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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3D IMAX GV 녹취 : 이동진 평론가, 조용석 VFX 슈퍼바이저 (스포주의, 스압주의)

람군 람군
7844 27 39

익무 페북에 당첨되어 다녀왔습니다. :-)

집에 들어와서 내일 할까 하다가 바로 쓰고 잡니다!

역시나 대부분이 시각효과에 관한 이야기였네요.

GV인만큼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며, 50분 넘게 진행되어서 내용이 좀 많습니다.

좀 중언부언한 부분이나 흐름이 어색한 부분은 녹음한 걸 그대로 받아적어서 그렇습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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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4926.JPG

 

 

이동진 평론가 (이하 '이')
조용석 VFX 슈퍼바이저 (이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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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영화 평론가 이동진입니다.

오늘 함께 이야기 해 주실 분은 4th Creative Party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하시는 조용석 본부장님이십니다.
최근에는 <대호>나 <군도> 등에서 시각효과 슈퍼바이저로 중요한 역할을 하셨죠.

 

일단 저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굉장히 놀라운 시각효과를 가진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일 먼저, 보시고 난 소감은 어떠신지.

 

: 마찬가지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거대 자본의 사이즈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구요.
시간이나 금액적인 부분이 허락한다면 저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었습니다.

 

: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유일한 배우가 모글리 역의 '닐 세티'라는 아역배우 한 명 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컴퓨터 그래픽이고 만들어진 내용이죠.

아주 일부분의 세트만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CG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영화를 만드는데 사실상 닐 세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디지털로 만들어 냈는데요,
그렇게 만든 디즈니의 선택을 추측해보자면 어떠십니까.

 

: 먼저 말씀드리기 전에, 영화의 불문율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역, 동물, 배경을 디지털로 만드는 것을 피하는 것이 영화계의 상식과도 같았는데요,
이 <정글북>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총 집합시켜 자본으로 교배를 하다시피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특히 '물'이나 '불'을 CG로 만드는 게 어렵다고 하시던데요.

 

: 맞습니다. 물이나 불 등 시뮬레이션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굉장히 어려운데요.
어찌 되었던 이 영화에서 대부분의 촬영들은 버추얼 스튜디오라고 하는 가상 공간에서 촬영이 이루어졌구요.
그 가상공간에는 기본적으로 카메라의 움직임에 맞추어

CG팀에서 사전에 준비했던 배경들이 카메라에 함께 보여지게 되도록 했습니다.
즉 모글리는 세트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정글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효과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그 공간을 활용했구요.

 

: 어떤 것을 '찍을 수 있어서' 하는 것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찍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놀라운 것 중 하나는 닐 세티라는 아역 배우는 연기 경험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닐 세티는 인도계 미국인, 즉 이민자의 아들인데요.
본인이 다니는 인도 댄스를 배우는 강습 학원에서 선생님이 오디션에 지원할 것을 제안했고,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이 되었습니다.
그 때의 메이킹 필름 등을 보면 영화 속의 모글리의 천성과 실제 닐 세티의 모습이 거의 비슷합니다.
실제 아이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찍었다고 보이는데요.
성인 연기자들도 블루스크린 앞에서 가상의 점을 향해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 환경 속에서 연기 경험이 전무한 배우와 함께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연기 경험이 많은 배우들도 그린스크린/블루스크린 앞에 서면

자신이 지금 어느 공간에 서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어려워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글북'의 스탭들도 여러 장치를 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모글리와 접촉이 있는 동물들의 연기를 길거리 공연을 하시는 퍼펫 마스터를 불러 도움을받았구요.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장치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많은 분들이 이러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작업의 순서를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CG로 만든다고 해도 기본적인 재료(material)들이 있을텐데, 자료를 보니까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인도의 특정 정글지역을 10만장의 사진을 찍어 디테일에 참고했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캐릭터를 대신할 누군가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퍼펫 마스터 등이 이용되기도 했죠.
현장에 있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그 인형 탈을 쓴 상대방을 보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죠.

 

: 기본적으로 모글리가 정글북 안에서 움직인 거리가 대략 25km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티브를 제공했던 인도 정글의 거리를 합치면 1,100km 정도라고 합니다.
그 정도로 굉장히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구요.
로케이션에 대한 스케일감을 담아내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존경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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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북은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굉장히 유명한 소설인데요.
노벨상도 받은 바 있는 키플링이라는 작가가 썼지요.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 어른들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잖아요.

