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의 OS
로보캅이 나온 1987년은 아직 8비트 컴퓨터의 세상이었습니다.
PC-개인용 컴퓨터의 대세는 8비트, 수많은 기종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몇몇 운영체제-OS가 경쟁하고 있었죠. 지금은 다 망하고 없습니다.
비지니스, 업무용 컴퓨터 쪽으로 가면 8비트보다 급수가 높은 16비트 컴퓨터가 대세였고, 그쪽은 경쟁이고 자시고 없었습니다. 닥치고 IBM PC였죠.(즉 지금현재 PC의 직계조상.)
IBM PC의 OS는 도스. 16비트 컴퓨터의 OS였으니 8비트 개인용 컴퓨터를 쓰는 사람들, 그마저도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뭔가 엄청 대단한 첨단... 그런 느낌을 주었죠.
영화속에 나온 로보캅 역시 업무용 기계였으므로...
OS로 최첨단의 도스를 썼습니다.
로보캅의 부팅화면. 처절하게 해상도가 낮습니다.
맨 위에 있는 'COMMAND.COM'과 맨 아래쪽에 있는 프롬프트.
도스 사용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것들이죠.
특이한 건 로보캅은 PC처럼 바이오스 먼저 뜨고 도스가 로드되는 게 아니라 COMMAND.COM 먼저 뜨고 바이오스를 나중에 불러들이네요. 도스와 바이오스만 읽어들이면 부팅 끝입니다. 엄청 간단합니다.
3년뒤인 1990년 속편인 로보캅2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세상은 8비트 시대가 저물고 16비트 이상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었죠. 이제 IBM PC는 사무실뿐 아니라 가정에서 쓰는 개인용 컴퓨터 방면에서도 대세기종이 되어가고 있었고, 도스는 가장 보편적인 OS가 되었습니다. 대단한 첨단이 아니고 그냥 흔한게 되었죠.
조금 취향 특이한 사람들은 DOS같은 문자로만 된 OS가 아니라 좀 더 첨단같아 보이는 그래픽 OS, GUI를 사용하는 컴퓨터-매킨토시, 아미가 등-를 쓰기도 했지만 소수였습니다.
영화속 세상에서도 시간이 지나고 로보캅의 후계기인 로보캅2가 등장했습니다. 신기종이니 이미 구식이된 로보캅보다 더 첨단같은 느낌을 줘야했고 그래서, 로보캅2는 매킨토시의 GUI를 채택했습니다.
완전한 구이는 아니고 풀다운메뉴죠. 아이콘 같은 그래픽 요소가 없어서 구이라기 보다는 도스 셸 프로그램같기도 합니다.(원래 더 똑같이 만들려고 했는데 박력이 떨어진다고 다 생략하고 메뉴만 남겨뒀다고 합니다.)
슈퍼임포즈로 비디오화면을 문자 배경에 출력하는 정도이던 로보캅1과는 달리 로보캅2는 3D 그래픽도 표현가능합니다. 그래픽 해상도도 높아졌습니다.
이렇게 최첨단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장착된 로보캅2를 구형 도스만 쓰는 로보캅1이 물리칩니다. 당시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도스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OS가 승리하는 걸 보며 환호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3년뒤인 1993년 로보캅3가 나왔습니다.
여전히 도스의 세상이었지만 윈도우3.1이란게 나와서 도스 사용자들도 구이라는 것에 맛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도스 사용자들도 구이가 더 좋다는 건 알지만 워낙에 도스용 프로그램이 많고 윈도우용은 쓸만한 프로그램이 몇개 없어서 별 쓸일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래픽 인터페이스에 대한 갈망은 있었죠.
영화 로보캅3는 일본이 미국을 추월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산 로보캅1,2와는 비교도 안되는 오버테크놀로지 기종인 오토모가 나오죠.
오토모의 OS는
인터페이스는 로보캅2와 큰 차이는 없는 것같은데 칙칙한 글자위주이던 미제 로봇 OS와는 다른 것이,
일단 모드가 정해지면 그래픽 커서가 뜹니다. 확실한 그래픽 환경입니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극강이던 오토모는 소프트웨어가 따라주지 못해 해킹에 어이없이 털리고 맙니다. 일본이 하드웨어는 잘만들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뒤쳐져 있는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그럼... 오토모의 OS는 왜 그렇게 쉽게 털렸느냐...
부팅화면입니다.
위에서부터
커맨드
로드 바이오스
바이오스 시스템 체크
램 체크
바이오캠 인터페이스
파라미터
메모리 셋
그래픽 인터페이스기 때문에 부팅시에 읽어들이는 게 많습니다만, 바이오스를 로드하고 메모리 세팅하는 사이에 이런저런 것들이 추가된 것 말고는 부팅 절차가 로보캅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산 로보캅의 기술을 가져다가 자기네가 개량한 거였습니다. 역시 일본답습니다.
그리고, 맨 처음에 뜨는게 '커맨드'... 오토모의 OS는 윈도우3.1처럼 도스가 먼저 뜨고난 다음에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불러내는 형태였다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나온 로보캅의 OS는... 안봐서 모르겠어요.
sattva
추천인 3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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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로보캅3도 은근 재미있네요.
허 생각해보니 로보캅은 하드웨어만 생각했지
OS는 생각도 못했네요. +_+
저시대라면 일본은 DOS/V를 ...
로보캅이 도스였다니...ㅎㄷㄷㄷ
UI비교도 재밌네요. 다시한번 죽 같이 봐도 좋을듯 ^^
색다른 비교 해석.. 잘 봤습니다. ^^
OS로 로보캅을 움직였다니..ㅋㅋㅋ
2014판은 OS는 불명이지만
wi-fi와 블루투스는 내장입니다.
증강현실, 원격제어 기능과 실시간 모니터 공유하는 wi-di or 미라캐스트 지원합니다.
도로주행 뿐아니라 액션 동선지원 네비게이션 탑재했습니다.^^
우와~ 이런 비교 재밌네요~ !!!
일본애들이 소프트웨어에 약합니다.
극장판 페트레이버1편에서도 해킹으로 엉망진창이 되지 않습니까? 공각기동대도 잇군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 1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해킹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레이버의 OS 프로그램 개발자가 신형 OS 프로그램 속에 숨겨놓은 컴퓨터 바이러스가 원인이죠.
특정 조건이 발동하면 레이버가 폭주하도록 만드는 것이습니다.
일단 드라이버 문제인지 유선 연결 인터페이스를 아예 제거했더군요. 별로 좋은 선택 같지 않아요?
ㅎㅎㅎ 재미있네요 ~
잘 읽었습니다 ~ ^^
새 로보캅은 가상현실 모드도 있고.. 아주 쌩쌩한 OS예요..
옛날 애플 컴퓨터하고 도스 쓰던 생각 나고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