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운다] 여전히 묵직하고 뜨겁고 끈끈하다
1. 처음 봤을 때나 다시 봤을 때나 여전히 묵직하고 뜨겁고 끈끈한 영화다.
태식과 상환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신파가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헌데 다시 보고 나니 갈 데 까지 간 사람들이 크게 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 류승완 감독님의 이야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던 태식과 상환은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경기가 끝나고 정말이지 즐겁게 서럽게 처절하게 운다.
그렇게 펑펑 울고도 둘의 인생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태식은 여전히 많이 빚이 남았고 원태의 신체포기각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상환은 여전히 소년원에 수감된 처지이며 그가 범죄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최민식, 류승범이라는 빅카드를-더군다나 최민식은 올드보이 직후였다- 손에 들고
권투라는 드라마틱한 소재를 꺼내 이런 시나리오를 끝까지 밀고 나간 류승완의 뚝심에 만세.
2. 처음 봤을 때나 다시 봤을 때는 나는 여전히 태식을 응원하고 있었다.
상환에게는 희망이 남아있다.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를 떠올리며 상환이 후에 사법고시를 보고 검사가 됐을 것이라 농을 쳤지만 이는 결코 불가능한 가정이 아니다.
물론 굉장히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지만.
하여간 상환에게는 희망이라는 것이 남아 있다.
쉽지 않은 인생이 상환에게 펼쳐지겠지만 무려 미성년자인 상환은 복싱으로도, 혹은 다른 길로도 나아갈 기회가 있다.
하지만 태식은 그렇지 못하다.
신인왕이 되지 못해 그가 빚을 갚을 마지막 희망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원태의 신체포기각서 뿐이다.
용대가 찜질방에서 태식의 경기를 집중하여 보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서 원태나 태식에게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여지를 주기는 하였지만, 있던 빚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태식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고, 태식은 아들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다만 그것 뿐.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최민식의 이야기와 같이 태식은 처절하고 끈질기게 살아갈 것이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43살. 태식의 미래를 상상하면 괜스레 먹먹한 감정이 남아서 내 속에서 주먹이 운다는 점점 더 무거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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