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지 않던 미래, 우리가 바라던 블록버스터 - 매드맥스 분노의도로 Mad Max: Fury Road (2015) 30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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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분노의도로>는 2시간 짜리 롤러코스터와 견줄 만큼 흥분을 가라 앉힐 수 없는 액션을 러닝 타임 내내 과시합니다. CGI를 80% 이상 배제한 시대에 역행하는 아날로그 제작, 실제 사막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리얼 스턴트 등 영화 안팎을 둘러싼 많은 화제 거리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와닿았던 것은 헐리우드 식 서사 구조를 탈피했다는데 있었습니다.
본작에서 주인공 맥스는 시작부터 차가 전복되고, 무기력하게 붙잡히며, 괴롭힙을 당합니다. 아마 <매드맥스 분노의도로>가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졌다면, 초반부터 맥스는 카 체이싱을 이겨내고 빌런들을 때려 눕혔을 겁니다. 헐리우드에 길들여진 관객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이 빠진 채로 황당해 하며 이게 뭐냐면서 김이 샐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감독은 이를 조롱하듯이 매우 불편하고, 불친절하게 들어오죠. '어디, 끝날 때까지 네 엉덩이가 꼼짝달싹하는지 두고보겠어'라는 투로 말입니다. 맥스에게서 슈퍼히어로 같은 면모를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감독 조지밀러는 매드맥스 프랜차이즈의 4편에 해당하는 본작이 연작일 수도 있고, 리부트일 수도 있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놓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완벽한 후속작이라고 보여집니다. 전작들과 연관지을 수 있는 수 많은 요소들을 삽입해 전작들을 본 관객이라면, 희미한 감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 중 맥스의 과거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회상하지 않지만, 플래시백을 짧게 삽입해 맥스가 지난 날 지켜주지 못한 이들의 망령에 사로 잡혔음을 드러내는 부분은 결정적인 판단의 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엔딩에서 맥스가 보여주는 행동 양식도 그렇죠.
맥스의 애마, 인터셉터도 같은 맥락에 놓고 볼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전작에서 멜깁슨이 몰았던 바로 그 차입니다. 도어 양 옆으로 빠져 나온 8개의 배기구와 본네트 위로 튀어나온 산소 과급기도 그대로입니다. 프랜차이즈가 점점 성장하면서 발전된 빌런 집단의 차량 개조 형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매드맥스 분노의도로>에서 나온 많은 요소들은 이미 앞선 작품들에서 목격했던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작이 신선했던 이유는 자본이 모이면서 디테일이 상승하고, 자동차로 할 수 있는 스턴트 액션의 폭을 더욱 더 넓힌데 있습니다.
반면에, 본작이 10년이 넘는 개발 지옥에 빠지면서 멜깁슨이 프로젝트에서 하차하게 되고, 조지밀러가 고민한 끝에 리부트냐 아니냐를 분명하게 선 긋지 않는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것은 관객이 아무렇게 받아들여도 무방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작품으로부터 30년이 흐른 이 시점에서 과거 3부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영화를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드맥스 분노의도로>에 만족하셨다면, 1편을 보시기를 권합니다. 맥스가 왜 '매드'하게 됐는지 알 수 있는 프리퀄에 속합니다. 1편은 저 예산에 기반해 현대 시대를 다룬 것이고, 이후 2, 3편에서 영화의 흥행과 자본의 축적이 반복되면서 본격적으로 미래의 세계관이 자리잡고 집단 카 체이싱이 등장하게 됩니다. 지금 본다면, '아니, 저 시대에 저런 장면을?'하고 놀라게 될 겁니다. 요즘에야 흔하지만, 동 시대에서는 견줄 작품이 없습니다.
사실 맥스보다는 퓨리오사가 더 부각되는 면이 있습니다. 제목을 '매드퓨리오사'로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농담도 나오는데요. 전편들에서 여성 캐릭터가 전혀 부각되지 않았었기에 완전히 새롭게 투입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말들이 있겠지만, 곱씹어볼 만 한 흥미로운 지점임에 틀림 없습니다. 어쨌든 맥스는 자기 할 일을 다 했습니다. 맥스의 대사가 적다는 이야기를 간혹 들을 수 있지만 이 프랜차이즈의 연출 방식이고,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몸짓으로 다 표현된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연적으로, 빌런 우두머리인 임모탄조는 독재자이고 나쁜 인물의 표상처럼 그려지지만, 무슨 악독한 짓을 했길래 그러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할 수 없습니다. 이는 곧, 체제에 대한 반기를 들고 개인의 인디펜던트를 내세우는 독립주의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수면 아래에 깔린 이러한 기조는 3편인 <매드맥스 비욘드썬더돔(1985)>에서도 발견됩니다.
우리들은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최신 개정 바이블로 여겨지는 작품들로부터 배반을 당한 적이 수 차례 있습니다. 그 중 <트랜스포머 사라진시대 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 (2014)>는 결정적이었죠.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형화된 미국 자본 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본작이 고평가를 받는 가장 큰 요인일 것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본작은 완전히 오스트레일리아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케네디밀러미첼 프로덕션과 빌리지로드쇼가 제작했으며, 단지 배급의 힘에 기대기 위해 워너브라더스와 손잡았을 뿐입니다. <매드맥스 분노의도로>는 광대한 사막을 지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사는 그들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아주 잘 보여줬습니다. 앞서 언급한 독립주의라는 숨겨진 기조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정학적 특색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전형성을 제시한 매드맥스 프랜차이즈의 거대한 부활이 앞으로 더욱 더 기대됩니다. 다만, 조지밀러가 차기 작에서는 대본 작업을 충실히 해 배우들에게 불만이 남지 않도록 잘 해야 할 것이고, 70세의 나이를 잊게 만드는 투혼을 두어 작품에서 더 보일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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