디즈니스러운, 교훈이 잘 담겨 있는 작품인데요.
애초에 키플링이 이 소설을 집필한 이유는 자신의 딸과 관련이 있었다고 합니다.
딸이 태어나고 그 다음해에 자라나는 딸에게 작가 아버지로서

'인간 세상에서 아이가 성장할 때 배워야 할

도덕적인 규범이나 교훈을 담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썼다고 하는데요.
그런 이유 때분에 영화가 전반적으로 성장 영화의 테마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키플링은 인도에서 태어나 10년 정도 살고,

영국으로 갔다가 다시 식민지인 인도로 와서 관리 생활을 하게 됩니다.
19세기 말에 인도가 식민지이기는 했지만 서양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키플링의 정글북이 본격적으로 인도에 대한 신비로운 환상을 심어주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그런 부분이 있어서 인도라는 배경을 이용해 재료 등을 촬영하고 영화를 만들게 되는데요.
모션캡쳐에 대해 많이 듣지만 이해를 못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초기 단계에서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모션을 캡쳐해서 연기를 잡아낸다는 것일텐데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 제가 판단하기에는 모글리가 작게 나오는 장면의 경우는 모글리도 디지털 캐릭터인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가장 어색하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움직임 등인데요.
그런 경우, 모글리(배우)의 몸에 센서를 달고 모션을 그대로 캡쳐해서

3D 데이터화 하는 작업을 한 후에 디지털로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 그것을 만들어서 블루스크린에서 연기하면 배경화면과 합성이 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모션 캡쳐를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일 중의 하나가 그 인물이나 캐릭터가 움직일 때

동선의 방향이라든지가 사전에 데이터값이 얻어져야 합성이 가능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들에서 제가 흥미로워하는 지점 중 하나는

이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목소리 연기이지 않습니까.
먼저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하고 녹음한 것에 따라 캐릭터들을 만든다는 부분입니다.
왜 반대로 하지 않고 녹음이 먼저 이루어지는지가 궁금합니다.

 

: 저도 프로세스를 반대로 가져가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은 해 보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은 없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목소리라는 디렉션이 있을 때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의 감정이 많은 정보를

주기 때문에 더빙이 기본이 되고, 러프한 동작을 만들고, 그 동작이 컨펌되면

외형의 컬러나 이런 것들을 입혀서 본격적으로 이미지화 시키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 결과물을 보았을 때, 한국의 전문가로서 한국과 가장 다른 것이 무엇이라고 느끼셨는지요.
물론 엄청난 제작비를 제외하고 얘기하신다면..

 

: 크레딧이 중간에 끊어지고 저희가 들어와서 아쉬운데요.
이 영화에는 VFX 업체가 크게 네 곳 정도, 모션픽쳐 컴퍼니는 대략 8,000명,

그리고 사전에 70여가지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80명 정도의 인원이 투입이 되었습니다.
기타 자문을 할 수 있는 웨타 스튜디오라든가 유수의 업체에서 협력을 받고 슈퍼바이저들과 협업을 하기도 했는데요.
제 생각에는 영어문화권의 장점 중 하나라고 봅니다.
그리고 계속 말씀드리게 되지만 예산과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worl-flow 덕분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여쭤본다면...
저는 '대호'를 작년에 보면서 느낀 것이-
한국에서 특수효과는 사실 제작비나 인원이 많이 투입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대호의 호랑이 CG는 한국 영화로서 상당한 성취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까지 우리가 호랑이 CG 하면 생각나는 것이

<라이프 오브 파이>와 <대호>, 그리고 <정글북>이 될 것 같습니다.
(이동진님이 자꾸 대호를 언급하시니까 조 본부장님 점점 고개를 숙이시는..ㅎ)

 

: 제 생각에는 기술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고 봅니다.
앞서 언급했던 버추얼 스튜디오는 한국에도 있고요.
기존에 일하는 사람들도 피부색이나 머리카락 색은 다를지언정

기본적인 베이스는 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사람들이 모였을 때-(에는 차이가 있다는 의미인 듯)
70종류의 크리쳐를 만드는 데 80명이 사전에 1년을 만들었다고 하면,
저희(대호)는 6명 정도가 10종류의 캐릭터를 1년여간 만들었습니다.
그런 비교를 해 본다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베이스는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런 영화 속 세계를 버츄얼 정글이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요.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의문이 드는데,
정글이면 그냥 정글에서 찍는 것이 돈으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예를 들어 편한 장면들은 정글에서 그냥 찍고 아무 중요한 씬은 특수효과를 하는 식으로 하는 것이
훨씬 비용도 절약되고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전부 다 디지털로 되었을 때의 이점이 무엇이 있을까요?

