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간략후기
올해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하며 수상 경쟁 선두에 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을
CGV 아카데미 기획전을 통해 정식 개봉 전에 미리 보았습니다.
첫 관람은 작년 토론토국제영화제 때 관람이었으니 이번이 두번째 관람이네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토론토 시내 한 극장 안에서 감독 및 배우진들과 같은 공간에 앉아 봤었는데
그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영화 자체도 매우 좋았지만 더욱 감회가 색달랐네요.
아무래도 그 때는 자막 없이 보느라 큰 흐름 위주로 보게 되었는데
한글 자막과 함께 보니 영화의 섬세한 감수성과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번 첫 감상 때도 느낀 바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는 델 토로 감독이 데뷔 때부터
지속적으로 표시해 온 괴물, 더 넓게는 기이한 존재에 대한 애정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같은 장르에 실어 그런 자신의 기호를 관객에게 어필해 왔다면
이번에는 멜로 드라마라는 서정적인 장르를 통해 자신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흥미에서가 아니라
괴물, 기이하고 괴상하며 불완전한 존재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을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만드는, 게다가 주체 중 한 쪽이 사람이 아닌
이 멜로드라마가 이렇게 감동적으로 완성되었을 리 없습니다.
대단히 아름다운 장면들과 난데없는 폭력성과 선정성이 교차하는 <셰이프 오브 워터>는
그처럼 동화 같은 순간들과 엄혹한 현실의 풍경들이 중첩되어 있습니다.
이 기이한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인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고아고 말을 하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그런 인물의 결핍성에서 흔히 연상되는 하얀 도화지 같은 순박함의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세상과의 더욱 드라마틱한 소통을 끊임없이 갈망하고,
어른 여성으로서 당연히 품을 수 있는 욕망에 대한 갈증을 숨김 없이 드러냅니다.
이런 엘라이자의 모습을 통해 영화가 정의하는 '순수함'이란 단순히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닌
자신의 본질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목마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인 셈입니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시대적 배경과 그런 시대에 쫓겨
폭력적으로 경쟁에 몰두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그녀의 '순수함'은 더욱 도드라집니다.
우주 연구 개발에 있어 소련에 선수를 빼앗긴 미국과 그에 충성하여
폭력성을 표출하는 우주 연구 개발 센터의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당대가 강요했던 '폭력적 완벽주의'를 대표합니다.
진보한 기술을 향한 완벽한 연구를 위해 그들은 폭력까지 불사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메우려던 구멍은 더 커지고 결과물은 더욱 더 불완전해지기만 합니다.
사고 후 애써 봉합했지만 이후 더 걸림돌이 되는 스트릭랜드의 손가락,
주변의 부러움 어린 시선을 받는 것도 잠시, 얼마 가지 않아 파손되는 스트릭랜드의 신형 캐딜락은
완전성에 대한 집착이 불완전성을 더욱 키우는 아이러니를 상징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엘라이자와 그녀가 사랑하는 물 속의 존재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오롯이 받아들입니다.
엘라이자의 당당함은 타인들이 보기에 불완전해 보이는 자신의 존재를
부끄러워 하지 않고 오히려 인정받으려는 절실한 의지에서 비롯되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모를 물속의 존재는 그런 자신의 존재와 같이
엘라이자 또한 그녀의 역사까지 굳이 알 필요 없이 존재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바라봅니다.
그들에게 서로가 지닌 불완전함은 결함이 아닌 특질일 뿐이며, 그런 포용의 과정에서
각자가 지녔던 불완전함을 이내 치유되어 완전함에 더 가까워집니다.
