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딥 블루 씨] 공감은 어려웠던 한 여자의 시선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헤스터 콜이어 (役.레이첼 와이즈)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헤스터의 과거와 현재의 시선이 뒤엉켜있는 영화 <더 딥 블루 씨>. 로맨스 앞에 ‘위험한’ 혹은 ‘치명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대개는 불륜 소재의 영화가 맞다. 샤를로뜨 갱스부르 주연의 <나쁜사랑>이 그랬고 톰 히들스턴과 레이첼 와이즈 주연의 영화 <더 딥 블루 씨>가 그렇다. 사실상 레이첼이 분한 헤스터라는 여자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의 치마폭에 쌓여있는 그에게 질린 상태였다.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불 보듯 빤한 상황이었고 말이다. 집안도 직업도 반반한 아들에 비해 (아마도) 평민 출신의 그녀가 시어머니 성에는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헤스터를 볼 때마다 못 깎아내려 안달이었던 것을 보면. 그러니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열정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사내, 프레디가 다가오는 것을 처음부터 막지 않았겠지. 헤스터는 똑똑하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불같은 여자였다. 남편에게 불륜이 발각 되었을 때에도 오히려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했으면 했지 프레디에 대한 사랑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았다.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프레디에게 갔을 만큼 헤스터는 프레디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주 열렬하게. 프레디도 그녀의 그런 면모에 끌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헤스터의 지적인 면에 열등감을 느끼고 그녀의 불같은 사랑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말이다.
프레디 페이지 (役.톰 히들스턴)와 헤스터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는 그,
몰입은 되었지만 공감은 어려웠던 한 여자의 시선
지금 보다 과거의 영광을 쫓는 남자. 세상물정 모르고 허세 가득한 남자. 집세도 내지 못 할 만큼 능력 없는 남자. 그렇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 그게 프레디였다. 나라면 절대 프레디랑은 못 살 것 같지만 헤스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레디의 곁을 결코 떠나지 않았다. 정신 못 차리는 프레디로 인해 고생하는 헤스터에게 남편이 눈 딱 감고 돌아오라고 말했음에도 말이다. 나로서는 영 이해하기 힘들었다. 헤스터의 남편도, 헤스터도, 프레디도. 자기가 꼬셔놓고 나중에는 그 사랑이 무서워 도망가려는 무책임한 남자 프레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하면서도 프레디의 곁에 머물기를 원하는 헤스터, 힘들어하는 아내를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며 돌아오길 권하는 남편. 헤스터도 프레디도 충분히 사랑에 빠질 수 있을 만큼의 매력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사실 제3자의 시선으로 보기엔 헤스터와 그녀의 남편이 그냥 호구 같았다. 특히 헤스터의 남편이. 헤스터야 뭐 어떤 결과를 맞게 되던 그녀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니 크게 안타깝지는 않았는데 남편은 직업병인지 제대로 화내지도 못 했다. 안 낸 건지 못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그였다면 헤스터에게는 못해도 적어도 프레디에게는 죽방이라도 날렸을 것이다. 남의 아내 꼬셔서 데려가더니 결국 못 견디고 도망치는 꼴이라니. '사랑하지만 함께 있을 수는 없어. 함께하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독이야.' 라는 허울 좋은 말만 남긴 채로.
근데 사실 프레디라는 캐릭터만 놓고 보면 완전 별로이긴 하지만
그 프레디가 '톰 히들스턴'이라 나도 모르게 용납이 되었다.
...라는 것이 함정
<더 딥 블루 씨>는 50년대 전후 상황 배경의 영화다. 때문에 옛날 영화 느낌이 아주 많이 난다. 배경음악, 장면구성, 영상, 미술 등. 다른 것들은 좋았는데 영상은 솔직히 별로였다. 대형스크린으로 접하기에 화질이 아주 구리다 못해 눈이 아플 정도였으니까. 50년대의 그 느낌을 위해 부러 효과를 준 것 같긴 한데 배경, 의상, 음악 등으로도 충분히 고풍스러운 영화에 왜 굳이. 난 정말 히들이가 이렇게 내 시력을 앗아가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초반에 화질이 많이 별로라 오프닝만 부러 효과를 준 것이겠지 했는데 내 예상이 아주 크게 빗나갔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영화는 호흡이 굉장히 긴 편이다. 공감형성 안 되는 인물은 덤이었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영화의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에 심히 답답함을 느낀 것으로 보아, 나도 모르는 새에 몰입은 했던 모양이지만 그냥 그게 다였다. 영화를 다 보고도 내 답답함은 여전했다. 뭐 어쩌란 거지 싶었던 장면들도 있었고. 결말의 경우 <나쁜사랑>과 마찬가지로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마구잡이식으로 교차되어서 초반에 갸우뚱 했던 것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헤스터의 시선 및 심리로 구성된 영화라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식이면 나는 좀 곤란하다. 감독이 영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거장이라 해도 헐리웃식 상업영화에 철저하게 길들여진 나에게는 다소 거리가 있지 싶다. 뭐 그래도 레이첼 와이즈의 흠잡을 곳 없는 연기와 히들이의 뽀송뽀송한 맨살 및 귀염 터지는 환한 미소를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점은 좋았다.
그나저나 남편은 마마보이에, 불륜남은 책임감 결여...
남자 복이 있다고 해야할 지 없다고 해야할 지 애매한 헤스터.
Good bye.
추천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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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