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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프리뷰 - 가장 파괴력 있는 여배우, 김혜수

수위아저씨
21403 3 7
'차이나타운'은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영화다. '어벤져스:에이지오브울트론'과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등 헐리웃 대작들의 공습이 시작되지만 나는 여배우 투톱의 저 영화가 몹시 기대된다. 그래서 이 글은 '차이나타운'에 대한 프리뷰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 김혜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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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요즘은 제대로 된 '여배우'를 찾아내기가 어려운 시스템이다. 재능있는 어린 여성들은 어릴때부터 아이돌로 트레이닝되기 때문에 데뷔하자마자 떠버리는 '벼락스타'를 찾기란 어렵다. "벼락스타보다는 내공을 탄탄히 다진 배우가 더 낫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거액의 돈이 오고 가는 '산업'으로서의 영화를 감안한다면 스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스타, 특히 여배우는 죄다 아이돌에서 먼저 시작한다. 그나마 배우의 뜻을 가진 고집있는 친구들은 낮은 곳에서 천천히 실력을 쌓아 나타난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아쉽다. 

예전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스타급 여배우가 많았다. 아니, 대부분의 스타들이 그렇게 데뷔해 인기를 얻고 빠른 시간에 전성기를 맛봤다. 요즘은 이런 구조로 스타에 오른다 치면 대부분 아이돌이다. 스타들은 이미 '배우'에 대해 '스타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발연기 논란은 어쩌면 거기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건 '김혜수'라는 배우를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한국영화계 대들보같은 여배우고 씨가 말라가는 여배우계의 자존심인 대스타다. 이미 많은 평론가와 기자들이 수십년간 그녀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그래서 더 할 말이 있을까 싶겠지만 나는 '여배우 기근인 영화판'에서의 김혜수를 이야기할 것이다. 조금은 다른 전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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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이후 국내 극장가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서 10위까지 중 한국영화는 9편이다. 이 영화들 중 그나마 여배우가 전면에 등장한 작품은 '해운대'와 '괴물'이 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인물 자체보다 상황에 초점을 맞춘 재난영화다. 물론 '괴물'에는 빛나는 몇몇 캐릭터가 있었지만 역시 중요한 건 송강호의 활약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7번방의 선물' 역시 갈소원양의 비중이 상당하지만 '여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줄 순 없다. 그 밖에 '명량', '국제시장',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등은 사실상 남자들의 이야기다(이는 2004년 이전의 천만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 역시 마찬가지다).

천만관객(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 한국영화 중 여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진 작품은 '도둑들'이 거의 유일하다. 그리고 '도둑들'의 중심에는 김혜수가 있다. 김혜수는 이 작품에서 마카오박(김윤석)과 뽀빠이(이정재)의 갈등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낸 배우다. 

김혜수 출연작의 스코어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도둑들' 1300만, '관상' 910만, '타짜' 570만 등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많은 작품들을 포진시키고 있다. 그만큼 한국영화계에서 김혜수는 티켓파워와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여배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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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7살에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드라마와 CF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아나간다. 사람따라 김혜수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나에겐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으로 기억된다. 영화 자체도 매력적인 작품이었지만 김혜수는 이 작품에서 단연 눈에 띄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그 존재를 드러낸다. 이후 드라마에서 인지도를 쌓아올린 김혜수는 박종원 감독의 '영원한 제국'에서 안성기, 조재현, 김명곤, 최종원 등 기센 남자배우들 틈에서 유일한 여배우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닥터봉'과 '미스터콘돔', '찜' 등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던 김혜수는 조폭코미디물인 '신라의 달밤'에서도 과격한 남자캐릭터들 틈에서 밀리지 않고 존재감을 과시한다. 

김혜수가 강해지기 시작한건 역시 드라마 '장희빈' 이후로 보인다. 그간 당찬 여자캐릭터 연기를 해오던 김혜수는 악녀 장희빈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2004년 '얼굴없는 미녀'는 김혜수의 첫 노출연기이자 '센 캐릭터'의 극한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2004년 이후 김혜수는 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물론 '스타일', '즐거운 나의 집', '직장의 신' 등 인상적인 드라마에 출연하지만 그녀의 중심은 언제나 영화에 있었다. 


movie_image (20).jpg


사실 50여편이 넘는 김혜수의 작품세계를 정리하는 건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일단 작성자가 그 정도 내공이 안되는데 진심으로 사과한다). 위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김혜수의 팬들이라면 기억할 '짝', '여자의 남자', '한강수타령' 등 좋은 드라마들도 많았다. 김혜수의 필모그라피가 정리하기 어려운건 영화의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은근히' 다작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혜수가 다작을 했다고 아무도 딴지를 걸 수는 없을 것이다. 작품의 흥행여부를 떠나서 모든 작품에는 온전히 김혜수가 있어야 할 자리였기 때문이다. 

김혜수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필모그라피에는 버릴 작품이 하나도 없다. 이것은 작품의 재미유무와는 무관한 일이다. 많은 배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지금의 김혜수를 만들어 낸 데에는 그녀의 모든 전작들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김혜수를 바라보며 느끼는, 우아하고, 당차고, 사랑스럽고, 카리스마 있고, 무시무시한 모든 모습. 그 모습들은 모두 김혜수의 전작에서 얻어진 것이다. 김혜수가 '천의 얼굴'을 가진 여배우라고 인정한다면 그 '천의 얼굴'은 모두 전작을 통해 체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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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혜수가 여배우 기근인 지금 영화계를 정면돌파한다. 아주 오랜만에, 그리고 드물게 여배우 둘을 주인공으로 정면에 내세운 영화로 김혜수가 돌아왔다. 사실 전도연, 이영애, 고소영, 심은하 등 그녀와 동시대를 함께 한 배우들은 얼굴 보기가 힘들다. 그나마 전도연이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예전같은 티켓파워를 보여주진 못한다. 조여정, 하지원, 손예진, 김하늘, 한지민, 전지현 등 김혜수 이후 세대의 여배우들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홀로 빛날 수 있는 별'은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영화에서는 여배우의 활용이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남자주인공의 로맨스 상대역이나 남성중심의 스릴러물에서 희생양, 혹은 악녀로 활약하는게 전부다. 그나마 최근 심은경의 '수상한 그녀'가 맹활약을 펼친건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그런 작품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보더라도 심은경만큼 활약해줄 또래의 배우가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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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만드는 입장이나 보는 입장에서 '남자들의 이야기'는 재미있는 소재꺼리다. 단순하고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즉, 돈이 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들려면 결국 남자들의 시선에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애석하게도 이런 시선은 당장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창작에서 고뇌가 줄어들고 계산이 늘어난다면 여자들의 이야기는 스크린에서 만나기 힘들다. 

김혜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다. 여러 면에서 그녀는 남자배우들을 압도할 수 있고 장르에 상관없이 극을 지배할 수 있는 배우다. 김혜수에게 '잔다르크'를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해지지만 지금 한국영화계의 '여배우 기근'이 심각하다고 느껴진다면 김혜수는 기어이 '잔다르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차이나타운'은 김혜수의 첫번째 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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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수위아저씨님은 10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03:51
15.04.21.
profile image 2등
짝 볼려고 일요일에도. 일찍 일어나야했던
정말 아침이 즐겁게 해준 혜수였죠
11:10
15.04.21.
포인트팡팡녀!
사라보
축하해~! 사라보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11:10
15.04.21.
profile image 3등

혜수언니는 뭘해도 포스가 남달라요~~ 요즘 어린 여배우와는 급 자체가 다르죠~

15:37
15.04.21.
포인트팡팡녀!
wonder
축하해~! wonder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17:13
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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