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2
  • 쓰기
  • 검색

[오늘의 발리우드] 《행복까지 30일》 맛살라톡 in Busan 리뷰(스압주의)

raSpberRy raSpberRy
4912 13 12

Masala_Talk_in_busan.jpg

 

 

opening_busan.jpg

 

 * 1차로 진행된 서울 톡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extmovie.maxmovie.com/xe/12767985

 

 


 

패널 소개

 

raSpberRy(호스트, 인도영화 블로그 Meri.Desi Net 운영자) // 검은 색 표기

D모님 // 최초 참여

Ti모님 // 최초 참여

Ta모님 // 최초 참여

P모님 // 최초 참여

K모님 // 최초 참여

* 특별 게스트: 성다혜님(능력자들 인도더쿠 편 출연)

 

 

Kaakka_Muttai01.jpg

 

 

들어가며

 

《행복까지 30일》은 다양성 영화이고 인도를 대표하는 영화상(내셔널어워드, 필름페어)에서 큰 상을 수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레이블의 상영관 같은 곳에는 걸리지 않아서 일주일만 뜨겁게 불태우고 사라지는 영화가 아닌가 했습니다.

 

그래서 부산에 사는 지인에게 2주차 상영 때까지 부산에 영화가 걸려있으면 내려가서 맛살라톡을 진행하겠다고 공약을 걸었는데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가 상영되더군요. 저는 기쁜 마음으로 근무를 변경하면서 내려갔는데 안타깝게 개인 사정으로 그 지인분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자리를 빛내 주셨는데요, 부산 본토뿐이 아닌 경상 지역의 각지에서 찾아주셔서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빈민가에 사는 두 형제가 피자를 먹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영화입니다. 감독과 배우들은 신인입니다. 그런데도 연기를 잘하지 않았나요? 이를테면 피자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 아쉬운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같은 아이들만이 지을 수 있는 귀요미스러운 표정을 연기 같지 않게 자연스럽게 연기했습니다.

 

Ti:정말 빈민가 사람들을 데려다놓고 찍지 않나 싶었을 정도에요

 

D: 최근에 저는 아일랜드 영화 《싱 스트리트》를 봤는데 큐레이터 프로그램이 있어서 큐레이터에게 캐스팅 비화를 들은 적이 있어요. 남자 주인공이 아일랜드 중에서도 진짜 시골에 살던 친구였대요. 친구들이 자기가 영화에 나온 지도 모를 정도였다고 하는데, 한 3개월 정도만 촬영하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싱 스트리트》 포스터를 보여주면서 얘(남자주인공)가 나라고 하면서 자랑했는데 정작 친구들은 너 같은 촌뜨기가 어떻게 이런 영화를 찍었냐고 하더라고요.

 

Ti: 그러면 《행복까지 30일》의 두 소년의 어머니는 실제 어머니인가요?

 

그 분은 배우입니다. 할머니는 모르겠는데 지난번 톡에서 한 게스트분이 말씀하셨듯 할머니의 치아 상태가 좋지 못한 걸로 보아 이 분도 비전문배우 인 것 같더라고요.

 

K: 심부라는 분은 진짜 배우인가요?

 

네 실제 배우입니다. 고탐 메논 감독의 《하늘을 건너 내게 와줄래》라는 영화로 확실히 타밀 지역의 스타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발리우드 영화인 《다방》의 리메이크 영화인 《오스떼》라는 영화 역시 히트를 쳤죠. 원래 이름은 실람바라산 떼싱구 라젠드라 프라사드라는 이름인데 샤룩 칸, 아미르 칸 같은 북인도 지역의 사람들과는 달리 남인도 지역의 사람들은 긴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심부’와 같은 이름으로 줄여서 부르는 것이죠.

 

Kaakka_Muttai_still01.jpg

 


 

이 영화는 타밀어권 영화입니다. 그 지역의 스타인 다누쉬라는 배우가 제작을 하면서 마니칸단이라는 사람을 발탁해서 만든 저예산 독립영화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3억 원 정도가 소요 되었습니다. 인도에서도 중예산급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의 제작비가 20 Crores(우리 돈으로 35억 원 정도),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50 Crores(우리 돈으로 8~90억 원) 정도는 넘어가야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런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1/10 정도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좋은 평가가 나오고 인도 정부에서 인도 전역의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내셔널 어워드에서 어린이 영화 부문의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마니칸단 감독의 아들이 피자를 좋아해서 어느 날 피자 가게에 갔다고 합니다. 무심결에 바깥을 보고 있는데 빈민가 아이들이 가게 밖에서 가게를 들여다보더랍니다. 그 때 감독은 우리는 이렇게 편하게 피자가게를 찾아와서 피자를 먹고 있지만 저 밖의 빈민가 아이들은 우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더랍니다. 영화는 거기서 출발한 것이죠.

 

영화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다루고 있는 것은 어른들의 탁한 세계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의 시각으로 많이 순화가 된 것이죠.

 

P: 주토피아의 닉에서 주디 버전으로 바뀐 걸 수도 있어요.

 



 

Kaakka_Muttai02.jpg

 

 

행복을 찾아서

 

P: 영화에는 다양한 인물이 이루는 세계가 있잖아요. 가족들이 이루는 세계가 있고 피자가게에서 이루는 세계가 있고 작은 세계와 큰 세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세계가 부딪혀서 이루어지는 모습과 그 중간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약간 우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처음에는 아이들의 시점으로 보았어요. 그런데 (큰 까마귀 알이) 뺨을 맞으면서부터 어른들의 시각이 좀 더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아이는 성장해나가는 거죠. 처음에는 자신이 우상으로 삼았던 스타가 피자를 먹기에 자신도 그 입장에서 피자를 먹으려했는데 거기에서 시련을 겪고 실제로 먹고 보니 그만큼 맛이 있고 내가 대스타가 된 것 같지 않게 느껴지는 거죠. 이걸 보면서 소년의 성장극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P: 영화에서 나온 피자가 우리가 먹는 피자보다 작은 것 같아요.

