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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쇼퍼> 정성일 평론가 GV 내용 정리 (스포)

빔고 빔고
24360 26 13

정성일 평론가의 GV내용을 정리하여 쓴 글입니다. 

중간중간에 제가 찾아서 추가한 내용이나 제 개인적인 느낌도 무작위로 섞여있습니다..

서론부터 내용이 좀 지루하고 어려울수가 있습니다. 왜냐면 평론가님이 지루하고 어려운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아사야스 감독이 장만옥과 결혼하고 <클린>을 찍어 칸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는 둥의 아예 영화와 관련없는 이야기는 뺐습니다.

다만 영화 자체와는 무관해도 감독에 대한 중요한 정보이거나 흥미로운 점, 영화세계와는 관련이 있는 내용은 <퍼스널 쇼퍼> 자체와는 무관하더라고 썼습니다.

 

 

서론-------------------------------------------------------------------

감독이 자신에게 영향을 제일 많이 주었다고 언급한 2인 - 조지 오웰, 기 드보르

조지 오웰의 1984나 동물농장을 생각해 보면, 이 영화와 접점이 있을것 같다고 생각된다.

다만 더 중요한 이름은 <스펙타클의 사회>라는 책을 저술한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영화제작자) 기 드보르이다.

그가 <스펙타클의 사회>에서 주장한 이론은 하부 구조(토대)가 상부 구조를 결정한다는 마르크스 이론과 달리 

상부구조가 장악되면, 이를 하부구조로 환원시켜 사회 전체가 지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 설명 :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삶은 스펙타클이 축적된 형태로 나타난다. 스펙타클은 실제적이지 않는, 추상화된 이미지로 매개된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이다. 그리고 이렇게 스펙타클로 인한 사회의 구동은 무생물의 자동적인 운동과 다름없다.

/현대 시장은 실제 상품의 품질만큼이나 상품의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실제 대면에 의한 소통보다 SNS를 통해서 서로의 '이미지'와 소통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영화속에서 모린이 을의 위치에 놓이게 만드는 것들이나, 모린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이 스펙타클의 개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대면 만남이 아닌 단순히 어떤 닉네임이나 프로필, 영화에서처럼 익명으로 추상화된 상대와 SNS를 통해 소통하는것

명품들을 입고 싶어 하며, 첫 만남에서도 그렇고 문자를 나눌때도 그렇고 모린이 자신의 개인적인 얘기들까지 금새 털어놓게 만드는 잉고나, 모린의 고용주이며 모린을 자주 엿먹이는 키라도 이 '스펙타클'과 관련이 있다.(보그지 기자, 유명 모델) 이렇게 기 드보르의 이론을 살펴보면, 조지 오웰이 감독에게 준 영향이 어떻게 영화에 반영되었는지 힌트가 된다.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에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영화 비평을 했었다.

카이에의 1세대인 앙드레 바쟁, 에릭 로메, 자크 리베트,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등의 누벨바그세대 등등을 지나

지나치게 이론주의적이고 사회적인 성향이된 카이에가 세르주 다네등으로 인해 좀 더 영화 자체를 다루는 성향, 시네필들을 위한 잡지로 바뀌기 시작했고, 감독은 이 때부터 카이에에서 비평을 시작했었다.

 

이 영화는 지난 칸 경쟁작중, 네온 데몬과 신기할 정도로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레픈과 아사야스는 교류가 전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본론------------------------------------------------------------------

이 영화는 분명히 우리에게 까다로운 관람을 요구한다. 어떤 영화는 줄거리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어떤 영화는 비튼 구조를 원상태로 만들어 놓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화의 문법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100년간 축적된 영화라는 예술의 문법 체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제대로된 관람을 허락하지 않는 영화들이 있다. 허우 샤오시엔의 <자객 섭은낭>이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들이 그렇다. 그냥 보면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을 거절한다. 관객들을 환대하는 것만은 아닌 영화들이 있는것이다.