 

: 일단은 실사화 CG가 결합되게 되면,

그것이 아주 정교하거나 디테일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게 되죠.
그러다보니 이질감 등을 줄이기 위한 방편 들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정글에서 장비를 사용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레일을 만들어서 이동차를 만든다거나 크레인을 띄운다든가 하는 것들.

장비나 조명의 운용 측면에서 그랬을 수 있고요.


예전에 헐리웃 현장을 경험한 때를 생각해 보면

영화 한 장면에 200~300명의 크루들이 같이 몰려다닙니다.
만일 정글을 이렇게 했다고 하면 이동 비용이나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 많았을 겁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딱 한 명 있는 배우가 어린아이였거든요.
아이가 정글을 누비고 다니면서 촬영을 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로케이션과 로케이션 사이의 연결도 있을텐데-
CG로 미장센을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예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 촬영장에서의 실제 촬영의 용이성이나 경제적인 부분의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특정 장면을 찍어서 특수효과 중 가장 놀랐던 장면은 무엇이셨는지요.

 

: 일단 기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동물들이 강가로 모였을 때(평화의 바위),

그 많은 숫자의 동물들이 한꺼번에 나온다는 것에서..
그게 저는 동물 하나하나가 다 숫자로 보였거든요. 데이터로 보이고. (웃음)
그래서 존재하는 것의 예쁨을 떠나서 저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 씬 하나 가지고 대호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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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역사가 시작된 지 딱 100년만에 나온 것이 토이스토리였습니다.
토이스토리가 최초의 디지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서 제기된 문제가 있는데,
디지털 캐릭터가 언젠가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벌써 1995년부터 나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반지의 제왕 '골룸'도 아카데미 조연상을 줘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구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굉장히 놀란 것은 '입모양'이었습니다.
입모양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동물 캐릭터가 말한다는 것을 대체할 수가 없을텐데,
특히 락샤라는 엄마 캐릭터(루피타 뇽오)가 일장 연설하는 씬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표정이나 입모양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굉장히 정교하게 잘 맞아 있어서 정말로 동물이 말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 것들도 다.. 제작비겠죠? (웃음)

 

: 아.. 그것은 조금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사전 데이터를 봤을 때, 그리고 '대호'때의 경험을 보면
호랑이에서 나오지 않는 표정을 립싱크를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다른 동작을 만들어내면 사람들이 어색함을 느끼거든요.
저도 정글북을 보면서 아마 제가 했던 고민을 여기서도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리얼리티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선을 굉장히 잘 지켰던 것 같습니다.
늑대가 이야기를 한다고 가정할 때에도 늑대의 아랫턱이 벌어지면서 무언가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어색한 부분들을 많이 발견했을텐데

절제된 움직임 안에서 극도로 자연스러움을 느끼셨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단순히 늑대가 자연스럽게 말한다고 늑대가 인간처럼 입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늑대는 늑대처럼 움직이는데 늑대가 말을 하면 저런 입모양일 것이다, 라고 만들었다는 것이네요.

 

이 정글북은 19세기 말에 나온 정말 오색창연한 이야기이죠.
사실 여기에 대한 약간의 비판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큰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있을텐데요.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누가 봐도 성장영화인데, 장르적으로 성장영화와 어드벤처는 정말 궁합이 잘 맞습니다.
성장이라는 것이, 무슨 영웅신화처럼, 자기가 있던 곳을 떠나서 바깥의 어떤 임무를 완수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라고 보았을 때 그런 형태를 띄고 있기도 하구요.
또 우리가 자란다는 것이 10~20대 굉장히 많은 위기를 겪게 되는데,

그것을 시각적으로 어드벤쳐로 변환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 두 가지를 합친 것을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하는 것이 아마 디즈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성장영화라는 것은 자기가 누구인가를 깨닫게 되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될텐데.
이 영화에서의 핵심은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인간다움을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여기는 도구적 인간을 보는 것이죠.
왜 하필 도구를 특징으로 삼았는가를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는 완전히 인격화된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모두가 말을 하고 인간처럼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인간만의 특징을 댈 수가 없지요.
그런 상황에서 아마 도구적 인간을 정체성으로 삼았을 것 같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얼핏 쉽고 만만해 보이지만 각본도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첫 장면을 생각해 보시면 쫓기는 것처럼 표현되지만 사실은 훈련이었는데요.
이런 장면을 넣은 것은 아마 시각효과를 처음부터 보여주어 사람들을 사로잡고자 하는 대중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적으로 더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거기서 바기라가 모글리의 반칙을 지적하면서 '너는 최악의 늑대다'라고 합니다.
물을 마실 때에도 바가지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다들 부정적으로 쳐다보죠. 늑대의 방식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영화의 맨 마지막에 가서 보게 되면 똑같은 상황에서 모글리가 굉장히 떳떳합니다.
'나는 반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인간이니까 이렇게 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를 하죠.
호랑이를 죽일 때에도 (그 전까지 인간의 도구라서 배척되었던)불, 덩굴(도구)를 쓰고요.