 

D: 피자가게용 접시만한 사이즈죠

 

P: 1루피가 우리 돈으로 얼마였죠?

 

Ti: 찾아보니 1루피가 17.5원이라고 나오는데 버스 요금이 12루피였던 걸로 봐서 체감 물가는 100을 곱하면 될 것 같아요. 300루피(피자 가격)면 (체감상) 3만원? 그리고 하루에 버는 돈은 천 원 밖에 안 되고요.

 

P: 행복까지 30일이라는 게 정말 그 작은 돈을 모아 가져가서 피자를 사먹는다는 걸 뜻하는 것이겠죠.

 

D: ‘행복’은 ‘피자’를 지칭하는 것 같아요. 30일은 피자를 먹기까지의 한 달을 말하는 거고요.

 

P: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행복을 실제로 겪어보니

 

D: 별 거 아닌 거죠. 막상 먹어보니 맛없고...

 

Ta: 인도에서도 좀 많이 가난한, 우리식으로 하면 달동네나 판자촌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여기에서는 엄마의 역할보다 할머니의 역할이 공감이 되더라고요. 우리 할머니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싶어 하시잖아요.

 

P: 영화 《집으로》 처럼요.

 

D: 그래서 쌀 반죽으로 피자도 만들어주고.

 

P: 아이들 이름이 ‘까마귀 알’이잖아요. 아이들이 일상으로 찾던 행복은 까마귀 알이었는데 피자라는 것이 그 까마귀 알을 쫓아내고 들어온 행복인데 정작 그게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영화에서 아이들의 터전이 없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첫 쇼트가 콘크리트 건물 위에서 피난하듯 앉아있는 까마귀 무리입니다. 까마귀는 아이들이 자리를 잡기 한참 전에 어쩌면 몇 천 년 전부터 그 자리에서 서식을 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다 결국 공터에 나무 하나만 남아서 그 최후의 보루를 유지하고 있는데 까마귀도 아이들도 터전을 빼앗긴 것이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쇼트 하나를 꼽자면 공터를 부감으로 잡을 때 모든 인물을 담은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는 까마귀 알 형제를 비롯해 부패한 지역 정치인, 피자집 사장 무리, 사기꾼 듀오, 빈민가 아이들까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주요인물을 담아냅니다. 이 공간에서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비극을 얻는 거죠.




 

Kaakka_Muttai03.jpg

 

 

아이는 어른의 과거다

 

전 이 영화가 밝은 톤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은연중에 어두움을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일주스 아저씨는 가장 큰 욕심을 가져봐야 개구리 한 마리 정도거든요. 석탄 역시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이용했을 수도 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안 드러나고 있고 실제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한다고 하면 아이들에게 이야기도 안 해주겠지요.

 

큰 까마귀와 작은 까마귀처럼 ‘익명’을 쓴다는 것은 영화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현이 되는데 《행복까지 30일》의 경우는 정말 이름 없이 사라질 다수의 사람들, 소위 ‘민초’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익명을 쓰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안타까운 게 이름이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어른들은 굉장히 탐욕스럽습니다.

 

만약에 형제가 나중에 자라면 이렇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되어서 좀 우울해지더라고요.

 

P: 까마귀들처럼 자신의 터전에서 나가게 되거나

 

Ta: 동생은 옆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엄마한테 숨기지 않고 말하기는 했는데 형은 좀 현실적인 부분이 보였어요. 피자 배달부가 왔을 때 길도 안 가르쳐 주고 그런 것들이 순수하기만 한 애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모습은 아니거든요. 만약에 형 혼자만 있었더라면 이렇게 밝게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 형제에겐 이름이 있었을 것입니다. 엄마는 가끔 아이들에게 ‘아들, 이름이 뭐지?’ 하고 물으면 동생이 ‘작은 까마귀 알’이라고 대답하고 형은 웃기만 합니다. 그런데 형은 아버지 필요 없고 피자를 사달라고 투정하는 부분에서 자신이 큰 까마귀 알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동생이 자신을 작은 까마귀 알이라고 말하던 때는 어떤 악의가 없고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이 과일주스라는 아저씨뿐이라 내가 속한 집단은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는 집단에 동질감을 느껴서 동생은 자신을 그렇게 지칭한 것뿐이지만 형이 별명을 사용하던 때는 가족을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죠.

 

또한 형제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과일주스 아저씨나 좀 사는 집 소년인데 아마도 이 둘은 그들을 준거집단으로 삼고 같은 빈민가 아이들을 배제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사는 집 소년과 소통을 하면서도 아이는 형제를 내려다보고 둘 사이에는 쇠창살이 놓여있지요. 소통은 하지만 그 속에서도 어떤 모순 같은 게 느껴진달까.

