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단지 라일리가 행복해지기를 바랬어'
인사이드 아웃을 보았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관람이네요. 내일 아침에 또 보러 갈 예정입니다.
자칭 타칭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픽사 입사를 꿈꾸던 학생이던 저는 아직까지도 마음 한 구석에는 픽사를 향한 애정이 남아있습니다.
현재는 적당히 타협을 하고 잠시 꿈을 향해 돌아가고 있는 중이죠.
인사이드 아웃은 제가 픽사의 애니메이션 감독 중에서도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 '피트 닥터' 의 작품입니다.
사실 피트 닥터의 작품은 이제까지 실망시킨 적이 없어요.
단편 'winter (1988)’부터 '토이스토리 (1995)' 와 첫 장편 감독 데뷔작
'몬스터 주식회사 (2001)' 는 'UP(2009)' 이 나오기 전까지 제가 픽사에서 최고로 뽑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사이드 아웃을 손꼽아 기다렸죠.
서두가 길었네요. 작품이야기를 해야겠어요.
'인사이드 아웃' 의 주인공은 라일리라는 11살 소녀입니다.
전혀 걱정거리가 없을 것 같은 이 소녀의 출생부터 영화는 시작되지요.
라일리의 첫 감정 컨트롤의 주인공은 바로 '조이' 입니다.
라일리도 분명 태어날 때 울면서 태어났을 텐데....'새드니스' 부터
탄생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라일리'는 매우 즐거운 성격의 소녀라는 걸 보여주지요.
하지만 3초 뒤에 '새드니스'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캐릭터 디자인 부 터 살펴보면 조이는 날씬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외모를 가지고 있고 새드니스는비만으로......
보이는 체형에 옷도 스웨터를 입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뚱뚱하다는 생각이 우울함과 직결될 까봐 좀 불편했던 캐릭터 디자인이었습니다.
물론 영화 후반부가서는 '새드니스'의 어마어마한 가치를 알게 되지만요.
라일리의 감정컨트롤을 주도하는 조이는 나머지 4명을 잘 다루면서 즐겁게 살아갑니다
별 문제 없던 라일리의 감정컨트롤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상의 변화 '이사'를 가게 되면서 혼란스럽게 됩니다.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살고 있던 자리를 떠나 낯선 곳으로 간다는 사실만으로 감정이 혼란스럽습니다.
성인이
되어 서도 적응이 힘든데 어릴 적이라면 어마어마한 사건이죠.
라일리가 태어나고 자란 미네소타를 떠나 아빠의 새로운 사업을 위해 샌 프란시스코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되죠.
전 라일리의 나이를 왜 11살로 정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10살쯤 이사를 경험했고 아직까지도 그 설렘과 그리움과 슴픔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가는 그 애매모호한
나이는 너무 어리지도 않고 너무 성숙하지 않은 시기인 것 같네요. 그래서 라일리의 나이를 11살로 정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GV에서는 감독의 딸이 11살쯤 되자 성격이 변하는 걸 보고 이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는 데 그쯤 아이들은 질풍노도의 시기 1차를 겪나 봅니다.)
즐거움으로 가득한 핵심 기억 구슬 5개가 새드니스로 인해 슬픔으로 물들여지려고 하자 조이는 그걸 막습니다.
새드니스도
본인의 그런 행동의 변화가 왜 생기는 지 모릅니다.
그저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지요. '새드니스'의 알 수 없는 변화는 조이와의 트러블을 일으키고
결국엔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핵심 구슬 5개와 함께 장기기억저장소로 빨려 들어갑니다.
라일리의 감정월드에는 5가지 섬이 있습니다.
엉뚱섬, 우정섬, 하키섬, 정직섬, 그리고 가족섬이죠.
11살의 라일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섬으로 세워놨지요.
그런데 감정컨트롤 타워를 다스리는 조이가 그곳을 벗어나 장기기억저장소로 멀어지자 이 섬들은 휘청거리기 시작합니다.
무너지는 순서도 엉뚱섬-->우정섬-->하키섬-->정직섬 이죠. 하지만 제 기억이 맞는다면 가족섬은 휘청거리지만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인생이 아무리 고난이 있어도 가족만큼 큰 힘이 되는 건 없다는 픽사의 진리가 돋보이는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돼서는 가족이 항상 힘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지요.)
아마 라일리는 여기서 처음 두 가지 혼합된 감정을 느꼈을 지도 모릅니다.