엘라이자의 그런 가치를 알아 준 자일스(리처드 젠킨스)와 젤다(옥타비아 스펜서) 등
엘라이자의 친구들이 그런 이해와 포용의 자장 안에서 웬만한 정부 특공대보다도
완벽한 작전을 수행해나가는 과정 또한 감동적입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가 그저 '희한한 사랑이야기' 이상의 역작으로 나아가는 것은
이처럼 감독이 자신이 줄곧 보여 온 세상과 존재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멜로드라마라는 고전적인 스토리텔링 양식을 빌어 그려내면서 단지 사랑이야기로서의 감흥만이 아닌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 인간이 지켜야 할 존엄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완전해지려 할수록 불완전해지고,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수록 완전해지는 이 아이러니 속에서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우리 인간들이 무참히 버림받고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존엄한 존재로 남기 위해서는 사랑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라는 표현으로 설명되지 않는 숭고한 감동을 남깁니다.
첫번째로 볼 때는 해피엔딩일 수도, 새드엔딩일 수도 있겠다 싶었던 이 영화의 결말이
두번째로 볼 때는 확실히 해피엔딩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목소리를 잃고 세상의 주변부에 있었던 인물이 비로소 자신의 숨을 찾았기에,
그래서 잃었던 목소리 또한 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이름이 누군가에 의해 불리어 질 때 나의 존재는 꽃이 되었다는 싯구처럼,
어떤 존재는 내가 그 존재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 가치를 얻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면서 하게 되었습니다.
추천인 40
댓글 58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매우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또 보니 더 감동적이네요ㅠㅠ
멋진 시간 되실 겁니다!
미리 추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판의 미로>와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ㅎㅎ
만회 수준을 넘어서는 작품이 나왔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부분에 시를 읽어주는거용
멋진 시였죠.^^
Unable to perceive the shape of You, I find You all around me. Your presence fills my eyes with Your love.It humbles my heart, For You are everywhere.
정확한 내용을 찾으신 건가 해서 리댓 남겨봅니당:D
헐 직접 구글링까지 감사합니당 ㅜㅜ
근데 영알못이라 ㅜㅜ 한국어로 검색하니 한국어 변역된게 안보이더라구요 ㅜㅜ
당신의 형태를 감지할 순 없어도 내 곁에 당신이 있음을 느껴요(찾아요).당신의 존재는 당신의 사랑으로 내 눈을 가득 채우고,어디에든 당신이 있음으로 내 심장은 떨려요(겸허해져요)./허접하지만 대충이라도^^:감상에 방해되실까봐 조심스럽네용.
우와 감사합니다 저도 그 시 다시 듣고싶다 하고 잇었는데
와우 땡스 브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론토에서의 첫 관람은 정말 비현실적인 꿈 같은 시간이었죠.^^
희한한데 어느새 빠져드는... 사랑이야기였네요.^^
감사합니다. 놓치면 아쉬울 영화죠.^^
감사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좋은 영화 본 것 같아요
후기도 참 잘 쓰셨습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훌륭한 영화였죠.^^
감사합니다. 또 보고도 싶어지네요 ㅎㅎ
우와 ! 바로 그 극장에서 첫 관람을 하셨다니 엄청 설레셨겠어요 !! 후기 잘 읽었습니다 오늘 보고왔는데 너무 좋네요 개봉하면 다시 보고싶어요 !! ^^
감사합니다. 첫 관람 때 그 극장이 처음 나오는 장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었더랬죠 ㅎㅎ
우와~~~*-*
감사합니다 ㅎㅎ 정말 좋은 말만 골라서 표현하고픈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15세와 청불 사이 정도랄까요...ㅎㅎ
그런 비하인드가 또 있었군요 ㅎㅎ 유익한 댓글 감사합니다!
헐...그랬나요? 하긴 아직도 흑인빈민가랑 백인 구역이 있긴하지만요 ㅠ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와ㅎㅎ 필력이 장난 아니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영화 정말 좋더라구요!!! 개봉하면 한번 더 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또 보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델 토로 감독이 왜 그렇게 괴물이란 존재에 애착을 갖는가 이 영화를 보고 실감할 수 있었네요.^^
영화 보고 싶었는데 리뷰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영화 기대하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