 

Ta: 거기에서 애들끼리 서로를 받아들이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다른 아이들 같으면 친구가 헬기를 가지고 놀면 ‘야, 나도 갖고 놀자’고 했을 텐데 가지고 노는 애는 자기만 갖고 놀고 형제도 그냥 구경만 하는 걸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그 소년은 지금은 빈민가 아이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이가 들면 ‘너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된다’ 이러고 여담이지만 제가 어렸을 적에 아파트가 재개발 된다고 해서 잠깐 몇 년 동안 살았던 동네도 뭔가가 낙후되어 있었어요. 동네 우물가를 중심으로 좀 거친 남자아이들이 모여 있던 동네였는데 저도 이 마을 아이들의 집단을 준거집단으로 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Kaakka_Muttai_still02.jpg

 

 

영화 속에 통용되는 가치들

 

D: 저는 할머니의 장례식이 가장 먼저 생각나더라고요. 사람이 죽었는데 장례비용 든다고 장작 살 돈 밖에 안 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사람 목숨이 중요한 일인데 돈 없으면 장례조차 못 치른다는 거잖아요. 돈이 없으면 사람 목숨을 그렇게 취급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기꾼 듀오는) 그 다음에 아이들이 돈을 가져왔을 때 세어 보지도 않고 마치 훔치듯이 가져가잖아요. 아마 그보다 돈을 더 가져왔더라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겁니다. 이처럼 사람 목숨과 관계된 상황조차도 돈 거래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이죠.

 

D: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전제가 붙은 것 같아요.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가능하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거죠. 아이들도 피자를 사기 위해서 무조건 돈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아이들도 인도라는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돈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배운 것 같아요.

 

K: 저는 결말 부분에서 사장이 했던 거래가 생각나요. 사장이 자신의 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피자 하나를 대접하고 너희는 이걸 평생 먹을 수 있다고 한 거래 자체가 인상 깊었어요.

 

영화는 현명하게 아이들이 피자가 맛이 없다고 한 데서 끊었지만 만약에 아이들이 이번 기회에 피자의 맛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하고 그 가게에 다시 온다고 할 때 사장이 카메라가 자신으로부터 시선을 돌린 다음에도 똑같이 아이들을 대접할...리는 없겠죠.

 

D: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하겠죠.

 

Ti: 아이들이 옷을 사러 갔을 때 아버지는 영어를 쓰더라고요.

* 정확히는 타밀어를 쓴 것은 맞는데 빠니푸리(Pani Puri) 장수를 흘겨보더니 ‘It’s not hygienic’이라는 단어를 쓰긴 합니다.

 

예전에 인도영화는 아니고 《세컨드 마더》라는 브라질 영화에서 나온 설정인데, 극중에서 주인집 사모님과 주인공인 가정부 아주머니 사이에 트러블이 난 겁니다. 그 때 사모님은 가정부의 눈앞에서 남편에게 영어로 가정부 아주머니를 디스 하는 겁니다. 가정부 아주머니는 분위기를 봐서는 자신에 대한 험담을 한다는 걸 감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을 겁니다. 이게 언어를 통한 권력의 과시라곤 할까요.

 

P: 영화 《아가씨》도 생각나네요.

 

D: 극중 조진웅이 원래 조선 사람인데 자신의 욕심 때문에 일본 사람이 되려고 하잖아요.

 

P: 일어를 쓰긴 하지만 조선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올라갈 수는 없는 한계가 있죠.

 

D: 인도에도 그럴까요? 언어가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바후발리》를 볼 때도 언어가 매우 생소하더라고요.

 

《바후발리》의 경우는 텔루구어권 영화입니다.

 

D: 《바후발리》를 볼 땐 언어가 약간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통 인도 말은 정말 생소하게 느껴지잖아요. 《행복까지 30일》도 애들이 쓰는 언어가 정말 생소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바후발리》를 볼 때는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거에요.

 

Ti: 뭔가 다듬어진?

* 여담이지만 타밀어에서 ‘엄마’는 amma로 우리의 엄마와 발음이 비슷하다.

 








 

crows-egg-poster.jpg

 

 

성다혜님과의 대담

 

맛살라톡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성다혜 님과 만나 영화와 인도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 대단한 걸 기대했는지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결말 부분은 좋았습니다.

 

결말이 좋으셨다고 하는데 결말에 대한 느낌은?

 

성: 영화 중반부가 지나가면 정치적인 문제를 개입시키잖아요. 사기꾼이 동영상을 팔아넘기는 것 같이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어른들이 생각하는 정치적인 입장을 드러내거나 어른들의 나쁜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했다면 영화의 의미나 본질은 퇴색되었을 거라 봅니다. 우선은 돈을 많이 안 들인 영화잖아요. 영화 결말이 조금 가볍게 끝난다고 해야 하나? 아이들이 피자를 먹으면서 (피자라는 게) 아무 것도 아니네 하는 결말을 내는 것이 어른들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아이의 감정에 맞춰져 있는 오히려 아이가 아이다울 수 있는 결말이라 상당히 좋았습니다.

 

저는 마니칸단 감독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 그가 말했던 ‘《행복까지 30일》은 어린이 영화가 아니다’라는 부분이 드러나는 지점이 어디인지 파악했습니다. 아이들이 TV에서 자신들의 사건이 방송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숨어버리는데 그 아이들이 없는 동안 어머니를 중심으로 어른들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어머니를 안 만나주던 정치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편을 도와준다는 식으로 감언이설을 늘어놓는 것 같은 것 말이죠.

 

 

저는 영화의 결말 부분에 아이들이 피자가 맛이 없다고 했던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였냐면, 톱스타인 심부가 가게에 왔을 때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와 있고 구경하러 온 사람도 많은 그런 와중에서 피자를 먹는 거잖아요.

 

스타인 심부의 입장만 보더라도 자신은 행사를 뛰러 와서 스크린 밖에서 또 하나의 연기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자신의 행동 하나에 가게의 운명이 달려 있거든요.

