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해피엔딩

자타공인 로코의 제왕 휴 그랜트.본인도 그런 이미지가 스트레스였는지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의 악역을 재밌어 하는게 눈에 보였는데,주름이 자글자글하고 흰머리가
희끗희끗해도 휴 그랜트는 휴 그랜트다.까칠하면서 젠틀하고 그러면서도 소심한
역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니까.한번 더 해피엔딩도 그런 그의 기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다른게 있다면 로맨스가 주가 아니란 거다.로코인 이상 로맨스가
없는건 아니지만 그도 이젠 55세다.이번 영화는 한때 아카데미 각본상을 탔고 현재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나가던 남자가 거듭된 실패로 영화계의 퇴물이 되고
급기야 전기마저 끊기게 되자 지방 대학의 교수직을 수락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전개는 뻔하다.교육에 열의가 없던 남자가 점점 학생들에게 감화될거고 연애
사건도 일으키면서 동료 교수랑 부딪히고 등등등.근데,난 그게 은근히 재밌었다.
그동안 심각한 영화나 아무 생각없는 영화만 주로 봤지 이런 로코 장르 영화도
간만이고 휴 그랜트도 간만이고 로맨스가 주가 아닌 영화도 간만이고 뭐랄까
자극적인 요리 대신 슴슴한 죽을 먹는 기분이었달까.그냥 편했다.이런게 힐링이람
힐링일지도.키스가 불행했던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었다.퇴물이 된 자신을 받아들이지도,
엉망이 된 가정도 받아들이지 못했다.키스는 바로 자신의 있을 자리를 찿았기 때문에
재기의 한발을 내딛는다.내가 아니라 제자가 잘되는걸 내일처럼 기뻐할 수 있는 사람.
포기하지 말아야 할건 포기하지 않는 사람.키스는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다.
위플래쉬의 J.K. 시몬즈가 위플래쉬완 정반대의 교육자로 나와 깨알같은 웃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