전학 온 첫날 새 친구들
앞에서 미네소타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보이는 라일리.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이 슬픔으로 바뀌는 감정의 경험을
처음 느낀 것이지요. 본인은 자각을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 라일리는 나이를 먹으며 성숙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낯선 감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몰랐던 겁니다. 그래서 '조이'와 '새드니스'는 잠시 라일리를 떠나 여행을 하게 됩니다. 대신 그 기간 동안 라일리에게
남은 건 '디스거스트', '피어', '앵거' 등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사람은 익숙한 환경이 아닌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되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죠. 라일리도 적응기간의 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조이와 새드니스의 격하고도 즐거운 여행은 신나지만 않습니다. 왜냐면 그곳에서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들과 헤어져야만 하는 일이 있으니까요.
사람이 모든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다행히도 조물주는 인간에게 망각하는 축복을 내리셨지요.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기억을 버리는 쓰레기장이 존재합니다. 기가 막히게도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은지 4년이 지났으니 젓가락 행진곡 빼고 다 버리라는 그 청소부 말에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덤으로 미국 역대 대통령 이름의 기억도 말이죠 ㅋㅋㅋㅋㅋㅋ
잔망스러운 청소부들. 저 껌 광고는 한국인이라서 잘 몰랐지만;;;
여기서 빙봉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라일리의 어릴 적 순수함 그 자체를 간직하고
있는 빙봉.
솔직히 처음 등장했을 때 조금 무서운 비주얼에 거부감이 들었다는 건 부정할 수가;;;;;;(특히 그 코끼리 코와 두꺼운 입술이 ㅋㅋㅋㅋ)
누구나 어린
시절은 있었고 빙봉같은 상상의 친구가 있었죠. 빙봉은 컨트롤 타워에서 벗어난 조이와 새드니스를 도와줍니다.
그들의 여정을 보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가 떠오릅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다르지만요)
빙봉과 함께 생각의 기차를 타고 컨트롤 타워로 가려는 조이와 새드니스에게 고난이 생깁니다. 지름길로 가는 통로에서 추상적인 개념으로 변하는
마 치 입체파 그림을 연상시키는 경험을 하고 겨우 기차를 잡았더니 라일리는 잠에 빠져버려 생각의 기차가 멈추게 됩니다. 그들은 생각의 기차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라일리를 깨우려고 하지요. 그래서 꿈 제작소를 선택합니다. 새드니스는 악몽으로 깨우자고 하고 조이는 즐거운 일들로 깨우자고 하지요. 저는 문득 보이는 새드니스의 현명함을 보며 처음엔 조이를 보는 게 편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새드니스에게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꿈 제작소에서의 난동으로 빙봉은 아주 깊숙한 무서운 기억이 저장되있는 곳으로 잡혀갑니다.
라일리의
무서움은 할머니의 청소기나 지하실 계단, 그리고 피에로였나봅니다 ㅋㅋㅋㅋ
(쏘우를 봐도 삐에로 공포증 있는 사람이 꽤나 있나 봅니다;;;)
빙봉과
조이, 새드니스의 합작으로 피에로를 이용해 라일리를 깨우게 되죠.
다행히
생각의 기차가 움직이지만 대신 정직섬이 공격을 받습니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조이와 새드니스가 정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라일리를 깨웠는데 라일리도 마찬가지로 미네소타로 가는 버스의 티켓 값을 지불하기 위해 엄마의 카드를 훔칩니다. (근데 미국은 카드 긁으면 문자 안 가나요;;;;)
부정직하죠. 그래서 라일리의 정직섬은 무너지고 그 영향으로 생각의 기차가 공격을 받습니다.
다행히도 목숨을 건진(?) 조이와 새드니스, 빙봉은
다급해지고 어떻게든 컨트롤 타워로 돌아가기 위한 조이는 장기기억장치의 구슬이 컨트롤 타워로 올라가는 통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조이는 중요한 핵심 구슬이 새드니스에게 물들여질 까봐 새드니스를 두고 통로로 들어가지만
결국...... 기억 쓰레기 섬으로 떨어집니다. 빙봉도 함께 말이죠.
특히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이가 쓰레기 섬 안에서 핵심 구슬을 보며 단지 '네가 행복해지기를 바랬어' 라며
눈물 흘리는 부분입니다. 마냥 즐겁기만 하던 조이가 처음 눈물을 흘립니다. 라일리의 가장 깊숙하고 알지 못하는 곳에서 조이는 성숙해지는 것이지요.