 

이 영화는 두 개의 이야기가 평행히 진행된다. 하나는 모린과 루이스의 이야기이다. 모린은 영매술사이며, 죽은 루이스의 약속된 신호를 기다린다. 다른 하나는 영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후반부에 가서야 드러나는, 영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잉고가 키라를 죽이려는 자신의 범죄 행위에 모린을 끌어들여 이용하려 '한다고 생각될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이 두 이야기를 그저 비틀어 놓았다면, 그저 푼다음 생각하면 되는 간단한 영화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관객은 기본적으로 영화속에서 진행되는 여러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을 접점이 있다고, 결국엔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사야스 감독은 평행히 진행되는 두 이야기를, '시점'을 비틀어서 겹쳐 보이도록 착시를 일으킨다.

미술에서의 예시로  17세기의 어떤 회화에는 두 인물이 서 있다. 그런데 두 인물을 뚫고 지나가는, 그림에 얼룩을 뿌린듯한 이상한 자국이 있다. 이 때 이 그림 자체를 비틀어 버리면 두 인물이 얼룩처럼 흐트러지고, 얼룩은 해골의 형태가 된다. 즉 한 회화안에 완전히 독립적인 두 소재가 들어 있는 것이다. 감독은 미술에서 공간적으로 행해진 이런 기법을, 영화에서 시간적으로 행한것이다.

 

 

모린은 죽은 루이스의 자리를 비었지만 채워진 자리로 생각하고 있다. '도서관의 빈칸'같은 개념이다.

우리는 도서관 책꽂이의 빈칸을 실제로 비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빌려가 보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그 자리가 어떤 책의 자리인지, 마치 무언가 채워져 있는것 처럼 생각한다. 모린은 루이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게 아니다. 그가 돌아오길 바라고, 그를 애도하는 것만이 아니다. (모린은 루이스를 애도하기 위해 파리에 남아있냐는 잉고의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한다) 모린은 루이스의 자리를 '도서관의 빈칸'으로 생각하면서 이 영화에 '얼룩'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자면, 모린은 잉고의 문자를 루이스의 대답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우리는 루이스의 이야기와 잉고의 이야기의 경계를 점차 희미하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두 이야기는 통합시키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 다시 말하지만 이 두 이야기는 평행하다. 

 

 

이 영화에는 4명의 남자, 즉 루이스, 개리, 잉고, 어윈이 나온다.

-루이스는 죽었다.

-개리는 연인인 모린과 대면하지 않는다. 아예 영화속에서 실제로 볼 수가 없다. 모니터 화면에 저화질의 영상통화로만, 즉 허깨비로만 존재하고, 심지어 모린이 결국에 오만으로 갔을 때도 숙소를 떠나 산에 들어가서 볼 수가 없다.

-잉고는 연인인 키라와 대면하지 않는다. 그저 모린과 마주치기만 하고 사라진다.

-어윈은 연인인 라라와 대면하지 않는다. 그저 모린과 마주치기만 하고 사라진다.

즉 다들 실제로 존재 하는지, 모린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지가 확실치 않다.

 

영화의 첫 7분인 빈 집에서의 시퀀스는 매우 중요하다.

이 비어있는 집은 추억으로 가득하다. 마치 모린이 생각하는 루이스의 자리처럼, 비어있지만 채워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득찬'집은 프랑스 영화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카이에에서 일했던 아사야스는 이를 매우 잘 알고 있을것이다.

프랑스 영화에서의 '귀신의 집'의 대가인 자크 리베트. 텅 비어 있지만 유령이 출몰하는 집을 보여주며 영화를 시작한다는 것은, 자크 리베트의 전통에서 영화를 시작하겠다는 선언이다.

모린은 루이스의 빈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감독은 이를 7분간 카메라에 담는다. 이 때 모든 쇼트에 모린이 나온다.

