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 더 세븐] 간략후기
무려 7편째인데도 편을 거듭할 수록 흥행이 잘 되고 있는 블록버스터계의 눈덩이,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이하 <분노의 질주 7>)을 아이맥스로 관람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분노의 질주 7>은 3편만 빼고 1편부터 쭉 함께 해 왔던 폴 워커와의
마지막 만남이라는 데서 여러모로 의미가 각별하죠.
그러나 영화는 우선 자신들의 본분을 결코 잊지 않았다는 듯 극강의 오락성을 보여줍니다.
140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을 한번도 주지 않습니다.
마치 교차로처럼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미국, 조지아, 아부다비 등 다양한 장소에서 교차하며 대립 또는 협력하면서
카 액션, 근접격투 액션, 폭발과 총격전 등 온갖 종류의 액션을 쉴새 없이 쏟아냅니다.
순정마초 돔(빈 디젤), 가정적인 브라이언(폴 워커), 인간병기 홉스(드웨인 존슨), 청순파워풀 레티(미셸 로드리게즈),
톰과 제리 같은 로만(타이리스 깁슨)과 테즈(크리스 '루다크리스' 브리지스) 등
친숙한 캐릭터들의 여전한 개성에 악역을 맡은 제이슨 스타뎀은 오프닝부터 강력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요.
토니 자(무에타이), 론다 로우지(종합격투기) 등 특정 액션의 쾌감을 보장하는 스페셜 게스트도 인상적입니다.
현실감보다 카 액션 스턴트의 한계를 보여주는 게 언제나 목적이었던 시리즈답게,
<분노의 질주 7>이 보여주는 카 액션들은 내내 '말도 안돼'라는 추임새가 절로 나오게 합니다.
전속력으로 차가 정면충돌해도 멀쩡한 드라이버들, 낙하산을 매달고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자동차들,
고층 빌딩 사이를 말 그대로 건너는 슈퍼카, <인터스텔라> 속 도킹 장면처럼 단 몇 초 사이에 사람을 전달하는 마술같은 기술까지.
액션 장면이 한번 나왔다 하면 설렁설렁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이는 단지 카 액션 뿐만이 아니라 카메라를 수레바퀴 굴리듯 굴리면서까지 화면을 휘청이게 하는
근접 액션, 타격 액션 등 다른 액션 장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번 액션에 돌입하면 끝장을 보겠다는 주의로 휘몰아치는 이 파워는,
리얼리티보다 극한 스턴트의 쾌감에 집중하는 시리즈의 개성을 계승하는 가운데에서도
관객을 옴짝달싹못하게 긴장과 스릴에 휩싸이게 하는 제임스 완 감독의 호러전문가다운 연출력이라 하겠습니다.
현재 극장에 걸린 영화들 중 오락성으로만 보면 첫 손에 꼽힐 만한 쾌감을 선보이지만,
그럼에도 <분노의 질주 7>은 폴 워커의 부재를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분노의 질주 7>은 최고의 예우를 보여줍니다.
시종일관 '말도 안돼'가 자동으로 나오는 액션 장면들을 실컷 보여줘 놓고도,
폴 워커와 이별해야 하는 순간 앞에서는 너무나 말이 되는 애정과 헌사를 바치는 모습에 생각 이상의 감동이 밀려옵니다.
이제는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형제라 이야기하는 인물들(또는 배우들)의 모습은
'죽음'이 '이별'과 동의어는 아니라는 것을 따뜻하게 일깨우면서도,
저렇게 창창한 배우가 떠나갔다는 사실을 가슴 아프게 일깨웁니다.
사실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7편까지 나온 건 순전히 인기에 힘입어 수명을 연장시킨 결과일 것이고,
그만큼의 세계관과 이야기가 남아있기 때문도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편을 거듭할 수록 질릴 줄을 모르는 것은
인기에 영합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게 아니라 더욱 공고히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직업과 처지를 뛰어넘은 인간적인 유대'는 1편부터 이어져 온 영화의 기조였고,
이는 편이 늘어나고 등장인물도 많아지면서 '형제', '가족'이라는 형태로 더 굳건해 집니다.
심지어는 이야기 노선에서 살짝 비켜 선 2편과 3편의 등장인물들도 한 관계망 안에 아우를 정도니 말이죠.
그만큼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영리하진 않더라도 의리는 확실합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학교 친구 유형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이럴 것 같습니다.
공부에는 별 취미 없어 보이지만 친구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는 의리와 그에 걸맞은 맷집과 기술을 지닌,
불의 앞에선 흔들리지 않지만 우정과 사랑 앞에서는 너무나 여린 딴딴하고도 인간적인 친구랄까요.
그만큼 똑똑함이나 완벽함과는 별개로, 잘 됐으면 좋겠는 애정이 생기는 그런 시리즈랄까요.
본분에 차고 넘치는 오락적 쾌감을 보여줬기에 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점점 더 매력을 느꼈지만,
14년을 함께 한 친구를 떠나보내는 순간의 태도를 보고 나니,
인간적으로 이젠 이 시리즈를 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아이맥스로 관람하시길 권장합니다. 큰 화면과 음향에 어울리는 시퀀스들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아이맥스 카운트다운'의 <분노의 질주> 버전은 아찔할 정도입니다.
추천인 6
댓글 18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호평이 쏟아지네요^^
마지막 엔딩처럼 제 갈 길을 간 폴워커지만 이후 이어질 시리즈에서도 잊혀지지않고 기억될것 같네요.
호평이 많네요
일본 배경인 3편 보고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덧 7편까지... 멋지게 부활한 시리즈입니다.
고딩이었던 주인공이 폭삭 삭아서 안타깝더라고요.^^
저도 기대하고 있는 .. 하.. 근데... 이제.. 폴 워커님을 못본다고하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