 

연기를 할 필요가 없는 아이들은 심부 이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마치 동물원 우리 안의 동물들처럼 쇼를 당하는 거잖아요. 자신은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피자를 먹으려고 할 때는 정당한 대우를 못 받으면서 관심이 다 떨어진 와중에 억지로 피자를 먹어야 하면서 느끼는 부담감이나 불편함이 몸으로 반응했을 거라고 봐요. 내가 아프리카 TV에서 먹방을 찍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맛있게 먹어보라고 반 강요 상태에서 먹는 음식이라면 그 어떤 것도 맛이 없었을 거라 보거든요.

 

어떤 분은 ‘정말 맛이 없어서’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Kaakka_Muttai06.jpg

 

 

아이들의 꿈 vs. 인도의 현실

 

아이들이 석탄을 팔고 나와서 쉬고 있는 동안 TV에서는 영화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타밀 지역에서 이름 있는 스타중 하나인 나가르주나로 추정되는 배우가 출연한 액션 코미디 영화 같은데 그 영화에서 변호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내가 수임료는 낮지만 너희 가족은 도와주겠다’는 대사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죠. 영화 속에서는 현실의 상황이 미화가 된 것이죠. 그런 논리로 따졌을 때 이 영화 역시 허구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겠죠. 실제 슬럼가를 배경으로 슬럼가의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를 찍었으니까요.

 

감독은 다큐멘터리 적인 연출을 통해 사실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개를 파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 감독은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실제로 개를 판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라고 했답니다. 이런 식으로 감독은 리얼리즘 기법으로 영화를 연출하려고 했지만 그 안에서도 가공이 되었죠. 어쩌면 척박해 보이는 시궁창을 순화를 시키면서 말이죠.

 

다시 TV로 돌아가면 아이들은 TV 영화를 통해 환상을 느끼지만 자신들이 주인공이 된 뉴스를 보면서 세상은 그게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죠. 이런 장면도 있습니다. 뉴스 리포터가 현장 취재를 통해 까마귀 알 형제가 피자가게에서 당했던 일을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인물인 까마귀 알 형제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객체로 빠져야만 하죠.

 

P: 영화 속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나오는데요. 인도에 실제로 하는 것들인가요? 이를테면 하청 같은 것들요.

 

하청 같은 건 인도에서도 많이 있는 현상이죠.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도 지주와 마름 같은 개념이 있었잖습니까. 인도 역시 농업이 우세하다 보니 마름 밑에서 일하는 임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예로 들면 까마귀 알 형제가 전단지를 돌리잖아요. 하청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얘네들에게 10루피씩 주고 하청을 하는 것으로 하청의 재하청이 일어나는 것이죠. 영화에서는 그런 노동의 다양한 모습들이 보이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많은 돈을 버는데 까마귀 알 형제는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을 하지만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죠.

 

 

D: 신기한 게 있던데 버스를 타잖아요. 우리는 카드를 찍고 타지만 인도 같은 경우에는 목적지를 말하고 돈을 지불하는 게 신기했어요.

 

성: 우리는 어느 구간까지는 기본요금을 내지만 인도는 거리마다 가격이 달라지거든요.

 

영화 속에서도 그랬지만 차장이 저런 만원버스에서는 어떤 승객이 탔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가는지 다 기억을 못할 것 같지만 어떻게 귀신같이 다 알더군요.

 

D: 그런데 아이들이 새 옷을 사면 (피자가게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신발을 안신은 거예요.

 

빈민가 아이들도 신발을 신기는 해요. 쓰레기통에서 다 떨어진 신발을 주워 신는 아이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맨발로 다니는 게 더 편하죠.

 

D: 아마도 신발을 안 신어서 가난한 아이라고 본 것 같아요

 

Ti: 그래도 슬리퍼라도 신고 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영화 속의 아이들은 그 전에도 계속 피자가게를 엿보았을 거라 봅니다. 그 때면 아저씨가 와서 ‘이놈’ 하겠죠. 딴 데 가서 놀라고 하고 말이죠. 그렇게 아이들은 요주의 인물로 찍혔을지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새 옷을 입고 가게에 들어와도 대접을 못 받는 것이죠. ‘너희들이 그렇게 입고와도 신분이 변하는 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아버립니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이 친구들이 신발을 신고 왔다고 하더라도 계급이라는 벽은 이미 쳐져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Ti: 저도 아이들이 새 옷을 입고 갈 때 신발을 안 신어서 입장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비 아저씨가 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 심한 거예요. 지금은 계급 사회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계급은 남아 있잖아요.

 

성: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건 아니에요. 요즘은 카스트가 문제가 아니라 돈이 카스트를 정해 주거든요. 높은 계급의 사람이라도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이를테면 화장터 일 같은 경우는 정말 낮은 카스트의 사람들이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 동네의 제일 부자는 화장터의 주인이에요. 그래서 가장 낮은 카스트지만 그 동네의 제일 비싼 집을 지어서 사는 사람들도 있어요. 결국 사람들이 무시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카스트가 아니라 돈이 있냐 없느냐의 문제인 거죠. 즉, 낮은 신분의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어서 신분 세탁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죠.

 

인도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이 사람의 종교나 신분 그리고 어느 지역 출신인지를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돈이 많으면 신분도 바꾸고 성도 바꾸고 이름도 바꾸는 거죠. 그러다보니 낮은 카스트로 태어난 사람도 그렇게 되면 아무도 그 사람의 카스트를 알 수 없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족보를 사는 것과 비슷해요. 그리고 그 돈을 물려주게 되면 자손들은 카스트와 관계없는 삶을 사는 것이죠.