 

1.누군가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텅빈 집을 둘러볼 때, 상식적인 촬영은 무언가를 보는 인물을 보여주고, 그 인물이 본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어딘가를 본 모린의 앞이 나온후, 모린의 뒷모습으로 커트된다. 이것은 영화 문법상 모린이 모린 자신을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모린이 자기 분신을 보기 시작했다거나,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마지막 장면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2.또한 카메라가 모린을 잡는 높이를 생각해 보자. 통상적인 방식으로, 즉 한 인물을 찍을 때 눈을 맞춰서 찍는 방식으로 찍지 않고 아이라인보다 조금 위에서 내려다 보듯이 찍고 있다. 이는 모린이 본다 라는 것을 찍은것이 아니라, 모린을 누군가가 보고있다 라는 것을 찍은것이다.

 

이 두 가지를 '유령적 편집, 촬영'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정도이다. 이를 통해 영화는 통상적인 공포영화처럼 기괴한 이미지나 사운드 없이도 신비로운 느낌을 만든다.

 

2. 의 내용에서 이어가보자. 그렇다면 누가 모린을 보는가. 당연히 루이스이다. 그런데 보는 루이스는 죽었고, 보이는 모린은 살아 있다. 즉 비대칭적이다.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 <실스마리아..>와 공통점이 하나 있다. 20세기의 기록을 21세기에 되돌아본다 라는 점이다.

클린트라는 20세기의 여류화가, 칸딘스키보다 앞섰다는 추상화가에 대한 얘기를 모린은 듣고, 이에 대한 다큐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본다.

왜 굳이 스마트폰으로 본다는 것을 언급했냐면, 모린은 후에 '언노운'과 문자를 하며, 자신이 유령과 스마트폰 문자로 소통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할때 21세기의 스마트폰을 통한 소통의 등장은, 20세기에 등장 클린트의 그림처럼 '추상화된 어떤 대상'으로 생각될 수 있다. (추상화되어 실제 형태, 정체를 알 수 없다. 추상화를 볼 때는 정물화와는 달리 실제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화된 것을 보고 실제 모습을 떠올린다. SNS도 마찬가지. 닉네임이나 프로필등으로 '추상화된'것을 보고 실제 정체를 추측해볼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상대가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화가에게서 그가 그린 추상화의 의미를 듣는것이나 마찬가지인 경우일 것이다.)

즉 영화에서는 유령과의 소통만큼이나 SNS로의 소통이 중요하다. 이 영화에 대한 글의 대한 글의 제목을 'SNS의 유령학' 이라고 정하고 싶을 정도다. 이 영화는 21세기의 유령적 대화에 대한 메타 스릴러 영화라 할 수 있을것이다.

 

클린트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영화사에 관심이 있다면, 클린트의 그림들을 볼 때 프리츠 랑의 <마부제 박사>(1921)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마부제 박사가 최면을 걸어 주변 사람들을 조종한다는 이야기. 프리츠랑이 나치즘의 등장을 예견했다는 영화.

아사야스에게 큰 영향을 준 조지 오웰의 소설들에 이 <마부제 박사>를 얹어 보자. SNS가 하나의 마취, 최면이 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언노운'이 누군가를 지배하고 장악하는 이야기. 몇 개의 문자만으로 모린을 조종하는 누군가. 그니까 이 영화는 <마부제 박사>의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다.

 

(추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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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평론가 님이 그냥 클린트의 그림을 보면 <마부제 박사>가 떠오른다 그러길래 찾아 보았는데,

당시 독일 표현주의의 특징으로 나타나는 기괴한 배경은 무언가 클린트의 그림들과 닮아 보이는 구석이 있습니다.

