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7
  • 쓰기
  • 검색

아메리칸셰프 번역 후기

작은평화 작은평화
15475 8 17

amer-798x1138.jpg

귀찮아서 미루고 있던 후기를 이제 써요 :)

http://subtitler.net/archives/7842 원문 링크

------------------------------------------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아내가 처음 한 말이 이거였어요.

진짜 힘들었겠다

아내도 저와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보면 알거든요. 무엇 때문에 힘든지 어디가 힘들었는지. 아메리칸셰프는 대사가 꽤 많습니다. 보통 캐릭터가 살아 있는 작품들이 대사가 많아요. <아메리칸허슬>(얘도 아메리칸이네…), <프란시스 하> 같은 경우도 캐릭터 위주의 작품이라 대사가 꽤 많았어요. <아메리칸셰프>는 작업하면서 한편으로 걱정을 하기도 했어요. 가독성을 따진다고 대사를 이리저리 가지치자니 재미가 반으로 줄고, 다 쓰자니 대책 없이 많고. 그 타협점을 찾는 게 어려워서 걱정이 많았어요. 관객들이 자막을 다 못 보면 어쩌나. 혹은 자막 읽느라 화면을 다 놓치면 어쩌나.

근데 자막을 입힌 스크리너를 봤더니 아… 자막이 엄청 잘 보이는 거예요. 제가 잘했다기보다 자막 입히는 분의 솜씨가 기가 막혔어요. 싱크도 칼 같고, 넣고 빠지는 부분(duration)도 어쩜 그렇게 노련하게 맞추셨는지 그 많은 대사가 눈에 다 들어오더라구요. 참 감사하고도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어느 업체인지까지 여쭤봤는데 필름 작업부터 해 왔던 굉장히 오래된 업체더라구요.

 

번엔 자막이 너무 가볍게 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코미디 영화는 아무래도 자막을 막 지르고 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요즘 들어 자막의 무게에 대해 생각이 바뀌고 있는 부분이 조금 있어서요. 이 부분은 나중에 생각이 정리되면 포스팅을 따로 올릴게요.

일단 대사량도 대사량이지만 요리에 대한 영화니까 레시피는 정확해야겠죠. 근데 표현이 두리뭉실해서 정확히 모르겠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정확해야 하는 문장인데 A로도 B로도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일 땐 고민이 큽니다. 다행히 레이먼킴 셰프님께 여쭤볼 수 있는 기회들이 있어서 몇 가지 여쭈면서 작업했어요. 근데 셰프님도 조심스러우시더라구요. 셰프들마다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게 정답이다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거죠. 그렇게 바쁘신 와중에도 정성껏 잘 가르쳐 주셔서 덕분에 아주 흡족스럽게 잘 처리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__)

고생이 많았던 작품입니다. 재밌게 봐 주셨으면 해요. 사실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영화라 -_-;; 연인, 가족, 친구 누구와 봐도 재미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제 말을 못 믿으시겠다면 확인해 보세요. www.rottentomatoes.com fresh 지수 88%로 certified. 네이버, 다음, 왓챠 등등 최고 평점을 달리고 있습니다. 재미 없으면 와서 멱살 잡으세요.

 

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이 영화를 검색하면 후기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시사회를 하기도 전부터 엄청나게 많았죠. 그 분들이 전부 비행기에서 보신 게 아닐 거라 생각해요.(여객기에서는 몇 달 전부터 서비스했습니다. – 제 자막은 아니지만 – )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파일을 봤다는 걸 명시하고도 아주 당당하게 리뷰를 작성하고 별점을 매기고 하는 걸 보면 한편으론 어이가 없습니다. A라는 빵집에서 빵을 훔쳐다 먹었는데 그게 맛 있더라, 맛 없더라 내가 도둑이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할 건 없지 않나 싶어요. 누워서 침 뱉기라는 걸 왜 모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새 제일 눈에 거슬리는 댓글이 개봉도 안 한 영화 관련 글에 “아, 봤는데 볼만 해요”. “그거 돈 낭비예요” 등등 도둑질로 먼저 보고 젠체하는 글이에요. 어차피 이렇게 보는 분들의 대부분은 애초에 작품을 극장에서 볼 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안 하는데 그냥 조용히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문화 소비는 양심적으로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정 어렵거든 조용히 보시면 되구요.

