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울산의 별 - 간단 후기

소설가 소설가
1430 6 4

최근에 <정순>을 감상한 뒤 주연이셨던 김금순 배우님 필모에 <울산의 별>이 있더군요. 우선은, 제목 때문에 <강릉> 같은 조직폭력배 영화라 지레 짐작해 걸렀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반성합니다. 제목 때문에 영화를 거르는. 물론 영화를 보기 전에 제가 의식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몇몇 영화를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영화 정보 자체를 보지 않고(알려고 하지 않고) 가는 탓이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조폭 영화는 웬만해서는 거르기 때문에, 이게 선입견을 확고한 결정으로 가게끔 만들었네요. 아주 간혹 벌어지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거듭 스스로에게 반성하게 됩니다. (제목을... 조금 변경하셨어도 됐을 건데요. 다 본 지금도 제목이 안티인 듯한.)

 

스크린샷 2024-04-19 120019.png.jpg

 

 

와 참. 벌써 몇 줄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데요, 이 영화 참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삶의 단면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우리 삶을 담았고, 이를 풀어내면 구구절절해져버리네요. 그러한 관계로 포탈에 기재된 내용을 긁어올게요. 

 

남편의 사고사 이후 조선소에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윤화는 어느 날 급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는다. 비트 코인으로 전 재산을 날린 아들과 학업은 뒷전인 채 서울로의 탈출만 꿈꾸는 딸. 그리고 ‘남편 잡아먹은 여자’라 욕하며 땅을 빼앗으려는 친척들까지.. 각자가 직면한 자신들의 고통 때문에 서로를 배려할 수가 없는 가족. 우리 가족은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 끝은 과연 무엇일까?

 

윤화는 억척같이 살아갑니다. 남편이 죽고 20년, (남편 동료들의 도움으로 조선소에 입사해) 여자라고는 보기 힘든 분야에서 홍일점으로 죽을힘을 다합니다. 그녀의 직업은 바로 용접공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회사는 퇴사를 권합니다. 시스템상 순번이라며. 

윤화는 모질게 버텨왔던 삶에 잔재하는 것들에 낙담합니다. 코인으로 집을 담보 잡힌, 그것도 모자라 섣부르게 선배를 믿고 투자해 날려버린 아들과 아직 고등학생인 딸이 있을 따름입니다. 뒤집어 보면 남은 게 없는 인생이라는 뜻이 됩니다. 여기에 '남편 잡아먹은 여자'라는 구실로 무시하기 바쁜 친척들이 남편의 제사를 빌미로 들이닥칩니다. 

그날, 같은 팀원들은 조선소에서 늙은 오징어를 낚습니다. 이를 빌미로 회식을 하자고 윤화에게도 권합니다. 드세게 살며 남자처럼 변해버린 윤화는, 20년 전에 죽었음에도 자신을 형수라고 부르는 팀원들에게, 제사라는 말로 일갈합니다. 

 

윤화의 분기탱천은, 이후 발발합니다. 아들로 인해, 친척들로 인해, 회사로 인해. 

 

아마 영화를 보는 많은 분들은, 공감하거나 또 자문하거나 하는 지점이 생겨납니다. 회사가 나에게 해고 통보를 하면 어떻게 될까? 나도 윤화처럼 소위 진상 짓을 하며 일하겠다고 버틸까? 아니라면 깔끔하게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을까, 라는. 

아마도 진상 짓을 하겠다, 라는 쪽은 소위 자신의 인생을 또 열정을 바친 분들일 겁니다. 그렇다고 깔끔하게 그만두는 분이 그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뿌리 박힌 것을 조금 더 쉽게 털어낼 수 있는 위치와 환경이 아닐까. 

영화 속 윤화는, 그 어느 것도 쉽게 떨쳐낼 수가 없는 위치입니다. 남편과 살았던 집은 담보 잡힌 상태, 딸은 서울로만 가려들고, 아들은 무직에 일확천금이나 노리고 있으니. 

 

해법이 생겨날까요? 

 

이를 정기혁 감독은, 울산이라는 지역과 자신만 알고 가졌을 깜냥으로 풀어갑니다. 그 속에서 배우 김금순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피눈물 흐를 것 같은 삶을 찰떡같이 연기해 냅니다. 회사가 전부라고 믿고, 그것밖에는 호구지책이 없던 윤화에게 '해고'는 인생의 버팀목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인생의 실패와 다름없을 겁니다. 남편이 죽었어도 일을 할 수 있기에 살아갈 수 있었고, 아들이 사고를 쳐도 일을 할 수 있기에 버텨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그녀에게 해고, 라는 청천벽력이 가해지자 그녀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사람처럼 발악합니다. 그 발악에 공감하고 그로 인해 마음 저린 관객은 한둘이 아니었을 듯합니다. 

 

마치 켄 로치의 영화를 보는 듯했답니다. 감독 정기혁이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갈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하나는, <울산의 별>은 켄 로치에도 뒤지지않는 페이소스를 담은 영화라는 겁니다. 