신기한 점은 클린트는 1944년에 죽었고, 20년 후에 자신의 작품들을 공개하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마부제 박사>는 1921년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영화속에서 레퍼런스로 끌어들인 클린트의 작품들은 표면적으로 심령주의, 추상화된 이미지라는 소재와 연결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영화인 <마부제 박사>는 최면으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이야기이고, 이것 또한 SNS로 누군가를 조종하는 영화의 소재와 연결됩니다. 게다가 <마부제 박사>의 포스터는 <퍼스널 쇼퍼> 후반부에 위고에 관한 티비영화에서도 나오는, 아마도 20세기 심령주의 모임의 의식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듯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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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들은 영화의 핵심에 꼭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흥미로운 연결고리네요. 평론가님은 클린트의 그림만 보면 <마부제 박사>가 떠오른다는 뉘앙스로 말씀하셨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클린트의 그림만이 아니라, 그 그림들과 이 영화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마부제 박사>를 떠올리신게 아닌가 합니다.)

 

모린은 누구인가. 가장 쉬운 답은 키라의 퍼스널 쇼퍼라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모린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비싼 옷이나 장신구등을 자주 보고 사고 다루고 하면 한번쯤 입어보고 싶을수 있다. 그런데 이런 모린의 행동에 좀 더 깊은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영화는 두 가지 사이에서 명백한 답을 주지 않는다.

모린은 키라처럼 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명품 옷이나 장신구에 페티쉬가 있는것인가. 영화를 봐서는 이 둘 중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다.

 

명품에 대한 페티시즘은 분명히 기 드보르의 이론에서 끌어올 수 있는 개념이다. 아무 옷, 아무 장신구나 걸쳐도 되지만 명품에 집착하는 이유는 실제 제품의 품질, 가성비때문이 아니다. 명품이라는 '이미지'때문이다. 상품이 아니라 이미지를 구매하는 것에 가까운 것이다.

 

이 영화에서 이렇게 한가지로 해석되지 않는 질문들은 많이 있는데, 이것들은 영화에 노이즈를 일으킨다.

관객들은 확실하게 이것은 이것이다 이런 답을 얻으려 하지만, 감독은 이럴 때마다 의미에 노이즈를 만들어, 관객들이 경로를 이탈한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모린은 빈센트의 제안으로 구두를 신어본다. 루이스와 모린은 영화상에서 계속 일심동체인듯 보인다. 루이스는 할 수 없는데 모린은 할 수 있는것. 루이스는 영혼밖에 없어서 구두를 신거나 옷을 입어볼 수 없다. 몸과 영혼의 간극이 만드는 이 영화에서의 난제이다.

(이 부분은 무슨 뜻으로 하신 말인지 잘 캐치를 못하겠네요..)

 

병원에 간 모린. 모린은 지금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모린에게 루이스는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다. 심장에 대해 같은 기형 구조를 가진 루이스도 의사 말대로 별 일 없이 살 수 있었겠지만 어느날 갑자기 심장 마비로 죽었고, 모린은 100살까지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27살까지일수도 있다고 받아친다. 즉 루이스는 모린에게 트라우마이다. 

라라에게 보이는 루이스에 대한 태도는 분명히 애도, 상실에 대한 애도이다. 영화 처음에 보면 루이스와 살던 집에도 추억때문에 차마 못들어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모린의 태도는 다르다. 애도나 그리움의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위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모린은 루이스를 애도하기 위해 파리에 남아있냐는 잉고의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한다) 모린은 루이스의 신호를 받으려고 그의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영화는 단 한번도 모린이 그의 묘지에 가서 애도를 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루이스의 연인이었던 라라를 모린과 각별한 관계로 설정한 이유는, 이런 모린의 루이스에 대한 특이한 태도를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지금 루이스의 죽음이 불러일으킨 공포가 모린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모린이 잉고를 만나는 장면. 모린은 처음 만난 잉고에게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다. 사후 세계에 대한 얘기를 초면에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 대화하던중,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된다. 모린은 루이스를 만나려는 것이 아니다. 루이스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영화에서 루이스의 신호가 어떻게 묘사되는지를 명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것이 영화에서 루이스가 모습을 드러내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잉고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우리는 두 가지 가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잉고는 키라를 죽일 생각으로 그날 왔는데, 운 나쁘게 모린이 와서 범죄를 미룬다.