 

중간에 최초로 이것이 속임수가 아니며 너에게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바로 곰 캐릭터, '발루'입니다.
그것이 뒤까지 이어져서 코끼리의 아이를 도구를 이용해서 구해주지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그 장면을 바기라와 발루가 함께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바기라는 모글리가 도구를 쓰는 것을 반칙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인데
마지막에 가게 되면 쉬어칸과 싸울 때 모글리에게 인간의 방식으로 싸우라고 조언합니다.

 

이런 것들이 사실 이 영화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스토리를 확고하게 인식시킬 수 있게 만들어진 영화라서

시나리오도 굉장히 잘 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본부장님이 보시기에 이런 영화를 당장 한국에서 이 예산으로 만든다고 하면 똑같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럴 때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기술력으로는 차이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지금 헐리웃이라는 곳 자체에 가 있는 한국 사람들도 굉장히 많구요,
세계에서 잘 한다는 사람들은 다 돈을 좇아 모인 것이기 때문에..

 

축구에 비교를 한다면, 메시를 한국 K리그에 데려오면 게임의 판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돈이 좀 많아서 호날두도 같이 데려오면 조금 더 달라지지 않을까요?

 

아직은 우리 그라운드 자체가 유럽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을 여러분들께 이해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어찌되었던 그 거친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그라운드가 맘에 들지 않아서 해외로 나가는 분들도 굉장히 많이 계세요.
잘 하고 유명하신 분들도 많고. 그런 차이가 아닐까 생각하는 거죠.

저는 한국 기술력이 떨어진다, 정글북처럼 나오지 않을거다, 라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 사실 이 영화를 모르고 보시면 컴퓨터 그래픽이 이렇게까지 많이 쓰인 걸 모를 수도 있잖습니까.
80년대 중반에 처음 CG가 들어갈 때에는 '이게 CG야'라고 힘을 팍팍 내면서 영화가 만들어졌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가 되면서 어떤 영화들은 이게 CG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CG를 너무 잘 만들었어요.

대표적으로 포레스트 검프 같은 영화들이죠.
사실 이 영화도 '안 보이는' CG잖아요.
그런 면에서 사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디지털 시각효과가 로맨틱 코미디 등 다른 장르에서 쓰이는 부분을 예를 들어 주신다면요.

 

: 여러분들이 보고 계신 영화의 배경이 예쁘다, 싶으면 거의 다 CG입니다. (웃음)
혹은 굉장히 자연스럽다, 라고 생각을 하셨어도 아마 CG였을 거고요.
'암살'의 경우도 아주 근경을 제외한 백그라운드는 대부분 CG였습니다.
전지현씨가 쌍둥이로 나오는 장면의 교차되는 장면은 거의 다 CG였구요,
추격전 할 때의 백그라운드도 과거의 도시가 나온다 싶으면 다 CG입니다. 다 그래요.
사극이나 여러분들이 보시는 배경 대부분은 아마도 그냥 내버려뒀다면 아파트가 서 있었을 겁니다.

 

: 배우 얼굴은 혹시 어떤가요?

 

: 있죠. 플라스틱 서저리라고 부르는데요. 주름을 지우는 기술이 있고요.
아직 상용화된 프로그램으로 발전되지는 않았지만 나이든 배우를 젊게 만드는 기술도 어느 정도는 되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물소떼가 달려가는 장면이 있는데요.
미장센도 훌륭하고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훌륭한데요.
저는 마치 레버넌트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데굴데굴 떨어지고 그런 장면도 있었고요.
그 장면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 아마 기술적으로는 그 쪽이 이슈가 제일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히려 그냥 지나가는 장면이기는 하지만
산사태나 각종 시뮬레이션, 진흙탕에 떨어지고 하는 것들은, 역시나 저에게는 숫자로 보였습니다. (웃음)
산사태, 아래로 흐르는 물, 모든 것들이 전자 수치로 보이는.. 그런 경험이었죠.

