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심야식당 Midnight Diner>
요즘 우리나라의 대세인 먹방과 쿡방 열풍에 맞추어서 개봉한 듯한 영화 <심야식당>은 이미 만화와 드라마로 유명한 ‘심야식당’의 극장판이다.
영화 <심야식당>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로 메뉴는 ‘미소 돈지루 정식’ 하나 뿐이지만 원하는 것을 주문하면 ‘가능한 한’ 뭐든 만들어준다는 도쿄 구석의 낡은 식당을 배경으로, 그리고 이 식당을 찾는 사람들 각자에게 영향을 준 ‘음식’을 매개체로 하여 사랑부터 꿈, 욕심과 증오에 이르는 다양한 ‘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총 3개의 스토리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변행된다.
영화 <심야 식당>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는 결국 사람이었다.
음식을 통해서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사람을 위로하고, 사람과 같이 하는 거. 그게 바로 영화 <심야 식당>이 아름다운 이유였다. 매우 불편하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는 곳이지만 그곳에 가면 사람이 있고 같이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거. 그게 바로 심야 식당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영화 <심야 식당>에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은 모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또 마스터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고, 반대로 마스터를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그들은 상대방의 상처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진심으로 그 아픔에 대해서 공감하고 이해하는 방식이나, 위로를 전하는 방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가족이 된다.
영화에서 오래된 괘종시계가 눈에 들어왔는데 문득 먼지 쌓인 옛 물건들이 그리워졌다.
볶은 스파게티 면을 토마토소스에 버무려 철판 위에 올려내는 아주 간단한 요리가 '나폴리탄'인데 출출할 때 아주 딱일 듯했고, 비엔나소시지 요리를 할 때 한쪽 끝을 십자로 칼집을 내고 야채와 함께 볶아내면 '문어소시지'라는 이름의 운치있는 안주가 되는데 쉬워서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듯 싶다.
또한 계란말이를 만들 때 불에 달군 후라이팬에 계란을 부을 때 젓가락으로 몇 번 저어주는 걸 봤는데 과연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참에 계란말이용 네모난 팬을 하나 장만해봐야겠다.
아기자기하게 소소한 일상을 그린 영화들이 좋아지기 시작하는 요즘...
그런 영화를 보노라면 괜찮은 생각들을 듬뿍 선물로 받는 느낌이 들며 눈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영화 <심야식당>은 소소한 일상에서 배어나오는 풋풋한 인간미와 도시 소시민의 헛헛한 속을 채워주는 소박한 요리와 함께 감칠맛이 전해지는 괜찮았던 영화였고, 별로 웃긴 장면도 아닌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흐믓한 미소를 짓게 한 영화였다.
따스한 청주를 마시러 가던 지금은 사라진 삼청동 이서방 오뎅이란 선술집이 떠올랐다.
나는 영화 <심야식당>을 2번 보고 나니 일본 신주쿠와 도쿄가 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꼭 어딘가에 있을 그런 골목, 그런 식당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허무맹랑한 감동을 강요받지 않고 리얼리즘 영화를 볼 권리가 모두에게 있음을 상기하기 위해서라도 '심야 식당'에 들러 외로운 사람들의 눈빛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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