴전 협정 이후에도 12시간 동안 애록 고지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사령관이 내렷을 때는 제가 다 기분이 썪더라구요.
삶에서도 그런 경우가 왕왕 있죠. 정말 뺑이치는 느낌이 얼마나 엿같은 건지 짜증이 솟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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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정말 재미없고.. 캐릭터들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없고 다 연기하는거 같았어요.
정말 뻔하고 작위적인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전 되게 좋게 봤는데요. :)
자주 뵙진 않았지만 천왕군님 평을 보면 거의 늘 공감이 되더라구요. ㄷㄷㄷㄷ
감사합니다 후훗
지적하신 부분 대부분에 공감하는데도 저는 이 영화가 꽤 재미있었더라구요.
특히 저도 고수의 연기에 대해서는 저도 좀 거슬리긴했습니다.
나머지 배우들은 뭐 무난했다고 보여요.
케릭터들이 너무 전형적이다란건 대체로 전쟁영화의 장르적 특성 아날까 싶어요.
아주 특출난 한두편의 전정영화를 빼면 헐리우드건 어느 나라에서 만든 전쟁영화도 얼추 정형화된 케릭터 잔치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관객도 그걸 바라는 부분이 분명 있구요. 저를 포함해서...
그리고 전투장면 같은 경우는 제 견해는 이정도 제작비와 여건에서는 정말 잘 뽑아낸거 아닌가 싶어요.
촬영도 그렇고 사운드 디자인도 아주 좋아요. 전쟁의 박진감을 잘 담아냈죠. (큰 스크린에서 좋은 사운드의 극장에서 보시면 꽤 좋아요)
개인적으로 제작만으로 보면 한국 전쟁영화 중엔 최고 수준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지 탈환하는 장면 계절 바뀌는 장면 하나만은 봐줄만 했죠.
영화를 이렇게 보면 참 피곤해집니다. 경험담입니다 ㅎ
저도 여러 전쟁영화들을 참조한 느낌이 많이 나더라구요. 여기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여기는 공동경비구역 JSA, 여기는 풀 메탈 자켓... 물론 다른 영화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닌데, 그렇다고 이런 요소들이 엄청 흥미진진하거나 인상 깊게 짜여져 있지도 않았구요.
그런데도 전문가 평점이 꽤 높아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