제 자막이 완벽하진 않아요. 아무리 공들여 작업해도 다시 보고 나면 아쉽고 틀린 부분도 보이고. 그래도 관객들에게 최고의 영화 감상 여건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고심하며 최선을 다한 자막입니다. 같은 영화를 보시더라도 자막에 따라 느끼는 바와 보이는 바가 크게 다릅니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신다면 다시 한번 영화관을 찾아 주세요. 이번 작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영화관에서의 재관람을 후회하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작업하겠습니다. :)

작은평화 작은평화
27 Lv. 74928/75560P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8


  • 우산장수
  • 파도
    파도
  • 사라보
    사라보
  • 각인Z
    각인Z

  • take1

  • Choihositive
  • golgo
    golgo

댓글 17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개인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작업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감사합니다(__)
12:19
15.01.03.
profile image 2등

기대작이 꽉꽉 찬 1월에 개봉하는 작품이지만 평이 좋아서 극장에서 볼 생각이었습니다. 좋은 자막 만들기 위해 수고해주셔서 감사해요^^

12:29
15.01.03.
profile image 3등

와.. 전문 셰프의 조언도 받으셨네요.

정말 정성 많이 들이셨네요.


<미스터 터너> 엄청 고생하셨다던데.. 그 후기도 궁금합니다.^^

12:32
15.01.03.
포인트팡팡녀!
은노라
축하해~! 은노라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12:32
15.01.03.
우와 번역가시군요. 제가 어릴적부터 선망하는 직업입니다. 고생하셨네요. 덕분에 저희가 좋은작품을 더 잘 즐길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2:52
15.01.03.

와우~ 자막 번역하시는분이시군요. 그 분야도 참 흥미롭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번역 부탁드립니다^^

12:59
15.01.03.
포인트팡팡녀!
take1
축하해~! take1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12:59
15.01.03.
profile image

확실히 자막 싱크나 번역할때 말투라던지...전체적으로 매우 흡족한 번역이었습니다 ㅎ

13:34
15.01.03.
제가 안받아보는 이유중 하나가 번역때문이예요.이것도 창작이라면 창작인데 너무 극악.
그나저나 작은평화님 번역하신 작품들도 그렇고 여자분이신 줄..쿨럭.
14:21
15.01.03.
profile image

익무에 오기전에는 사실 다운 받아 보았어요

이제는 영화관에서 안보면 괜시리 그렇더라구요 ㅎㅎ

찾기 힘든건 요즘도 사실 보기는 해요 ㅠㅠ

지금 인터뷰도.......볼까말까볼까말까...............................................................................이러는중인데

인터뷰 개봉할까요??

15:18
15.01.03.

자막 번역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안그래도 음식이 보고(?) 싶어서 꼭 극장에서 보려고 마음먹은 작품이에요. ㅎㅎ

재미있게 잘 감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5:19
15.01.03.

영화에 대한 편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하는 직딩이라

어쩔 수 없이 메이저 외화에 보다 집중해서 볼 수 밖에 없네요....

메이저 영화 크래딧에서도 작은평화님 성함 자주 볼 수 있기를요~~ ^^;;;

17:32
15.01.03.
profile image
항공쪽도 번역가가 따로 있나보네요. 요샌 영화제 자막이 일반상영때 그대로 넘어 오는 경우도 있던데 익숙한 극장 번역투와 달라서 적응하는데 좀 걸리기도 하더라구요.
17:59
15.01.03.
profile image
정말 기대하던 영화인데, 번역가님이 여기 계셨군요ㄷㄷ
18:42
15.01.03.
profile image

