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원작 시나리오 결말
영화 결말이 뭔가 '갑작스럽다' 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원작 결말대로 갔으면 더 느낌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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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락이의 뇌염 (시나리오에선 간염) 사건 이후......,
시간은 흘러 1981년.
일락이는 월남전에 참가한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했고,
이락이는 중동 사막에서 파견 근로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삼락이는 복싱 전국 체전 페더급 챔피언 동메달을 따며 승승장구 중.
자식들의 소식이 담긴 앨범과 사진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주전자의 물을 마시던 늙은 삼관(하정우)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주전자의 물을 다 마십니다.
매혈 행위를 하던 병원을 다시 찾게 된 삼관.
피를 뽑아주던 의사랑 농담을 주고 받으며 피를 뽑습니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흘러 매혈 행위가 불법이 되고, 헌혈이 된 상황.
이러한 상황에 삼관은 의사와 실갱이를 벌입니다.
파출소에서 삼관과 늙은 옥란(하지원)이 같이 나오고,
옥란은 왜 갑자기 피를 팔으려고 했냐? 라고 묻자
삼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막걸리와 순대를 좀 먹고 싶어서'
옥란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자기가 사준다고 하는데
삼관은 '나도 돈은 있다. 하도 피를 많이 뽑고 순대와 막걸리를 먹었더니
이제 반대로 막걸리와 순대를 먹고 싶어서 피를 뽑으려고 했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노을을 뒤로 한 채 삼관과 옥란은 둘이 걸어가며 끝납니다
시나리오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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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제일 의원
깔끔하고 시설 좋아진 최가네 병원. 복스럽게 생긴 간호사가 삼관의 피를 뽑아 주고 있다.
돋보기를 쓴 늙은 최가... 입을 벌린 채 TV를 보고 있다.
컬러 TV에서는 86 아시안 게임, 88 올림픽 개최 확정! 뉴스가 한창 흘러나온다.
최가
자네가 마지막으로 피를 뽑은 게 언제지?
삼관
글쎄요... 우리 일락이 간염 걸렸을 때니까... 십 한.. 오륙년 됐지요 아마?
최가
맞아 딱 그때 구만... 그때만 해도 피 팔아서 입에 풀칠하고 그랬는데... 나참... 그런데 벌써 올림픽을 연다잖아.
이런 걸 두고 유식한 말로 격세지감이라고 하는 거라구.
간호
다 됐습니다. 일어나세요. 여기 헌혈증 있구요...
삼관이 옷을 고쳐 입고 멀뚱하니 있는데... 최가나 박양이나 TV만 보고 있다.
삼관
저기... 박양?
간호
네?
삼관
돈을 ... 안 줬는디...
간호
돈요? 무슨 돈요?
삼관
피를 팔았으니까... 피판 돈을 받아야지.
최가
(끼어들 듯) 이 사람 세상 물정하고는... 이제 피 팔면 돈 안줘!
삼관
아니 그게 뭔 말씀이요?
최가
이제는 매혈이 아니고 헌혈이야 헌혈! 그냥 주는 거라고!
삼관
무슨 말씀이세요? 피가 어디 그냥 나온답니까?
어떻게 남의 피를 가져가고 돈을 안준답니까?
최가
이제 피를 파는 건 불법이야. 걸리면 잡혀 간다구!
삼관
아니 언제부터 그게 불법이랍니까?
이게 엄연히 나라에서 하던 일인데...
최가
이사람... 하여튼 그렇게 됐어!
삼관
난... 인정 못합니다.
최가
(피식) 하지 마라?
삼관
얼른 돈 주세요!
최가
이 사람 보게?
삼관
아니 피 뽑는 게 어디 보통 일입니까? 힘을 파는 거고 생명을 파는 건데! 그걸 빼서 넘한테 그냥 준다고요? 지나가는 개가 웃겄소!
돈 주기 전에는 한발자국도 못나가요! 사람을 뭘로 보고..
파출소 - 낮
경찰관이 삼관에게 법전을 보여주며 아이 달래듯 말한다...
경찰
할아버지, 여기 보세요. 혈액관리법 0조0항!
매혈하다가 걸리시면요, 징역 5년에 벌금이 1000만원이에요!