 

공무원이나 대학 같은 경우에도 무조건 낮은 카스트를 채용해야 하는 법이 있어요. 그것 때문에도 말이 많아요. (대학교를 예로 들 때) 만약 낮은 카스트에서 의무적으로 사람을 입학시키게 되면 그들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학교에 들어가죠. 그러면 공부를 잘 하는 상위 카스트 아이 한 명이 대학을 못가는 일이 발생하게 되죠. 특히 의대 같은 경우는 논란이 됩니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인데 카스트가 낮다는 이유로 입학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고요, 교수 채용 같은 문제도 그렇고요. 다른 신분에서 ‘역차별이다’라는 비판이 나오면 낮은 카스트 측에서는 우리는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니까 법적으로 무조건 보장을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법으로는 차별을 받았다고 할 때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고를 해서 법정에 가면 그 비용을 자신이 부담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죠. 자신이 비용을 낮은 카스트라도 법정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상대방이 당연히 무시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름 같은 걸 들으면 출신지나 카스트를 알 수 있으니 차별을 안 받기가 힘들죠. 내가 차별을 안 하겠다고 해도 이미 그 사이에 차별은 일어나는 거죠.

 

P: 가진 종교에다 이름까지 얽히면 차별이 더 심해지겠네요.

 

가장 쉬운 예가 소위 3대 칸(Khan)이라고 불리는 스타들이 있잖아요. 그 ‘칸’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슬렘이죠.

 

D: 인도에 태어난 사람은 종교적 짐을 지고 가야하는 거군요

 

성: 그렇죠. 모태신앙이 아닌 사람은 없어요. 나중에 종교를 포기하는 경우는 있는데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종교를 가지고 태어나고 자라면서 내가 이 종교를 믿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를 결정하죠.

 

Ti: 그러면 기독교 집안에 있는 사람들도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는 건가요?

 

성: 인도 남부에는 폴(Paul)이라는 성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라든지

 

아니면 고아(Goa)지역에도 (기독교인)들이 많죠.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으니

 

 

Kaakka_Muttai05.jpg

 

 

D: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아이들이 피자가게 앞에서 매니저에게 맞았잖아요. 그게 계기가 되어서 TV에서 사건이 부각되잖아요. 그걸 보면서 인도에서도 인권이 중요한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 경우는 이견이 있는 게, 어떤 여성 여행객 이야기인데 그 여성분에게 찝쩍대는 인도인이 있어서 그 분이 그 찝쩍남을 신고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이 출동을 했는데 서로 데려가지 않고 경찰이 가지고 있는 진압봉 같은 게 있는데 그걸로 마구 팼다고 합니다. 우리 같으면 경찰서로 가서 취조를 했겠지만 인도에서는 그런 식으로 대처를 했다는 것이죠. 그게 불과 한 2년 전 밖에 되지 않은데 지금도 그다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D: 가난하고 부자이고를 떠나서 국가적으로 인권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아요

 

아마도 영화 속에서는 누군가가 문제되는 장면을 찍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은연중에 암암리에 일어났으면 폭력을 행사한 이들은 증거를 요구했겠지요. 그 증거가 무서운 것이지 아마도 이들은 평소처럼 대응했을 것입니다. 사장은 오히려 잘했다고 사장을 더 두둔했겠지요. 들켜서 문제가 된 것이지 이들이 도덕적으로 그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Ti: 이들이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와서 때리는 것을 보면 서슴없이 당연히 때려야 된다고 생각한건 아닌가 해요.

 

저는 더 심각한 모순을 느꼈던 부분이 있어요. 사기꾼 듀오가 동네 아주머니들을 부추겨서 시위대를 결성하는데요. 그 때 엄마도 공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시위에 나갈 것을 권유받습니다. 그 때 엄마는 무슨 시위냐고 물어보는데 빈민가 아이들이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엄마 동료가 했던 말이 “맞을 짓을 했겠지”라고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은 계층의 사람에게 잘못이 일어났을 때 공권력이 부당한지에 대해서 고민해보지도 않고 ‘잘못했으니까 맞겠지’ 하고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거예요.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라면 그 사회를 이해 못하니까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을거에요. 물론 그게 좋은 건 아니지만, 하지만 같은 계층의 사람들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예요.

 



 

Kaakka_Muttai_still03.jpg

 

 

이 영화에 의도적이지 않게 암시된 어두운 미래

 

어머니가 홀로 남겨진 후 하루가 지난 뒤에야 경찰의 지원 끝에 결국 두 아들을 찾게 됩니다. 아이들은 과일주스 아저씨와 같이 있었죠. 아이들과 어머니가 상봉을 하는 순간 카메라는 과일주스 아저씨를 잠깐 비추는데 과일주스 아저씨 뒤로 폐휴지를 줍는 남자가 카메라 멀리 잡힙니다. 이건 어쩌면 우연적으로 찍힌 장면일 수 있어요. 저는 톡에서 아이들의 미래가 과일주스 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어쩌면 저런 아저씨가 미래일 수도 있죠.

 

Ti: 저 역시 이 영화가 해피엔딩처럼 끝났지만 과연 해피엔딩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청소년 방송국 리포트라는 사람이 방송에서는 ‘빈민가의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있을까요?’하고 방송을 마쳤지만 결국은 달라진 것은 없었죠.

 

D: 저는 왜 그 피자가게 사장이 빈민가 아이들이 노는 공터에 건물을 사서 피자가게를 열었는지가 이해가 안 가요. 좋은 곳에서 장사를 하면 피자 가게도 잘 될 텐데요.