번역가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꼭 보러 갈게요~

19:40
15.01.03.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4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에 초대합니다. 4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13:34 826
공지 '드림 시나리오'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44 익무노예 익무노예 24.05.10.09:31 3708
HOT <범죄도시4> 흥행 감사 무대인사 사진 공개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7분 전16:47 192
HOT [불금호러 No.30] 지알로 영화 제작 현장으로 - 버베리안 스... 6 다크맨 다크맨 7시간 전10:19 716
HOT (SSU) 앞으로 소니의 모든 마블 영화/드라마의 총책임자 결정 6 applejuice applejuice 2시간 전15:06 832
HOT '드림 시나리오' 후기..웃기고 섬뜩한 풍자극 5 golgo golgo 1시간 전16:04 662
HOT '메갈로폴리스' 칸영화제 시사회 현장 분위기와 ... 2 NeoSun NeoSun 3시간 전14:35 701
HOT 삼식이삼촌 5회까지 어제 다 봤습니다 1 카스미팬S 3시간 전14:28 1244
HOT 제37회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양조위 1 중복걸리려나 3시간 전14:36 356
HOT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괜찮아', 위로의 다독임 1 다솜97 다솜97 3시간 전14:09 246
HOT (MCU) 노바 제작소식 2 applejuice applejuice 3시간 전14:06 1128
HOT <삼체> 새 에피소드 제작 확정 예고편 공개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3:39 1086
HOT [더 에이트 쇼] 국내 언론 매체 리뷰 모음 2 시작 시작 4시간 전13:28 1633
HOT (MCU) 어벤져스5 소식 5 applejuice applejuice 4시간 전12:48 5105
HOT '퓨리오사' 추가된 로튼 탑크리틱 리뷰들 2 golgo golgo 5시간 전12:06 1600
HOT 코폴라 감독의 '메갈로폴리스' 로튼토마토 리뷰 14 golgo golgo 8시간 전09:38 2622
HOT 최근 몇달 사이에 본 일본영화들 단평 2 방랑야인 방랑야인 5시간 전11:55 973
HOT 케빈 코스트너 대작 '호라이즌 아메리칸 사가' 캐... 6 NeoSun NeoSun 6시간 전11:35 953
HOT 최근 본 스필버그 영화 3편 5 도삐 도삐 6시간 전11:35 836
HOT 존 크러진스키 & 나탈리 포트먼, 신작 '더 파운틴 ... 1 NeoSun NeoSun 6시간 전11:03 706
HOT (MCU) 문나이트 시즌2 제작 소식 1 applejuice applejuice 7시간 전10:07 1547
HOT 현재까지 DCU 프로젝트들 감독 리스트 3 NeoSun NeoSun 8시간 전09:42 957
1136898
image
NeoSun NeoSun 2분 전17:42 14
1136897
image
NeoSun NeoSun 9분 전17:35 68
1136896
image
오래구워 10분 전17:34 99
1136895
image
NeoSun NeoSun 19분 전17:25 98
1136894
image
NeoSun NeoSun 48분 전16:56 187
1136893
image
NeoSun NeoSun 53분 전16:51 325
113689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7분 전16:47 192
1136891
normal
무비팬 58분 전16:46 113
1136890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6:41 220
113688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6:20 150
113688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6:13 239
1136887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6:04 662
113688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5:59 271
1136885
image
cardwater 1시간 전15:53 503
1136884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5:50 229
1136883
image
totalrecall 2시간 전15:18 1145
1136882
image
applejuice applejuice 2시간 전15:06 832
1136881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4:46 408
1136880
image
중복걸리려나 3시간 전14:36 356
1136879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4:35 701
1136878
normal
카스미팬S 3시간 전14:28 1244
1136877
image
다솜97 다솜97 3시간 전14:09 246
1136876
image
applejuice applejuice 3시간 전14:06 1128
1136875
normal
다솜97 다솜97 3시간 전14:04 652
1136874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3:54 389
1136873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3:39 1086
1136872
normal
시작 시작 4시간 전13:28 1633
1136871
normal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13:12 321
1136870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3:08 349
1136869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3:06 2002
1136868
normal
토루크막토 4시간 전13:05 184
1136867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4시간 전13:03 184
1136866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3:01 502
1136865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2:59 710
1136864
image
applejuice applejuice 4시간 전12:48 5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