2. 잉고는 키라를 죽이고 싶지만 어떻게 죽여야 할지 고민중인데, 운 좋게 귀신얘기를 하는 모린이 와서 범죄에 이용하게 된다.

위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둘 중 확실한 답을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주지 않는다. 의미의 노이즈이다.

 

모린은 이후 루이스의 집에 두 번째 방문한다. 수도꼭지를 통해 신호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유령이나 유령의 신호를 보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그것들을 기다리고 마주치게 되는 모린을 보라고 만든 영화이다. 

수도꼭지가 열리고 심령체까지 나타나는데, 모린의 반응은 영 이상하다. 이런것들이 기다리던 신호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식의 신호를 기다리는 것인가. 영화는 이것에 대해서도 영화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튼 모린은 이 신호들을 반기지 않았다. 루이스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수도 있다. 이후 모린은 런던으로 쇼핑을 하러 가는데, 이 때 'unknown'으로 부터 문자를 받는다. 우리는 모린이 유령의 집을 나온 후, 심지어 심령체까지 본 후 이 장면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익명의 누군가가 루이스라고 생각하게 된다. 모린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어 루이스냐고 물어본다.

이 때 모린이 문자를 나누는 시퀀스를 감독은 모린과 스마트폰이 대화하듯이 숏 리버스 숏으로 계속 찍어나간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기차에서의 씬들을 그렇게 찍었기 때문에 모린뿐 아니라 우리도 문자를 보내는 상대가 유령이라고 생각한다. 모린이 식당칸에 갔을 때 그녀는 상대로부터 'I'm here. I'm watching you'라는 문자를 받고 주위를 둘러본다. 식당칸에 사람들은 그 때만 잠시 카메라에 직접적으로 담기고, 모린이 프레임에 있을 때에는 유리창에 비친 모습으로만, 마치 유령처럼만 보인다. 일부러 모린과 실제 사람들을 같은 프레임에 넣지 않은것이다.  이것을 유령적 편집, 유령적 촬영에 이어 유령적 미장센이라 부르고 싶다.

 

언노운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어보자 모린은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누구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한다. 

모린은 키라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 않고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면 위에서 모린이 명품들을 걸치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한 답이, 모린의 명품에 대한 페티시즘 때문인 것인가? 아니면 그저 누가 되고 싶은지 말하는것 자체가 두려운 것은 아닐까?

그녀는 언노운이 뭐가 무섭냐고 물어볼 때, 살인자에 쫒겨 도망가는 여자가 나오는 공포 영화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이는 후에 영화속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일이다.

다시 반복하지만 이 영화와 <마부제 박사>를 함께 떠올려 보자. 모린이 문자를 나누는 장면은 마치 모린이 문자를 통해 조종을 당하고 후에 문자 내용들을 실제로 이행하는것 처럼 보인다.

 

파리로 돌아온 모린. 키라는 집에 없다. 모린은 키라의 옷을 입어본다. 그런데 이 때 난데없이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지금까지 영화속에서 음악이 쓰인 경우는 (옷가게에서 틀어놓은 노래 빼고) 모린이 루이스에 대해 이야기 할때 슬픈 음악이 가끔 쓰인 정도이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모린이 키라의 옷을 입기 전이다. 노트북으로 키라의 사진을 찾아 보는 순간 노래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이 때 영화속에서 처음으로 가사가 있는 노래가 삽입곡으로 흘러나온다. 라디오소리나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 아니다. 

Marlene Dietrich 라는 독일 가수의 Das Hobellied 라는 음악이다. 그런데 Marlene Dietrich는 당시 레즈비언의 아이콘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해 보고, 모린이 키라의 옷을 입고 키라의 침대에서 자위를 하는 장면에 대해 살펴보자. 모린은 이 때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가.