 

아마 우화적인 설정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랬던 것은 아닌가 싶어요. 누군가의 터전을 빼앗아서 그 공간을 이익을 보는 공간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감독의 의도대로 아이들의 눈으로 순화를 해놓기는 했지만 어른의 탐욕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이라고 욕망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큰 까마귀 알이 까마귀 알 하나를 남기면서 중도를 찾았던 것처럼 어른들이 지향해야 할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아바타》라는 영화를 보면 사슴 같은 짐승을 죽이면서도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죠. 내가 부득이하게 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 짐승의 목숨을 빼앗지만 거기에서 도를 지키겠다 이거죠. 하지만 어른들은 일방적이잖아요. 자기밖에 모르고.

 

P: 저는 피자집을 빈민가에 지었다고 했을 때 그 공터가 넓어서 그런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거든요.

 

성: 인도에서는 그렇게 밖에 지을 수 없는 구조가 있어요. 왜냐하면 지리적으로 빈민가는 부촌 옆에 있기 때문이 거든요. 생각해보면 부촌에 땅을 사는 건 비싸잖아요. 그렇게 빈민가의 싼 땅을 사서 가게를 지으면 과시하는 느낌이 더 크잖아요. (피자를) 못 먹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은데 내 재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효과를 보여주는 거죠.

 

실제로도 인도에는 빈민가에 큰 건물이나 피자가게 같은 곳이 많아요. 그걸 먹을 수 있는 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차를 타고 오니까 주차장이 있고 주차 공간이 없다고 해도 기사가 있으면 차를 돌려보내면 되니까요.

 

D: 피자가게가 단순히 부자들만 먹는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

 

성: 그러니까 그런 느낌을 주려고 더 크게 (건물을) 짓는 거죠

 

D: 그래서 (빈민가의) 아이들이 더 (피자를) 먹고 싶어 하는 거죠. 영화 보면서 (인도에) 빈부격차가 진짜 심하다고 느꼈어요. 가난한 애들 지나가는데 부자 엄마들이 차타고 지나가는 거 보면...

 

성: 아르바이트에 관해서도 질문을 하셨잖아요. 아동 인권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요. 적당한 임금을 주지 않고 그렇게 노동착취를 하는 게, (영화의 배경이 된) 남부 인도 같은 경우에는 임노동자를 많이 쓸 수밖에 없어요. 차밭이라든지 하는 곳은 어린아이들이 따야지 많이 딸 수 있는 그런 곳이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임금을 적게 주고 아동들을 쓰는 거죠. 그리고 (인도는) 공교육이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아요. 영화에서 교도소에 있는 아빠에게 엄마가 ‘학교에 보내줄 돈이 없다’고 하잖아요. 공교육이 우리처럼 의무적으로 초등학교에 보내는 개념이 아니니까. 학업을 끝내는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은거에요. 그러니까 당연히 아동 노동 인권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거죠.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아까 이야기 했듯이 과일주스 아저씨처럼 되든가 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낮은 계급에선 교육에 집착하는 게. 자신이나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Kaakka_Muttai04.jpg

 

 

아유 인디안? 두유 노 샘숭?

 

D: 영화에 보니까 LG제품이 보이던데 우리나라 제품이 인도에서도 인기가 있나요?

 

성: 그렇게 인기는 없어요. 그런데 삼성은 인기가 많아요. 가전에서 휴대폰은 삼성, 다른 가전은 LG 그런 느낌인데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이 없어요. 그리고 삼성이나 LG가 인도에 다가갈 때 그런 이미지를 없앴어요. 왜냐하면 한국은 북한이란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같이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인도에서도 아시아에서 만드는 것은 무조건 일본 제품이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일본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도에 문화적 지원을 많이 해주었거든요. 지하철도 놔주고 백화점 건물 같은 것도 지어주거든요.

 

그건 유독 인도만 그런 건 아니고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도 그렇게 하거든요.

 

성: 그리고 일본 손님이 호객 같은 이미지가 강해서 돈을 많이 쓴다는 인식이 엄청나게 강하거든요. 실제로 인도에 오는 관광객은 돈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 여행객이 많으니까요. 그런데도 일본이라고 하면 엄청난 부자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해요. 그리고 가전제품에 대한 인식도 일본 제품이 좋다는 인식이 강하고.

 

Ti: 삼성 같은 제품은 (인도에서도) 잘 나가잖아요

 

성: 그렇죠. 그런데 인도에선 (삼성이)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아니면 인도 자국 기업화 시키려고 노력을 하고 인도에서 저가의 제품을 출시하려고 많이 노력하고요.

 

D: 인도에선 우리나라에 대한 편견이 심하네요.

 

성: 그게 우리나라에 대한 편견이라기보다 동양에 대한 편견이 큰 거죠. 백인과 아시아인이 같은 버스를 탄다고 하면 백인한테 훨씬 호의적이죠. 그 사람을 겉으로만 봐서는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얼굴색이 흰 것에 대한 동경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아시아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죠.

 

Ti: 소위 말하는 한류는 없나요?

 

성: 있긴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인기와는 좀 달라요. 타밀 지역에서는 K팝하고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있어요. 인도 동북부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요. 하지만 인도라는 나라가 인구가 많다 보니까 일부래 봐야 얼마 안 되는 거죠.




 

rajni.jpg

 

타밀 최고의 스타 라즈니칸트의 《로봇》입간판

 

인도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

 

D: 우린 보통 고개를 저으면 아니라고 하잖아요. 인도 사람들은 약간 오뚝이나 스프링 인형처럼 고개를 흔들더라고요.

 

《행복까지 30일》의 할머니를 보면 장남인 큰 까마귀가 바지 주머니에 밥을 넣는 걸 지켜보면서 미묘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제스처를 취하는데 이렇게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은 남아시아 계통의 문화에서 나오는 것인데 대개 “OK”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스처의 적극성에 따라서 그 분위기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고개를 절레절레 하면서 손으로 OK표시를 했다면 확신에 가까운 것이고 미묘한 표정을 보인다면 “그래도 되겠지?”하는 미묘한 감정이 남아있는 것이죠.