조이의 눈물은 구슬을 변화시킵니다. 조이는 눈물을 흘림으로서 슬픔을 배웁니다. 이제 예전의 조이가 아니죠. 어두운 기억 쓰레기 섬에서도 조이는
홀로 빛을 잃지 않습니다. 라일리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나오는 눈물을 닦고 이제 조용히 감상하려는 찰나 2차 폭풍 눈물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빙봉.
빙봉과 라일리는 어릴 적 만들어낸 카트를 타고 기억 쓰레기 섬을 탈출을 시도합니다.
카트의 연료는 빙봉과 함께 불렀던 어린 시절의 즐거운 노래죠.
빙봉은 3차례 시도끝에 마지막 시도에서 조이를 보내고 카트에서 내립니다.
(픽사가 참 현실적인 것이 무게를
줄이면 더 잘 날아 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네요. 근데 빙봉의 몸은 솜사탕인데......)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상기시키면서 빙봉은 라일리를 구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아마도 이 장면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보는 사람마다 어릴 적 친구였던 빙봉같은 존재를 떠나 보내는 그런 느낌이었을까요?
순수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사라지는 걸 보며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슬픔에 눈물이 나옵니다. 억지눈물이 아닌 순수하지만 슬픈 눈물이었죠.
이 장면은 억지로 연출하려고 해도 나올 수 없을 텐데 여기서 한번 더 픽사의 위대함을 느꼈습니다.
라일리의 내면은 복잡합니다. 가출을 시도하죠. 조이는 서둘러 감정 컨트롤 타워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조이는 잘 알 고 있습니다. 새드니스를 꼭 대려가야한다는 것을요. 자신과 새드니스는 땔 수 없는 관계죠. 슬픔이 있었기에 기쁨이 있었던 것이고요. 신나게 울고 난 후엔 후련함과 가벼운 기쁨이 오는 것처럼요. 조이는 가족섬의 방방(?)과 라일리의 망상 속 남자를 이용합니다. 라일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캐나다 남친을 이용합니다 ㅋㅋㅋㅋㅋ
(처음부터 이 방법을 써도 되었을 것을 ㅋㅋㅋㅋㅋㅋ)
이번 코믹콘에서 상상의 캐나다 남친 코스프레라고 합니다.... (덕중의 덕은 양덕)
다행히도 조이와 새드니스는 라일리가 탄 버스가 큰 도로에 진입하기 직전에 감정 컨트롤 타워에 도착합니다.
'앵거'와 '디스거스트'의 용접솜씨 덕에 잘 도착했죠.
이제 라일리는 다시 조이와 새드니스를 받아들이면서 엄마와 아빠에게로 돌아갑니다. 흔들리는 가족섬이 다행히 멈춥니다.
라일리는 부모님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힘껏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쏟아냅니다.
사람은 살면서 즐거움만 가지고 살 수 없죠. 슬픔을 받아들이면서 점점 성숙해집니다. 새드니스와 조이는 처음으로 둘이 함께 존재하는 노란색 푸른 구슬을 만들어냅니다. 11살 아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감정의 변화가 이렇게 성숙해집니다. 그리고 가족섬도 업그레이가 되지요.
이후 라일리는 샌 프란시스코에서 하키를 하며 잘 지내는 모습입니다. 새 친구들도 만나고 곧 남자친구도 사귀겠지요.
(아마 인사이드 아웃 2편이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ㅋㅋㅋ)
픽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상상력을 동원한 '인사이드 아웃' 은 지금까지 나온 픽사의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개인마다 의견은 다르겠지만요) 가끔씩 인생의 정화가 필요할 때 꺼내보는 작품일 것 같습니다.
'단지 라일리가 행복해지기를 바랬어' 라는 조이의 대사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이 영화를 보시길 바랍니다.
PS.
1.조이의 머리 색 이야기가 많던데 애초에는 주황색 머리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푸른색으로 바뀌면서 비주얼 적으로도 좋고 슬픔을 알게 되는 조이라고 하는 숨은 의미도 넣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2.라일리의 엄마를 주도하는 감정은 왜 새드니스일까요? 그리고 아빠의 감정은 왜 앵거일까요?
3.남자분들은 라일리와 부딫힌 남자아이의 머리 속 처럼 여자사람이 출현하면 비상사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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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에 대한 사심을 밝히자면 전 타블렛 케이스가..... 너무 갖고 싶어요.
진짜 갖고 싶어요. 저의 조이가 받고 싶어서 댄스를 추고 있습니다.
(타블렛 쓰는 유저라서 꼭 받고 싶네요 ㅋㅋㅋ)
리뷰 잘 봤습니다. 움짤들 보니 극장 가서 다시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