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까지 7일] 죽음의 경계를 넘어, 그렇게 그들은 가족으로 다시 뭉쳤다. No.93 (내용 일부 포함)
이시유 유야 감독의 [이별까지 7일]을 2014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에서 개봉 전 먼저 보고 왔습니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쳤던 이 작품..
사실 감독의 전작인 [행복한 사전]의 경우 저에겐 약간 지루한 감이 있긴 했었습니다.
(많은 이의 호평을 받았었고, 2013년 일본 영화 관련 상은 휩쓸었지만요)
이번 작품도 그래서 보기 전에 약간의 편견은 있었습니다.
가족의 이야기인데, 어떤 식으로 풀어갈까? 또, 지루하지는 않을까?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전작에 비해서는 상당히 괜찮게 봤습니다.
물론 잔잔한 흐름으로 이어짐은 전작과 다를 바는 없습니다.
다만, 서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족이라는 개체가 어머니의 병으로 인해 하나로 되는 과정이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어, 전 [행복한 사전]보다 좋았네요.
영화를 보고 있자면, 현대사회의 핵가족화가 만들어 놓은 사회현상의 문제점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경우, 평상시 깜박깜박 건망증이 있지만, 가장 자신의 옆에 가까이에 있는 남편에게는 어떤 말도 꺼내놓지 못 합니다.
아버지의 경우는, 조그만 회사를 경영하느라, 가정을 지키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
가계 부채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만 하여, 어떤 말도 못하고 있죠. 퇴근하면 아내에게 퉁명스럽게 말하기만 합니다.
그럼 두 아들은 어떨까요? 우선 큰 아들은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만, 아내에게 꼼짝도 못 합니다.
그리고 가족에게는 과거의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준 이력이 있어, 속마음을 다 펼치지 못하고 있고요.
막내아들은 아직 대학생이기에 철부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어머니하고는 대화를 잘 하긴 하나,
나머지 다른 두 명에게는 퉁명스럽기만 하지요.
그런데 이들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건망증이 아닌 뇌종양 판단을 받고, 시한부 판정 7일을 받은 후로 말이죠.
과연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의 자신을 다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지요.
이 영화에서 가족 4명은 모두 자신만의 고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뇌종양 진단을 받고, 과거 자신이 젊었던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때에
그 말 못 했던 고민을 하나씩 뱉어 내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거죠), 나머지는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며
그것을 헤쳐나가기 위한 변화 과정이 시작됩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이 부분을 잔잔하게 잘 풀어 헤친 것 같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며 힘든 아버지의 고민, 이 아버지와 한 집에 살며, 묵묵히 지켜봐야만 했던 아내,
어렸을 때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선 뒤. 큰 아들의 장남으로써의 고뇌, 형의 과거 때문에 자신은 소외되었다고 생각이
있는 듯한 막내의 형에 대한 불만 및 토로.. 이들에게 하늘은 변화를 위한 계기로써 하나의 미션을 준 듯합니다.
다들, 자신만의 고민을 힘들게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풀리지 않던 실마리가 이 미션을 통해
서로 간 없었던 대화가 이어지게 되고, 그들이 하나로 뭉쳐질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까요.
자칫, 어머니의 시한부 인생을 통해 단순히 눈물을 짜게 하는 최루성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비웃 듯,
이시이 유야 감독은 "봐라.. 이 가족이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하고 외치는 듯했습니다.
전작 [행복한 사전]에서도 그랬지만, 뭔지 모르게 이 감독의 특징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참 고급스럽게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시한부 판정을 통해, 아픔을 딛고,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게 되고, 다시 행복하게 가족으로서 뭉쳐졌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평소 말 한마디 잘 못하고 있는 아버지와 일, 아버지보다 대화는 그나마 많이 하지만
매번 퉁명스럽게 투덜대기만 하는 어머니와의 일, 마지막으로 먼저 출가했지만, 어렸을 때 사소한 것으로 매번
싸우기만 했던 동생과의 일이 스치듯 지나가더군요. 이 영화는 온 가족이 함께 보면서 다들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해결하며 다시 뭉쳐보는 이벤트성의 관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개봉이 1월로 잡힌 게, 왠지 설날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많은 가족들이 다 같이 봤으면 좋겠네요.
별점 : ★★★★
ps..) 테마가 가족 중심이지만, 이 영화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첫 번째로 병원의 문제점입니다. 시설에 비해 많은 환자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환자를 기피하려고만 하는
의사 및 병원들의 이기심 말이죠. 그러나 사회는 그렇게 냉정하기만 하진 않다는 듯, 감독은 착한 의사를 통해
이 사회가 그래도 희망이 있음을 표현합니다.
두 번째로,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들의 고뇌입니다. 큰 아들을 통해 평소 상하 계급으로 철저함이 표현되는 직장이라는 곳도
정은 없지 않음을 말이죠.
마지막으로 큰 부분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막내아들을 통해 대학을 나온 이들의 취업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어쩔 수 없는 잉여 선택의 문제점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 부분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기에
감독은 조금이나마 영화를 통해 이야기해보려고 한 것 같습니다.
가족 간의 이야기를 통해 소소히 이 부분들을 잘 지적하고 있는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유튜브에 이 영화에 대한 특별 예고편이 있어 첨부해 봅니다. 일본어를 못
영화에 대한 분위기를 가족 구성원들이 나와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습니다.
주니준이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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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만 보면 동경가족이란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그냥 보면 동경가족이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두 편 다 출연한 츠마부키 사토시가 여기선 또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나오지요 ㅋ
이 영화의 이케마츠 소스케가 동경가족의 츠마부키랑 좀 비슷한 느낌?
같은 가족 이야기지만 다른 관점에서..좀 더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랄까..
가족영화 그 자체죠 뭐 ^^
저는 부산에서 미리 봤는데 영화가 참 뻔한 설정으로 시작해서 뻔하지 않은, 그 감정적 디테일이 좋더군요.
행복의사전도 저는 아주 맘에 들었기에 역시 이시이 유야~ 하면서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