 

 

D: 인도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면 여배우들은 하나같이 예쁜 거예요. 인도에도 우리나라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처럼 소속사가 있는 건지 아니면 개인이 다 하는 건지?

 

에이전시가 있긴 합니다.

 

D: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주바안》이라는 영화를 보는데 여배우가 전통의상(사리)을 입고 왔는데 키도 크고 정말 예쁘더라고요.

또 인도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춤과 노래인데요. 왜 이 요소는 빠질 수 없는가가 가장 본질적인 질문 같아요.

 

혹자는 인도영화의 춤과 노래가 마치 노동의 힘겨움을 잊기 위해 영화 속에 넣은 요소라고 하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정서가 다르다고 하시는데 그걸 문화적 편견의 정당화(이를테면 수입된 영화를 자른다든지 하는 것)로 이용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런 영향도 있었을 거라 봅니다.

 

특히 영화 속의 아이들이 TV를 사달라고 한 이유는 TV를 통해서 그런 영화들을 볼 수 있어서 그런 것일 거예요. 이를테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인도의 황당액션 같은 것들은 대부분 남인도의 소위 ‘뻥구라 액션’영화들이거든요.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대중들에게 말초적인 재미를 주는 것들이죠.

 

D: 영화 볼 때도 인도에서는 우리처럼 점잖게 보는 게 아니라 즐기면서 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

 

성: 인도에 있는 극장 중에서는 우리처럼 멀티플렉스 극장도 많이 있는데요, 그 극장에선 춤을 출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고요, 영화비도 200루피 이상이나 해서 우리나라하고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아요. 그런데 단관극장이라고 영화 하나만 거는 시골 극장이라거나 도시에도 그런 작은 극장들이 있어요. 좌석이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게 아니라 다 일자로 되어 있는 좌석에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노래를 다 외워서 따라 부르기도 하고요.

 

그런데 외국인의 경우는 백화점에 입점한 그런 극장을 많이 가니까 그런 풍경을 보는 게 쉽지 않아요.

 

저는 약간 다른 의견이 있는데요. 저는 인도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투 스테이츠》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발리우드 메이저 영화이고 맛살라 시퀀스도 있는 영화였어요. 그런데 조용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멀티플렉스를 향유하는 계층은 (단관 극장 계층과는 달리) 향유하는 극장문화가 달라서 그런 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멀티플렉스 같은 경우는 400루피가 넘죠. (영화 속에 나온) 피자보다 비싸요. 그런 극장을 이용하는 관객들은 할리우드 영화도 많이 보죠. 그러다보니 그런 영화의 문화에 익숙하고요.

 

심지어는 남인도 지역의 맛살라 영화도 멀티플렉스 관객들은 같이 웃고 즐기지만 우리가 생각한 떠들썩한 환호는 없어요. 남인도는 발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그 지역의 스타를 띄워주는 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로봇》의 주인공 라즈니칸트인데요, 크레딧에서 그의 이름이 뜰 때는 ‘슈퍼스타 라즈니’같은 로고를 보여줍니다. 로고가 뜰 때 휘파람도 불고 환호하라 이거죠. 그런데 멀티플렉스 관객들은 ‘아 라즈니께서 오셨구나. 우리 경건한 마음으로 보자’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단관극장이면 그렇게 점잔을 빼지 않고 들썩거리면서 리액션을 보여줄 겁니다.

 

P: 그게 예절의 차이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인 거군요.

 

성: 인도에는 다양한 언어가 있어요. 남인도 영화를 예로 들면 다른 언어권 지역에서 다른 언어권 영화를 수입해서 더빙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춤과 노래가 중요해지죠. 자신들이 언어를 더빙해도 그 감정을 100% 전달하기는 쉽지 않아요. 사랑에 빠진다든지 결혼식이라든지 하는 것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다면 짧은 시간에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거든요.

 

인도영화가 생경한 관객이라면 ‘왜 쓸데없이 춤과 노래가 등장하는지’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사랑의 표현이나 즐거움 심경의 변화, 새로운 일의 시작 같은 경우에 춤과 노래가 나오거든요.

 

P: 감정의 변화 같은 걸 맛살라라는 춤과 노래가 담긴 장면으로 보여주는 거군요.

 

성: 심의 문제에서도 중요한데 만약에 키스신이 들어갈 장면인데 갑자기 춤과 노래로 전환되기도 하고요.

 

그런 경우엔 남녀 주인공이 눈이 맞았는데 갑자기 화면 중간에 하트가 뿅하고 등장하면서 춤과 노래로 화면이 전환되죠.

 

성: 그게 의미가 없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감정이 더 깊어지는 건데 생각하고 보면 그런 요소가 분명히 존재 하거든요.

 

D: 《주바안》이라는 영화의 감독님에게서도 들었던 것인데 자신들이 모시는 신에 따라서도 춤이 발달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half-ticket-still1.jpg

 

《행복까지 30일》의 마라띠어판 리메이크 작품인 《하프티켓(Half Ticket)》 중

 

 

시간의 제약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아쉽게 마무리 했습니다.