1. 키라 : 레즈비언이었던 Marlene Dietrich의 음악이, 모린이 키라의 사진들을 찾아볼 때 삽입된 것이 힌트. 키라의 옷이나 장신구에 집착한 이유도, 명품이라는 이미지 때문도 있을 수 있지만 키라에 대한 동성애적 감정일 수도 있을것이다.

2. 잉고 : 키라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잉고 관계를 맺고 싶다는 추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모린이 되고 싶은 키라는 이 침대에서 키라의 옷을 입고 잉고와 관계를 맺을테니 말이다. 모린과 잉고의 첫 만남에서 모린은 잉고에서 순식간에 홀린듯이 사적인 얘기들을 털어놓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3. 루이스 : 그런데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이 블랙 아웃된 후 이상한 한 컷이 하나 들어가 있다. 루이스의 집에서만 보던 유령이 자는 모린에게 갑자기 나타난다. 유령은 영화속에서 아무때나 무작위하게 모린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모린이 루이스의 집에 가서 루이스의 신호를 받으려 할 때만 나타난다. 근데 뜬금없이 키라의 집에서 자위행위를 한 후 잠들었는데 유령이 나타났다는 것은, 모린의 루이스에 대한 성적 욕망의 힌트일 수도 있다. 근친상간의 가능성

이 영화는 이 장면에 대해 이 세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있다. 역시나 한가지의 답을 구할 수 없다.

 

모린은 키라의 집에 보석을 두러 다시 가는데, 이 때 키라의 시체를 발견한다. 경찰서에 신고하고 진술을 하고 돌아온뒤, 자신의 집에 그 보석들이 배달된 것을 발견한다. 그런 다음 문 밑에 놓인 호텔방의 열쇠를 받고, 호텔로 간다.

호텔방에 들어간 모린. 그녀가 들어간 뒤 잠시 후에 방문이 열리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여느때 처럼 모린이 본 들어오는 누군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체념하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모린의 얼굴을 계속 보여주더니, 블랙아웃 되어버린다. 

그런뒤 1인칭 시점으로 찍은 듯한 호텔 복도가 보이는데, 이 후 엘리베이터와 호텔 로비의 자동문이 혼자 열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심지어는 호텔 바깥 거리를 롱숏으로 찍어서, 마치 유령이 바람처럼 떠나버리것처럼 찍었다. 

그 뒤 잉고가 똑같은 경로로, 똑같은 방식으로 찍힌채 호텔을 나간다.

(참고 : 모린이 들어가는 방의 번호는 안보여 주고, 잉고가 나오는 방의 번호는 329호라고 정확히 보여주더라고요. 역시나 일부러 혼란을 주기 위해 그런듯..)

다음 장면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모린은 무사하다. 이 경우 가능성은 두 가지이다.

루이스가 손을 써서 모린이 329호가 아닌 다른 방으로 들어가게 했던지, 잉고가 모린을 건드리지 않았다던지. 역시나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근데 이 경우의 '의미의 노이즈'는 위의 경우와 조금 다르다. 좀더 어렵다. 

이전에 여러 가설을 세울 수 있는 장면들에서는, 여러 가설들이 모두 각각 가능한 정답이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두 가설 모두 설명이 안된다. 모린이 도대체 어떻게 루이스의 도움으로 329호가 아닌 다른방에 들어간건지, 그게 아니라면 잉고는 모린을 불러놓고 해코지를 안하고 그냥 돌려 보낸것인지, 둘 다 설득력이 없는 가설이다. 이렇게 아예 말이 안되게 영화를 찍는것은 아마도 <멀홀랜드 드라이브> 때부터 시작된 어떤 경향일것이다.