 

: 한국 영화도 저렇게 할 수 있지만 한국 영화라면 물소의 수가 좀 줄었겠군요? (웃음)

 

: 세 마리라면 두 마리만 나온다든지.. (웃음)
<대호>에서 대호가 나오는 한 장, 그러니까 스틸을 찍는 한 장의 렌더링에 약 세 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것도 풀사이즈로 렌더링을 건다면 더 시간이 걸렸을 거고요.
대호가 가지고 있는 털의 갯수가 천만가닥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거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천만가닥 이하는 없었을 거예요.
당연히 산수로 보이지 않겠습니까? (웃음)
아마도 그들의 시스템, 그들의 노하우도 배우긴 해야겠지만 어쨌든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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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A

 

Q1. 개인적으로 최근 영화라 그런지 <굿 다이노>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굿 다이노>와 <정글북>을 비교해보신다면?

 

: 여기서 '굿 다이노'를 안 보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일단 그런 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 자체가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대인데요,

어찌 보면 스토리도 제국주의적인 반영이 있다는 비판이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명력이 있는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얘기들이 수천, 수만가지인 것 같지만 사실 따져보면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몇 가지 서사들이 있는 것인데요.
대표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 느껴지는 것이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그 작품에서도 집을 떠나게 되고 여행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임무를 얻거나 위기에서 벗어나서 다시 돌아오는 여정, 이런 것이죠.
이렇듯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사실 마르고 닳도록 쓰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의 더 앞으로 가면 있는 것이 바로 '신화'입니다.


이 영화 감독은 <아이언맨>을 만든 존 파브로인데요.
인터뷰를 보니 유명한 신학자가 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라는 책을 자꾸 인용하더라구요.
그 이유를 보면 그 책 자체가 수많은 영웅 서사의 기본 골격을 이어서 하나의 이야기처럼 만든 책이거든요.
그러니 이 영화도 거기에 딱 맞는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내용들이 가지는 보편 타당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Q2. 물과 불 중 어떤 것이 더 (표현이) 어렵나요?

 

: 물불을 안 가리는 질문인데요? (웃음)

 

: 어쨌든 기본적으로 시뮬레이션 작업은 똑같습니다.
예를 들면 물은 질감을 나타내는 것, 어떤 물의 흐름이냐에 따라서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구요.
불도 마찬가지로 라이터이냐, 집이냐, 산에 불이 붙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겁니다.
일단 이건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수준의 문제이고요.

 

: 그래도 말하자면 산불이 훨씬 힘든 거죠?

 

: 네.

 

: 그러니 불도 이게 다 데이터군요? 라이터 불 하나는 예를 들면 렌더링이 17시간이면 산불은 1,700시간이라든가.. (웃음)

 

: 아마 대호는 300년 정도 렌더링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웃음)

 

 

 

Q3. 아빠는 왜 그 갓난애기를 데리고 그런 데를 갔을까요? (일동 폭소)

 

: 음.. 어... 의표를 찌르는 질문이어서... (당황)
저도 준비를 꽤 한다고 했는데, 이 질문에는 답변이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요.
굳이 얘기를 돌려서, 마치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면,


재미있는 건, 그 아빠를 포함해서 이 영화에서 아버지가 네 명이 등장합니다.
참 잘 둘러대죠? (웃음)

 

두 아버지는 죽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첫 번째 아버지, 왜 아들을 데리고 동굴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는 분이죠.
그 다음에 아킬라라는 기른 아버지, 양부가 있죠.
그리고 나서는 모글리가 아버지가 없는 신세가 되는데요.


거기에 사실상 두 명의 아버지가 더 있습니다.

빌 머레이가 연기한 발루와 벤 킹슬리가 연기한 바기라이죠.
그런데 이 두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것이 전혀 다릅니다.
한 명은 규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면서 그 속에서 진정한 남자로서 조직원으로 봉사해라, 라고 하구요.
또 한 명은 너의 개성과 자유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바기라는 정글은 네가 살 곳이 아니니 인간세계로 돌아가라고 하죠.
하지만 발루는 너는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두 아버지가 주장하는 바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에 가게 되면 모든 것을 지키고도 끝난다는 것이죠.

 

여기서 저는 이 이야기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마지막에 인간세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전에는 인간다운 특징이 자기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인간다움을 자기 고유의 개성이라고 인정하고 그러면서도 정글에 남는다는 것이죠.
그런 결말이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고, 동문서답으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Q4. 레버넌트에서 좀 사나운 곰이 있었고 여기서는 온순한 곰이 나오는데요.
기술적으로 본다면 두 곰 중 어떤 것이 더 훌륭한지,
또 이 영화가 내년에 아카데미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계속 SF가 받아왔었는데요.