 

멀리까지 찾아와주신 게스트 성다혜님과 패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다음 톡은 조금 서둘러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지체되어서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raSpberRy raSpberRy
47 Lv. 401096/420000P

인도영화 블로그 Meri.Desi Net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meridesinet 인도영화가 궁금하시면 팔롱을 ^^;;;

Meri.Desi Net 네이버지부 (since 141101)

http://blog.naver.com/meridesinet

 

인도요리, 인도여행, 인도영화 관련 굿즈 이야기

Meri.Desi Net 인스타그램  (since 200901)

https://instagram.com/meridesinet/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3

  • 우아한
    우아한

  • 치얼업팅팅
  • golgo
    golgo

댓글 12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와.. 지난번보다 훨씬 길게 토크 나누신 것 같네요..^^

정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17:36
16.08.07.
profile image
raSpberRy 작성자
golgo

직장업무 + 영화제 + 개인적인 게으름 때문에 늦었네요

남은 두 톡은 좀 빨리 정리해서 신선도 떨어지기 전에 올려 보려고요 ^^

17:42
16.08.07.
2등

와 저번에는 성다혜 님이 오셨군요 ㄷㄷ

다음 톡은 언제쯤 열릴까요?

개봉이 관건인가..

17:57
16.08.07.
profile image
raSpberRy 작성자
여자친구

일단 뭐가 개봉되고 나서요...

그나저나 《바후발리》는 언제 할 수 있을지 ㅋㅋ

19:26
16.08.07.
profile image
raSpberRy 작성자
토요일1시

감사합니다. 부산이라 멀어서 참여가 힘드셨을듯 ㅋ

19:30
16.08.07.

와,인도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까지..유익하네요.영화보다

해설이 더 재밌네요.^^

19:36
16.08.07.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4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에 초대합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13:34 1439
공지 '드림 시나리오'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51 익무노예 익무노예 24.05.10.09:31 4410
HOT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3)에 대한 인상 "평화로운 악... 1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21:19 371
HOT <더 에이트 쇼> 짧은 노스포 후기 2 사보타주 사보타주 2시간 전20:47 783
HOT 여기저기서 따온 클리셰 범벅한 플롯을 잘 섞은 "더 에... 4 방랑야인 방랑야인 2시간 전20:37 542
HOT 스필버그의 최고작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9 Sonachine Sonachine 3시간 전19:46 836
HOT 리암 니슨,액션 스릴러 <호텔 테헤란> 출연 3 Tulee Tulee 3시간 전19:49 659
HOT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감독 "요즘 만드는 건 이세계물 ... 2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19:15 734
HOT 디즈니 플러스) 삼식이 삼촌 1~5화 - 간단 후기 4 소설가 소설가 3시간 전19:13 945
HOT 삼식이삼촌 팝업 인증샷 5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3시간 전19:04 415
HOT 골든 카무이 영화가 공개되었습니다 3 카스미팬S 4시간 전18:36 600
HOT 더 에이트 쇼 단평 6 라인하르트012 4시간 전18:34 884
HOT 졸업 3화까지 보고 2 라인하르트012 4시간 전18:27 447
HOT [그녀가죽었다] 예상되는 전개. 그럭저럭~~ 3 화기소림 화기소림 5시간 전17:11 484
HOT 이전에 나눔했었던 한산 오티에 사인 받았습니다. 3 목마른철새 목마른철새 6시간 전16:21 310
HOT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CG에 의존하지 ... 8 카란 카란 6시간 전16:13 2420
HOT 크리스 헴스워스, <데드풀과 울버린> 예고편 속 토르... 2 카란 카란 7시간 전15:57 2449
HOT [더 에이트 쇼] 초단평 2 다솜97 다솜97 7시간 전15:39 1919
HOT 태양은 다시 뜬다 (1965) 유현목감독의 농촌드라마. 스포일... 4 BillEvans 7시간 전15:27 348
HOT 한강공원에 ‘인사이드 아웃 2’ 정원 생김 1 NeoSun NeoSun 7시간 전15:14 1720
HOT 탕웨이 수지 박보검 최우식 출발 비디오 여행 1 e260 e260 8시간 전14:16 1316
HOT 이주빈 출근 전 🤩 퇴근 후😞 3 e260 e260 8시간 전14:15 2585
1137179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1분 전22:57 10
1137178
image
NeoSun NeoSun 6분 전22:52 36
1137177
image
NeoSun NeoSun 25분 전22:33 253
1137176
normal
totalrecall 43분 전22:15 171
1137175
image
e260 e260 58분 전22:00 213
1137174
image
e260 e260 59분 전21:59 162
1137173
image
용산여의도영등포 1시간 전21:24 210
1137172
image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21:19 371
1137171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1:16 418
1137170
image
강약약약 1시간 전21:03 165
1137169
normal
사보타주 사보타주 2시간 전20:47 783
1137168
normal
방랑야인 방랑야인 2시간 전20:37 542
1137167
normal
totalrecall 3시간 전19:58 942
1137166
normal
무비카츠 무비카츠 3시간 전19:51 309
1137165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9:49 659
1137164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9:49 198
1137163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9:49 167
1137162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9:48 142
1137161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9:48 135
1137160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9:47 257
1137159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9:47 151
1137158
image
Sonachine Sonachine 3시간 전19:46 836
1137157
normal
루아방 3시간 전19:22 442
1137156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19:18 926
1137155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19:15 734
1137154
image
소설가 소설가 3시간 전19:13 945
1137153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3시간 전19:04 415
1137152
image
필름매니아 4시간 전18:57 273
1137151
image
카스미팬S 4시간 전18:36 600
1137150
normal
라인하르트012 4시간 전18:34 884
1137149
normal
라인하르트012 4시간 전18:27 447
1137148
image
델마343 4시간 전18:08 449
1137147
image
화기소림 화기소림 5시간 전17:11 484
1137146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17:07 300
1137145
normal
시커모어 6시간 전16:27 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