삼관
난 인정 못해!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고! 원래 몸에서
나온 것은 털끝도 건드려서는 안되는 거여! 그 귀한 걸 가져가면서 돈한 푼 안 준다는 건 어느 나라 법도야?
경찰
할아버지, 요즘 누가 피를 팔고 돈을 받아요? 빨리 어서 돌아가세요?!!!
삼관
나 돈 받기 전까지 한발자국도 못 움직여!!
파출소 안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파출소 앞 - 낮
파출소를 나서는 삼관과 옥란.
옥란
여보~ 근데... 뭐 때문에 또 피는 팔려구 그랬수?
삼관
갑자기... 순대랑 막걸리가 먹고 싶어서...
옥란
순대랑 막걸리? 고작? 갑시다. 가요... 순대도 먹고... 붕어찜도 먹읍시다. 여기 봐요.. 천원짜리도 세장.. 만원짜리도 두장!
그리구 뒷주머니에도...
삼관
돈은 나도 있어..
옥란
그런데 왜 피를 팔았어요?
삼관
하도 피를 뽑고 순대 막걸리를 먹었더니...
순대랑 막걸리를 먹고 싶으니까 피가 뽑고 싶어지네...
옥란
(웃음)
꼭 붙어가는 삼관과 옥란 두 사람의 모습 뒤로 따뜻한 햇살이 비친다.
결말 외에도 영화와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1.
영화 오프닝과 달리 시나리오는 삼관의 할아버지가
'피는 곧 조상이며 피를 파는 행위는 곧 조상님을 파는 것이다'
라는 말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2.
임분방(윤은혜)와 오랜만에 만난 삼관은 그녀와 잠자리를 하는
묘사가 적혀 있습니다.
3.
하소용은 뇌출혈이 원래 있던 것이 아닌 차를 몰고 가다 트럭에 부딪치는
사고로 인해 장파열과 함께 찾아온 것입니다.
4.
하소용을 되살리려 일락이가 그의 집으로 가는데 그 전에 일락이가 삼관에게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으면 '임분방'이랑 잔 것에 대해 얘기하겠다 라고 협박합니다. 그래서 삼
관이 그 곳으로 가고, 일락이를 데려오는 상황에서 깨진 접시 조각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
일락이는 자신의 친아들이 확실하니까 더 이상 얘기하지 말라며 못을 박습니다.
5.
일락이는 공부를 하러 서울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 와중에 용돈을 주려 피를 뽑는 삼관.
헌데 이 모습을 일락이가 목격하게 됩니다. 후에 서울에 올라가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일락이의 편지와 달리 '일락이가 현재 간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보호자 분들은 찾아
오셔라' 라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알고보니 일락이는 학교가 아니라 공장을 다니고 있었던
것이죠. (평화 시장 그 봉제 공장 그곳입니다)
6.
피를 팔던 삼관이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상황에서 꿈을 꾸는데
하소용과 일락이, 그리고 옥란이 자신을 보며 '쪼록이 삼관' 이란
별명으로 피를 뽑고 있는 자신을 조롱하고, 뒤이어 할아버지가 나
타나 그의 뺨을 때리는 내용을 꾸게 됩니다.
7.
일락이를 찾은 삼관이 왜 공장에 다녔냐고 물으니
일락이가 말합니다. '돈'이 생기면 아버지가 자신을 친아들이라고 생각해줄 거 같아서' 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삼관은 자신의 가슴 속 흉터를 보여주며 넌 내 친아들이다 라고 말합니다 (감동 ㅠ ㅠ)
8.
어렵사리 일락이를 찾은 삼관. 옥란도 찾게 되는데
영화에도 등장하지 않은 신약의 비밀은?! 바로 샴푸 입니다 ㅋㅋㅋㅋ
옥란이 머리가 빡빡 민 채로 삼관이 발견하는데
그녀의 머리에 부스럼과 이가 많아 신약을 실험하기 딱 좋은 상태였다고...
9.
시대가 흘러가는 모습이 곳곳에 나옵니다.
뉴스에, 변해가는 상황에....
다음에 또 재미난 시나리오 있으면 올리겠습니다.
만년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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