 

비록 모든 영화적 진행 상황이 거의 끝에 다다라 OTT에 공개되고 있습니다만, 어디서든 또 어떻게든 괜찮은 영화다, 좋은 영화다, 라고 평가할 수 있는 영화라는 겁니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한, 정말 죽을힘을 다한 김금순의 연기 역시 박수 받아 마땅했습니다. 비록 뒤늦게 이 영화를 보고, 또 영화에 대한 선입견으로 관람의 기회 역시 양도했더랬지만, 지금에라도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며 이런 말씀도 던져보게 됩니다. 우리는 영화 속 윤화처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네, 물론 제 답은 네, 입니다. 다만 영화 속 윤화 같은 상황이 가급적이면 아무에게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게 된다는 거지요. 늙은 오징어와 낡은 자전거로 상징될 윤화는,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아직 나아갈 곳을 찾지 않은 채 마무리되니까요. 윤화가 앞으로 나가기를 엔딩타이틀 이후에도 바라게 되더이다. 앞서 언급한 질문처럼, 윤화의 삶은, 보통의 우리네 삶이기 때문입니다. 

 

잘 살아라 윤화, 그리고 김금순 배우님도!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6

  • 오다기리죠
    오다기리죠

  • c2

  • 이상건
  • 吉君
    吉君
  • Robo_cop
    Robo_cop
  • golgo
    golgo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선뜻 보기 힘든 영화 같지만 용기를 내보겠습니다.

12:38
24.04.19.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Robo_cop
정말 켄 로치 영화 같았어요. 쉽지 않은 영화이겠지만 마음에 감기는 감정은 분명했답니다.
12:43
24.04.19.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이상건
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15:59
24.04.19.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디피컬트] / [도뷔시]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3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09:43 823
공지 '드림 시나리오'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29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09:31 2198
HOT ‘히트맨’ 뉴 포스터 1 NeoSun NeoSun 3시간 전23:55 614
HOT 2024년 5월 13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3시간 전00:01 723
HOT 케이트 블란쳇, 곧 기예르모 델 토로 차기작 출연예정 2 NeoSun NeoSun 3시간 전23:28 487
HOT 영화 맞추기 게임 2 Sonachine Sonachine 3시간 전23:35 395
HOT (DCU)크리스 프렛, 자신은 스타로드로 돌아올 것이며 제임스... 2 applejuice applejuice 4시간 전23:00 784
HOT 오늘밤 세계에서 일본판 블루레이 디자인 정발이랑 비슷하게... 1 카스미팬S 4시간 전22:03 258
HOT 콜린 파렐 주연, 넷플릭스 도박 영화에 틸다 스윈튼 출연 2 카란 카란 5시간 전21:18 690
HOT 이게.... 포스터? 개인적으로 꼽는 최악의 포스터들 7 스누P 5시간 전21:25 2596
HOT 부츠 페티시 슈퍼맨 7 시작 시작 7시간 전19:34 889
HOT 수지, 탕웨이 5 totalrecall 6시간 전20:24 1652
HOT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미학 3 Sonachine Sonachine 7시간 전20:02 668
HOT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의 미학 2 Sonachine Sonachine 7시간 전19:53 492
HOT 6월 공개 기대작 미드들 4 시작 시작 7시간 전19:09 1422
HOT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마이클 잭슨의 <BAD> 뮤... 8 카란 카란 8시간 전18:28 1452
HOT 애니의 거장 미야자키 감독의 아들 “그사람 은퇴 생각 없어요” 7 시작 시작 8시간 전18:21 1555
HOT 트와이스 다현, 단숨에 주연까지...영화 '그 시절, 우... 4 시작 시작 8시간 전18:15 2607
HOT 지브리 미야자키 하야오 해외 스틸북 컬렉션 실물샷 모음 4 NeoSun NeoSun 9시간 전17:15 778
HOT 일본 주말 박스 오피스 랭킹 TOP10 및 성적 정리 (5/10~5/12) 7 카란 카란 9시간 전17:10 473
HOT 일본 저명인들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 평 7 카란 카란 11시간 전15:44 1440
HOT 세키가하라 (2017) 과거 일본 고전기 걸작과 비교해 손색이 ... 11 BillEvans 14시간 전12:31 1206
1136314
image
Joopiter 53분 전02:09 98
1136313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00:01 723
1136312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23:59 180
1136311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23:55 614
1136310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23:44 229
1136309
image
Sonachine Sonachine 3시간 전23:35 395
113630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23:28 487
1136307
image
applejuice applejuice 4시간 전23:00 784
1136306
image
필름사랑 필름사랑 4시간 전22:15 255
1136305
image
카스미팬S 4시간 전22:03 258
1136304
image
스누P 5시간 전21:25 2596
1136303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21:18 690
1136302
image
totalrecall 6시간 전20:24 1652
113630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20:03 506
1136300
image
Sonachine Sonachine 7시간 전20:02 668
1136299
image
Sonachine Sonachine 7시간 전19:53 492
1136298
image
Sonachine Sonachine 7시간 전19:46 350
1136297
image
시작 시작 7시간 전19:34 889
1136296
image
e260 e260 7시간 전19:25 433
1136295
image
e260 e260 7시간 전19:25 357
1136294
image
e260 e260 7시간 전19:24 439
1136293
image
시작 시작 7시간 전19:09 1422
1136292
image
카란 카란 8시간 전18:54 528
113629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8시간 전18:40 592
1136290
image
카란 카란 8시간 전18:28 1452
1136289
image
시작 시작 8시간 전18:21 1555
1136288
normal
카스미팬S 8시간 전18:17 302
1136287
image
시작 시작 8시간 전18:15 2607
113628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8시간 전18:09 322
1136285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8시간 전18:07 203
1136284
normal
익무힛댓 8시간 전18:03 267
1136283
image
김치국물 9시간 전17:56 587
1136282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17:55 263
1136281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17:41 591
1136280
normal
吉君 吉君 9시간 전17:25 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