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몸만 자란 <몽정기> 소년의 스물
치호(김우빈), 경재(강하늘), 동우(이준호) 스무살 동갑내기 세 친구는 1년 전 한 여자(정소민) 때문에 절친이
되었다. 치호는 잘 생기고 훤칠한 외모에 부잣집 외아들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지만 자기가 뭘하고 싶은지 모른다. 만화가가 되고
싶은 동우는 갑작스럽게 기운 집안의 경제 사정으로 가장의 역할을 떠안아 하루에 몇탕의 아르바이트를 뛴다. 대학 신입생이 된 경재는
목표를 대기업 입사로 잡고 일찌감치 졸업 준비에 돌입하지만 짝사랑으로 현실을 잊는다. 하지만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었으니, 여자와
섹스의 관심이다.
인
정할 건 인정하자. 남자는 짐승이다. 섹스 없인 못 사는 동물이다. 하루라도 그 생각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다. 동갑내기 세
친구의 공통 관심사는 여자 문제, 더 좁히면 섹스다. 세 명의 인물이 처한 상황과 캐릭터는 뚜렷하지만 대화의 소재는 그것에
집중된다. 대화 중 대부분의 유머는 성과 관련된 농담이다. 때때로 이런 농담은 느닷없는데 지나치게 노골적이어서 수치스럽다. 스무살
남자의 최대 관심사가 그것이라면 부인하지 않지만 그 때의 고민거리가 어디 그것 뿐이랴.
<몽정기> 와 <누가 그녀와 잤을까>의 소년들이 정신적 성숙 없이 자라 <스물>의 치호, 경재, 동우가 됐다. 제목부터 노골적인 <몽정기>와 <누가 그녀와 잤을까>가 10대 소년의 성을 판타지로 그리는 데 여성의 육체를 노골적으로 대상화하며 시각적 유희로 사용했다면 <스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베드신 같은 원초적 영상이 없을 뿐, 성욕에 눈뜬 어린 소년은 그대로 몸만 자라 스무살이 되었고,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유머로 둘러 포장하고 있다. 어린 소년의 성적 호기심은 보는 이에 따라 귀여울 수 있지만 스무 살의 호기심은 능글맞은 성희롱이다. 그것은 순수함과 찌질함, 솔직함으로 덮을 수 없다.
이 영화가 나에게 별점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후반부의 액션신과 영화의 일관된 정서다. 힘들어가지
않고 얻어맞고 넘어지는, 현실적인 액션신을 서정적인 감성의 <without you>와 함께 느린 화면으로 편집했는데,
왠지 아련하면서 키득거리게 만들었다. 괜히 눈물을 짜거나 감동을 먹이려는 의도 없이 가벼운 분위기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지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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