 

: 잠시 비밀을 말씀드리자면.. 사실 저는 헐리웃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웃음)
일단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보게 됐지만, (웃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가 아파왔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셨던 그 장면(레버넌트)는 봤습니다. 저희는 필요에 의해서 보게 되니까요.

제 생각에는 똑같다고 봅니다.
연기하시는 연기자 분을 약간은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은 했어요. (정글북의 빌 머레이)
그래서 의인화가 살짝 들어가 있구요.
레버넌트의 곰은, 그냥 곰입니다. 굉장히 사나운 곰입니다.
어떤 것이 어렵냐.. 제 생각에는 똑같습니다.
저는 구체적으로 의인화가 된 캐릭터는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털의 숫자는 같고요. (웃음)
레버넌트의 곰은 축축함의 정도치나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을테고,
발루는 물에서 수영하는 장면.. 뭐 저는 어쨌든 숫자로 보입니다.

 

: 사실 이 '정글북'은 지금까지 수십 편의 버전이 있습니다.
내년에도 나온다고 하고 90년대 중반에 성인 배우가 나오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글북이 당분간은 '정글북을 만들기가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빼어나게 나왔잖아요.
여러분들이 정글북을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모글리의 모습이 있지 않나요?
그것이 60년대에 나왔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정글북'입니다.
원작을 읽어보면 생각보다 더 어두운 이야기인데
60년대 애니메이션은 이번 버전의 정글북보다도 더 밝습니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원작 소설보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좀 더 가깝습니다.
어드벤처 장르라는 것을 포용하기 위해 정글이 위험한 곳이라는 것은 원작에서 가져왔을 거고요.
결과적으로는 원작과 디즈니 버전, 두 가지를 합쳐서 이 영화가 톤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5. 사실 '정글북'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닌데 공교롭게도 올해 디즈니에서 나오고 내년에도 개봉 예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두 분께서 생각하시는 이번 '정글북'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지,
내년에 개봉할 정글북은 이번 작품과 어떻게 차별화가 될 것으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질문한 부분입니다)

 

: 제 생각에는, 헐리웃 아이들이 자랑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인 것 같습니다. (웃음)
내년에 개봉할 정글북은 이것보다 더 발전할 겁니다.
재미는 잘 모르겠지만 기술적으로는 입체라든가, 지금까지 나왔던 것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체는 아바타때 이미 다들 보셨고, 풀 3D도 그 때 다 보셨구요.
물론 인간만 실사인데 거기에 맞는 배경을 만들었다는 정도의 놀라움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굉장히 업그레이드가 많이 되어 있는 장르를 보신 거구요.
내년에 좀 더 기술 집약적으로 발전해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영화사에서 현대로 올수록 점점 경계가 박해진다는 것인데요.
최근 보면 이게 다큐멘터리인지 극영화인지 헷갈리는 것처럼 장르끼리도 약해지기도 하고요.
최근은 애니메이션과 극영화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지경에까지 온 것도 사실인 것 같구요.

 

사실 정글북이 지금 국제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솔직히 말하면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정글북이라는 이야기는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이야기이고,
그것을 아마 시각적으로 어느 정도 했겠지 라는 정도였는데
사실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란 부분이 있고 왜 이 영화가 통했는지 알겠거든요.

 

모르긴 몰라도 정글북이라는 영화는 미국의 영화 제작 관행에 꽤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봅니다.
아마 디즈니도 이런 방식의 영화들이 제대로 통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계속 쏟아내겠죠.
당장 <미녀와 야수>같은 작품도 만들고 있잖아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야기라는 것은 사실 해 아래 새로운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똑같이 알고 있는 백설공주의 이야기를
30년대 중반에 디즈니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그것도 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을 때

미국 영화사에서 컬러 영화들이 만들어지게 되는 결정적인 시금석같은 영화가 되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정글북같은 영화들이 앞으로 상당 부분을 컴퓨터 그래픽이 대체하는 것을 가속해서
아주 오래된 이야기들을 새로운 시각효과를 덧붙여 계속

리뉴얼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붐을 이루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만들면 다른 영화들은 어떨까' 하고 궁금해지잖아요.
아마 그런 쪽으로 가속화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6. 정글북을 보면서 기술적인 측면도 경이로워서 감탄했는데
조금 실망했던 것은 캐릭터나 에피소드들이 단발적이고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카아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너무 짧게 소모적으로 쓰인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 글쎄요.. 소모적인가 아닌가는 보는 사람의 느낌이겠죠.