 

이후 모린은 라라의 집에가 그녀의 새 연인 어윈을 만난다. 모린은 라라에게도 이미 유령이 떠났다고 말한 바 있고, 어윈과 만났을 때도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루이스의 유령이 여기 없는것 같다고. 그런데 정작 어윈이 있는것 같다고 한다. 바로 이런 어윈의 이 말 때문이 루이스를 여기에 불러온다. 

어윈이 떠난 후, 모린의 정면을 망원렌즈로 찍었다. 흐릿한 뒷 배경에서, 모린의 머리 왼쪽에 희미하게 루이스가 컵을 들고 나타난다. 루이스는 걸어가더니, 모린의 머리에 의해 가려져 안보이다가, 모린의 머리 오른쪽에서 나타날 때는 형태가 사라지고 컵만 둥둥 떠다니는듯 하다. 

이는 곧 루이스의 유령은 모린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며, 컵이 떨어지는 것이 곧 모린이 기다리던, 루이스가 약속했던 신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때 모린은 이를 루이스의 신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윈이 미리 힌트를 주고, 그토록 기다리던 루이스의 신호를 받았는데, 정작 모린이 이를 알아채지 못한것이다.

 

이후 오만에 연인 개리를 만나러간 모린. 우리는 개리를 산 밑의 숙소에서도 만날수가 없다.

산위에 있는 개리의 숙소에 도착했는데, 여기에도 개리는 없고 대신 컵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이번엔 제대로 보게된다. 모린은 여기까지 개리가 아니라 루이스를 보러 온것 처럼도 보인다.

 

루이스냐고 물어보자 그렇다고 하자, 루이스와 대화를 시작한다. 안식을 찾았냐는 말, 불안하냐는 말 모두에 그렇다고 루이스가 대답하자 모린은 지금 장난하냐고 한다. 여기에는 답이 없다. 이 후 다시 루이스냐고 물어보자 이번엔 답이 없다. 마지막에 모린은 자기 자신이냐고 물어보고, 답은 그렇다 이다.

 

루이스는 처음부터 없었고, 모두 모린의 환상일 수도 있는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모린이 여기에 온 이유는 개리 때문이 아니다. 개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는 자기 자신의 환상이지만, 루이스를 만나러 여기에 온것이고, 루이스를 만나기 위해 결국에 거쳐야 하는 필연적인 단계는 죽음이다. 즉 모린은 여기에 자살하러 온것이다.

( 해칠거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했는데 이 대화 내용으로 자살을 암시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공감이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동진 평론가의 GV를 들어보니, 꼭 그것 아니더라도 모린이 죽음을 결심한 듯한 힌트를 다른데서 찾을 수도 있는것 같아요)

 

 

-------------------------------------------------------

GV특성상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안그래도 정성일 평론가 님은 항상 시간이 모자라신 분이라 그런지

설명을 충분히 안해주시고 넘어가 긴가민가한 내용, 뜬금없이 한 두줄만 나오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제가 나중에 이동진 평론가의 GV 내용과 합쳐서 전체적인 정리글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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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뱅꾸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2:47
17.02.14.
profile image

진짜 최고시네요. 저는 이 날 녹음만 하고 필기도 못했어서 아쉬웠고... 특히 말씀 주신 것처럼 서론 배경 설명에서 ㅠㅠ(왜냐면 평론가님이 지루하고 어려운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라고 쓰셔서 웃었습니다) 약간 힘들었어서 글로 이렇게 정리된 상태로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3:22
17.02.14.

정리 감사합니다 ㅠㅠ 이제야 무슨 내용인가 좀 알것도 같네요  ㅠㅠ

13:53
17.02.14.
profile image

이렇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영화를 접하는게 일반관객 입장에서는 너무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고생스럽게 작성하신 글 정독해서 잘 읽었습니다.

00:43
17.02.22.
형8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04:18
17.02.22.
정리 정말 감사합니다..!! 어려운 영화... 해석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ㅋㅋ
02:21
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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