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 리뷰 ] 뭐든지 할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수없는 그들, 스물
Ne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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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화를 보기전에 궁금했던 점은 대체 타겟층이 어디냐였습니다.
무릇 '타겟이 광범위하면 공감대는 좁아진다.' 는 명언이 있는바,
이작품은 '스물'즈음의 학생을 위한 것인지, 또는 그것을 거쳐온 어른들을 위한 것인지가 영 애매모호해 보인다는 점은 또하나의 관람전 불안요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고나니 이건 '스물'들을 위한 영화라기보다는, 그시절을 거쳐온 이들에게,
소위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인 '청춘팔이'를 시전한 쪽에 가깝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추후에 감독의 제작의도를 확인해보니 제생각이 맞았고, 영화속 사용된 음악도 그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 스물을 지나온 이들을 위한건지는 여전히 영화내내 모호합니다.
대사들은 현재에 머물지만,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훈계와 꼰대질조의 내레이션과 분위기는 겉돌기만 합니다.
초반부터 튀는 대사들과 시대에 쳐지지 않겠노라 다짐한듯한 깔끔한 유머코드들이 난무하지만,
다분히 클리쉐들이 엄청나게 섞여있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토리전개에서 참신함을 느낄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은데요.
처음 마음을 주게된 여친의 탈선을 현장까지 가서 그냥 '방치'해버리는 치우의 행태(물론 그뒤로는 너무 뻔한 진행이었지만)는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는 세친구가 스물즈음에 각기다른 세가지 길로 걸어가는 형식을 빌어,
우리들의 스물의 비교적 '평균적'이고 '대표적'인 '케이스'를 되새기고 싶은 추억처럼 재현하고 있는데요. 이 세개의 에피소드에서 영화의 재미상 정말 떼어내고싶은 부분은 극중 경재의 대학연애 에피소드입니다. 과연 이런 순수한 캐릭터가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은 차치하고서라도, 상대인 진주역을 맡은 민효린의 연기가 영화의 흐름을 너무도 가차없이 깨버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 이건 책을 읽는건지..)
심지어는 중간에 쌍욕을 하는 장면도 오히려 너무 어색하게 들릴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나마 볼만한 라스트의 소소반점 슬로우 대격투신은 유머코드는, 다소 식상하지만 나름대로 일관된 주제(?)로 역설과 반복형 개그를 펼치고 있어서 뒷심이 처지는것을 상당히 막아주며 선전한 신이었습니다.
(킹스맨이나 써니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도 그럴것이 '써니'의 각색도 이병헌 감독)
특히 치우의 몸사위는 일등공신입니다.
연기와 대사의 절묘한 베스트조합으로는 치우의 가족들이 신스틸러의 역할을 넘치도록 해내고 있는것 같으며, 동우와 소희커플도 전반부에는 꽤 멋진 대사배틀을 펼칩니다.
영화중 가장 감명깊었던 신이자 개인적으로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신은,
감독역을 맡은 박혁권씨의 신들이었습니다. 그 촌철살인의 간결한 라인들은 그 내용면에서나 그 지향성에서나 흡사 감독의 아바타라고 의심되는 정도였으니까요. 그가 영화를 하고싶다는 치우에게 날리는 시니컬하면서 영화에서 유일한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그의 말들은, 곧 감독이 이영화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었던 주제의 핵심이자 최고의 명대사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감독은 세친구가 스물이 되던해나, 시간이 꽤 흐른후에 모인자리, 그리고 라스트부분 다시 같이 모인자리에서 결국 똑같은 주제(여자, 섹스 등)을 얘기하고 있는 그들을 보여주며,
우리가 지나왔던, 그리고 너희들이 겪어야할 '스물'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와,
동시에 그 '스물'이라는 일종의 통과의례이자 어떤이들에게는 '특권'처럼 보여지고 곱씹히는 존재가,
결국은 '뭐든지 할수 있는', 동시에 '아무것도 할수 없는' 그런 것임을 부연해서 강조하려는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몇가지 방해물,
즉 세친구의 각자 다른 '시대코드'를 느끼게 하는 캐릭터설정,
또, 영화내내 몰입감을 철저히 '방어(?)'하는 꼰대톤의 내레이션 등 때문에 아주 성공적이진 못합니다.
내레이션의 경우 차라리 치우 목소리로 했더라면 더 감정이입이 잘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말의 경우, 역시 기존의 기시감을 벗어나지는 못하며 열린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전까지 끌어온 코드나 분위기에 걸맞는 것이라 보여지며, 그상황에서 오히려 지나친 열린 결말은 또다른 어색한 코미디가 될 가능성도 있기도 합니다.
제겐 언젠가부터 영화를 보는 두가지 관점이 생겼습니다.
현실의 반영과 판타지로서의 영화. 우리는 영화를 왜 보러 갈까요?
똑같은 현실을, 아니 그보다 더 리얼하게 겪기위해? 아님 현실을 잊게 해주는 판타지를 느끼기 위해?
둘 다입니다. 하지만, 너무 진지하면 다큐가 되어버리고 너무 안드로메다로 가면 소위 병맛이 되버립니다.
어떤 현실을 건드릴때 그냥 'x됨'만 보여주면 말그대로 보는 관객도 x됨입니다.
제가 자주듣는 '자신이 x된 사연'을 소개해주는 팟캐스트에서 이런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x됨은 묻어나기만 하면 된다.'
맞습니다. 현실은 묻어나기만 해도 됩니다. 다만 이영화는 그걸 묻혀서 보여주는 도구나 그릇이 그다지 참신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끝을 보면서,
제가 스물을 치열하게 지날즈음과 이 세친구들을 비교해서 바라보며
'그래도 최소한 그들은 같이 있다.' 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런경우에 언제나 그렇듯이,
더 슬픈건 언제나 현실은 영화보다 몇백배 더 비정하고 잔혹하다는 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바보같은 깨달음이지만.
* ps : 영화중 친구의 시나리오 '고추행성의 침략'을 치우가 설명해주는 부분을
배경에 애니메이션 삽입처리를 한것은 차라리 없는편이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비쥬얼이 관객의 상상력을 죽여버리는 존재일 뿐이라는것을 전 믿기 때문입니다.
그냥 치우의 이야기만 담백하게 들려줬다면 어땠을까요.
* ps2 : 극중, 배우지망생 은혜역의 '정주연'씨의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 ps3 : 김우빈은 정말 모든걸 가졌더군요. 몸, 나쁜남자, 킬러스마일까지... 나쁜놈.
집에 오면서 운동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했습니다.
김우빈 외모로 찌질하기 살긴 힘들 것 같죠..^^;
제 20대가 워낙 별로여서... 왠지 이 영화 땡기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