그런데 질문하셨으니 카아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말을 해 보면,
원래 정글북에서 저 캐릭터는 남자 캐릭터입니다.
60년대 정글북을 보시게 되면 역시 똑같이 유혹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어쨌든 남자 캐릭터예요.
그런데 이번 정글북에서 새로운 점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카아를 여자 캐릭터로 바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또 하필이면 스칼렛 조핸슨이 연기를 했죠.

 

제 생각에는 목소리 두 단어만 말을 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여성 배우가 스칼렛 조핸슨이 아닌가 싶은데요.
저는 스칼렛 조핸슨이 연기를 제일 잘 한 게 '그녀(Her)'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로.
목소리 연기를 너무 잘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캐릭터와 너무 잘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조금 이상하지만,
이게 어린애가 나오는 성장담에 성적인 이야기가 부분적으로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카아라는 캐릭터의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기에서의 유혹은 당연히 목숨에 대한 유혹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얘가 굉장히 어린 10대이기는 하지만 그런 식의 뉘앙스가 깔려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라고 추측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때부터는 이 영화가 굉장히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Q7. 동물들을 배우에 따라 의인화했다고 하는데,

'불쾌한 골짜기'(CG캐릭터가 가질 수 있는 이질감)를 어느 정도 감수를 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본부장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평론가님께는 이 영화를 과연 실사 영화로 볼 수 있는지,

모션캡쳐 배우들이 연기상을 받거나 CG캐릭터가 수상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 사실 지금 질문하신 경우(동물을 의인화 하는)는 제가 경험해보지 않아서 정확한 답변은 어려울 것 같구요.
제 경험 내에서 말씀드리자면 반대의 경우, 전부 다 실사인데 디지털 캐릭터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안에 의인화가 된다면 어떻게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호에도 의인화가 되어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보고 대들지 않는다거나 천만덕과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든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질감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질감이 될 걸 고민하면 만들지 말아야죠.
이질감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에 좀 더 몰입합니다.
그게 디지털 캐릭터를 대하는 CG인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호를 하면서 제가 대호라고 생각했었구요, 거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전부 제 분신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 경계는 점점 닳아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런 면에서 저는- 사실 인간 캐릭터는 아직 그렇게까지 자연스럽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인간 캐릭터도 정말 리얼하게 나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것을 전문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이 따로 있기도 한데요.
예를 들어 저는 골룸 같은 캐릭터는 (상을) 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 기술도 바탕이 되는 것은 인간의 연기가 토대가 되어 있는 것일텐데,
앞으로는 그런 부분들이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용석 본부장님은
이 필드에서 한국이라는 그라운드 자체가 별로 넓지 않고
이 안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도 별로 많지 않다고 말씀하시면서
한국의 CG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가지신 분들도 많이 계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채찍이 사실 한국의 컴퓨터그래픽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생각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계속 채찍을 때려 주시는 것도 좋지만, 좋은 부분에 대해서는 좋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마무리하셨습니다.

 

 

 

 

20160525_002158_HDR.jpg

 

오늘 관객과의 대화 GV에서 질문자들에게 배포된 선물입니다.

정글북 원작 도서와 OST네요.

이 기회에 다시 원작 소설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네요.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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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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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잘읽었습니다! 내년에 또 정글북이 나오는군요!!
03:41
16.05.25.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밍기뉴

워너브라더스에서 앤디 서키스가 감독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

11:42
16.05.25.
2등

잘 봤읍니다 ~ GV 갓다온 느낌이네요 ~

06:52
16.05.25.
대호가 계속 언급되는 거에 고개를 숙이셨다는게...ㅠㅜ 이걸 하나하나 옮겨적으셨다니...!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정글북으로 GV를 할게 있나? 했는데 제작 배경이 굉장이 흥미진진했네요!!!
07:50
16.05.25.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광녀광녀

정말 계속 언급되니까 본부장님께서 좀 쑥쓰러워 하시더라구요 ㅎㅎ

처음엔 30분 정도만 진행될 것 같았는데 두 분이서 말씀하시다보니 점점 길어지더라구요!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11:44
16.05.25.
람군

아.... 뭔가 못간게 후회될 정도로 내용이 재밌었네요...!

12:16
16.05.25.
profile image

우와~~!!!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현장에 있었던것 같네요ㅋㅋㅋㅋㅋ

09:44
16.05.25.

맙소사...... 이 시간에 일은 안하고 한글자 빠트리지 않고 정독했네요.....ㅎㅎㅎ

한번 이동진 GV 녹취록 작성 해보다가 승질머리 다 버린 적 있어서 잘 아는데 정말 이 어마어마한 분량을 다 정리를.....ㅎㅎㅎ

내용 보면서 영화 본편 한장면 한장면이 다 떠오르네요......

