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맨' & '더 레슬러'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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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 예매권이 생겼는데 '버드맨'을 볼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볼까 고민했다. 어쨌든 둘 다 재미난 이야기꺼리가 나올 영화다. 평일 낮 시간에 극장 안에 한 12명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이게 잘 되는건지 안되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글이 스포일러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지금부터 써 내려갈 이 글에는 모두 4명의 사내가 등장할 것이다. 마이클 키튼과 리건 톰슨, 미키 루크와 랜디 '더 램' 로빈슨. 열정을 불 태운 배우들과 레슬러, 그리고 슈퍼스타가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최후의 열정을 불 태우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런 그가 연기한 '버드맨'은 마이클 키튼 그 자체인 영화였다. 20여년 전 버드맨으로 명성을 얻은 스타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연극을 제작·연출한다. 마이클 키튼 역시 '버드맨'에서는 그간 보여주지 못한 엄청난 연기를 선보인다. 마치 그는 배우로서 오랜 경력과 역량을 모두 쏟아부은 것 같았고 거기에는 어떤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바로 '배트맨'을 지우는 일. 마이클 키튼은 '배트맨'을 지울 수 있는 작품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배트맨' 이후 20여년간, 그는 여전히 '배트맨'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흥미로운 결론에 도달한다. '버드맨'에서 도망치려 하던 리건 톰슨은 기어이 '버드맨'에게서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그 과거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과거를 받아들일때 그는 최고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 마이클 키튼이 이 결론에서 어떤 영감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그건 '버드맨'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레슬러'는 '버드맨'에 비하면 한결 현실적이고 냉정하다. 여기에도 불꽃처럼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한 남자, 랜디(미키 루크)가 등장한다. 삶의 끝에 몰린 이 남자는 사랑하는 연인 캐시디(마리사 토메이) 지켜줘야 할 딸 스테파니(에반 레이첼 우드)와의 행복한 삶을 뒤로 하고 최후의 레슬링을 시작한다. 그저 그런 B급 배우로 몰락한 미키 루크에게 '더 레슬러'는 최후의 레슬링과 같은 영화였다. 미키 루크 역시 '더 레슬러'에서 그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 원래 연기 못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연기보다 스타성이 더 주목받던 그에게 '더 레슬러'는 '영화배우 미키 루크'로 거듭나는 계기를 안겨준 작품이었다.
'더 레슬러'는 그래서 더욱 산산히 불태워버린다. 정말로 영화 속 랜디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른 이카루스처럼 3단로프에서 점프를 한다. 나락에 떨어졌던 남자가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은 리건 톰슨의 모습보다 한결 더 처절했을 것이다.
영광의 시절을 보낸 두 배우, 마이클 키튼과 미키 루크 역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이미 영광의 시절이 끝났을 나이에 그들은 다시 한 번 열정을 불태운다. 이것은 상당히 계몽적인 이야기다. 나는 계몽적인 이야기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건 다른 대체할 이야기꺼리가 없다. 그리고 그 계몽적인 결론이 바로 삶의 확고한 진리인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결론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관념에 대해 반기를 들 수 있는 꺼리가 된다.
랜디와 리건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퇴장해야 할 시기다. 랜디는 더 이상 프로레슬러로서 영광을 누릴 수 없는 상태고 리건은 무비스타로서 영광을 내려놓는 것이 쉽지 않다. 이들은 모두 커리어의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불태워버린다. 이들은 왜 이토록 모든 것을 걸었는가? 이들이 불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몸이 재가 될 지언정 얻고 싶었던 것, 바로 '행복'이다.
굳이 거창하고 계몽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버드맨'과 '더 레슬러'가 보여준 행복은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운, 그 자체에 있다. 삶에 있어 단 한순간이라도 모든 것을 걸었다면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그는 행복한 삶, 후회없는 삶을 산 것이다.
'버드맨'과 '더 레슬러'는 행복을 쫓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불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만큼 당신 삶에서 열정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여담2) 그리고 '버드맨'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리건 톰슨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마이크 샤이너(에드워드 노튼)나 샘 톰슨(엠마 톰슨), 레슬리(나오미 왓츠), 제이크(자흐 갈리피아나키스), 그 밖에 많은 캐릭터, 혹은 그들의 관계.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도 이야기꺼리가 생긴다. 이건 '버드맨'이 굉장히 지능적인 영화라는 증거다. 물론 이 글에서는 내가 초점을 맞춘 부분에만 집중해서 이야기한 것이다.
여담3) 또 두 주인공의 딸들이었던 샘('버드맨')과 스테파니('에반 레이첼 우드')를 비교해봐도 재미난 이야기꺼리가 생긴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영화 속 모든 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중에 시간될때 다시 얘기하는걸로 하자.
추천인 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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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19:22
15.03.06.
해피독
아카데미 수상에 있어서 마이클 키튼이
미키 루크 전철 밟는 거 아닌가 했는데
역시나 그러더라고요..T_T
미키 루크 전철 밟는 거 아닌가 했는데
역시나 그러더라고요..T_T
22:46
15.03.06.
해피독
레슬러 때는 밀크의 숀펜이 탔었죠...
23:09
15.03.06.
2등
고맙습니다.
22:36
15.03.06.
3등
두분다 참 대단한 연기를 뿜었는데....
버드맨에서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이채롭더라구요....
23:20
15.03.06.
레슬러는 봐야지 하면서도 오래도록 미루어뒀습니다. 미키 루크의 팬이 아니라서 그런지??....
하지만 두고 두고 회자되는 작품이니... 꼭 봐야겠습니다.
03:02
15.03.07.
알았다가도 돌아서면 헷갈리는 이름. 엠마 스톤 - 엠마 톰슨
04:24
15.03.07.
장박
이런 젠장!
05:00
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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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가물한데,키튼의 상대는 그야말로 엘리트 배우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