무엇보다 더 이상 한국영화의 기술력을 비아냥거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가져보구요......

그런데 그 문제의 Q3와 그 앞의 Q2도 정말......으~~~~~

좋아요 백만개 드리지 못함이 안타깝고 아쉬울 뿐입니다~ 잘 읽었고 수고하셨고 큰 도움 됐습니다~~~ ^^

baiduhiqpx37.gif

09:48
16.05.25.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WinnieThePooh

GV는 정리하고 나면 뿌듯한데 중간에 한 번 고비가 오긴 하더라구요 ㅋㅋ

질문은.. Q3의 충격이 너무 커서 ㅋㅋ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할지;

다른 좋은 질문 가진 분들이 계셨다면 정말 약오를만한 일인 것 같아요ㅠ

긴 글인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1:47
16.05.25.
profile image
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 감사합니다!!!
09:52
16.05.25.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H1314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11:47
16.05.25.
profile image

OST ... 책자.. 와

정리 수고하셨고 득템 축하드립니다.

10:05
16.05.25.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golgo

사실 정글북은 꼬맹이일 때 동화책으로 읽은 이후로는 책으로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이 기회에 한 번 제대로 읽어보려구요.

감사합니다 ^ㅅ^

11:48
16.05.25.
저도 알았으면 갔을 텐데
페북 이래서 자주 봐야 하나 봅니다
잘 읽을게요~
10:10
16.05.25.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여자친구

저도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닌데 페북하다보면 가끔 놓치고 싶지 않은 이벤트들이 있더라구요. :-)

11:48
16.05.25.
........
삭제된 댓글입니다.
10:32
16.05.25.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

이동진 평론가님이 그렇게 당황하시는 거 처음 봤어요 ㅋㅋ

관객들도 순간 리액션을 잊고 잠시 충격을 받았던...! ㅎㅎㅎ

11:49
16.05.25.
........
삭제된 댓글입니다.
19:57
16.05.25.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제임스카메라

오오 감사합니다 ㅎㅎ

11:49
16.05.25.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카렐카렐

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2:43
16.05.25.
profile image
제가 하려고 했는데 늦었군요 (핑계)
시간 얼마나 걸리던가요~
고생 많으셨고 고맙습니다 ㅎㅎ
17:30
16.05.25.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우아한

저는 보통 GV진행시간×2 정도 걸리더라구요.

듣고 적으면서 안 들리는 부분이나 이해 안 되는 곳은 다시 들어보고 하느라고..

능력자였다면 핵심만 뽑아서 정리할텐데 말입니다 ㅠ

17:55
16.05.25.
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업에 따라 보이나봅니다 ㅋㅋ cg 하나하나가 프레임 숫자로 보인다는 조용석 슈퍼바이저님 얘기가 참 재밌네요~
18:32
16.05.25.
profile image

잘 읽었습니다. 정리 너무 잘하셨네요^^

CG가 시간과 인력.. 결국은 비용의 문제인데, 국내 영화는 시장과 언어권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뛰어넘을 수 있는 벽이 확실히 있군요.

 

19:35
16.05.25.
profile image

허허 주욱 내리고 스크랩해두고 영화 본다음에 봐야겠어요~~~

 

일단 감사합니다!!!

19:59
16.05.25.
profile image

대호 보고 정말 놀랬어요 정글북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 해요 대호는 반대로 대호만 CG였으니 ㅎㅎ

그래도 엄청난 기술이었음을 느꼈는데...아우 

글 감사합니다 ㅎ

00:01
16.05.26.

저 댓글이 좀 늦었지만 녹음파일 혹시 있으시면 메일로 보내주실수있나요

그래주시면 정말 감사해요! 꼭 소장하고 싶어서요 이날 못가서 ㅠㅠ

l_c_ho@naver.com   부탁드려요 

00:56
16.05.27.
profile image
잘 읽었습니다. 궁금했던 GV를 덕분에 글로 만났네요
받아적기 힘드셨을게에요. 수고하셨습니다 .
11:09
16.05.29.
profile image

오늘 영화보고 글 찾아서 읽었네요. 정리 감사드립니다~

21:28
16.06.13.
profile image
람군 작성자
obiwan

꽤 지난 글인데 일부러 찾아서 다시 읽어주시고, 감사드려요! :-)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12:56
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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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sx 7시간 전21:24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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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Sun NeoSun 7시간 전21:16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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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chine Sonachine 7시간 전21:0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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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시작 8시간 전20:4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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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lee Tulee 8시간 전20:34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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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lee Tulee 8시간 전20:33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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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lee Tulee 8시간 전20:33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