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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를 보고

도삐 도삐
2223 6 4

Oppenheimer by C...

Oppenheimer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개봉 연도: 2023년

러닝타임: 3시간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뒤늦게 봤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개발한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그에 대한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놀란의 영화들이 대부분 뛰어나긴 하지만 이번 영화는 여러 면에서 역대급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의 훌륭한 부분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연출

이전까지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다른 영화들도 연출이 뛰어났지만 연출보다는 플롯이 더 돋보인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펜하이머>는 전보다 연출이 훨씬 세련되어졌습니다. 관객들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놀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새로운 시도를 함과 동시에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고 실력을 마음껏 발휘한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이로 인해 호불호가 생기긴 했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놀란의 전작들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의 플롯도 다른 상업영화들과는 상당히 다른 구성을 띠고 있습니다. 영화의 2/3 부분, 트리니티 실험이 나오는 장면을 기준으로 이전의 2시간은 오펜하이머의 성장과 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며 원자폭탄을 개발하게 되는 과정을, 이후의 1시간은 원폭 개발 성공 이후, 즉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이후 자신의 연구가 불러온 결과에 죄책감을 느끼는 오펜하이머의 몰락과 정신적 붕괴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객이 기대한 것과는 기승전결이 완전히 다르고, 잠깐의 클라이맥스 이후 감정적으로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영화가 지루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전기영화로서의 이러한 구성이 오펜하이머가 당시에 느꼈을 감정과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에 관객이 더 잘 이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참신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물의 심리를 대놓고 시각적 요소로 전달하는 연출은 놀란의 작품에서 처음 접하는 것 같네요.

 

2. 연기

출연진이 공개됐을 때부터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모든 배우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뛰어난 연기를 선보입니다. 놀란의 페르소나였지만 항상 조연에 그치던 킬리언 머피는 이번에는 아예 주인공으로서 오펜하이머의 심리를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게 표현했습니다. 또 인상 깊었던 배우는 다름 아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로, 아이언맨으로만 유명하던 이미지를 스트로스 역으로 한번에 탈피하고 결국 아카데미상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두 명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배우들도 자연스럽고 밸런스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이들의 연기가 어우러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엄청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트루먼, 아인슈타인, 파인만 같은 인물들이 등장할 때도 되게 재미있었고요.

 

3. 촬영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로는 촬영이 있습니다. 이제는 거장의 위치에 있는 호이트 반 호이테마가 촬영을 맡았는데, 놀란의 발전한 연출과 더불어 관객에게 압도적인 전율을 선사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과는 <인터스텔라> 때부터 함께 작업해 오고 있는데 둘의 케미(?)가 이번 영화에서 정점을 찍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촬영 방식의 차이만으로 인물의 심리가 느껴지도록 하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구도뿐만 아니라 색감도 굉장히 강렬하고 인상적입니다. 아이맥스로 봐야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도 하는데,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없었던 게 아쉽네요.

 

4. 음악

음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스 짐머가 <듄> 시리즈의 OST를 만들기 위해 잠시 놀란을 떠나고 스웨덴 출신의 루드비히 고란손이 <테넷>부터 작곡을 맡았는데, 한스 짐머 못지않게 뛰어난 사운드트랙이 탄생했습니다. 바이올린을 이용한 음악이 장면에 따라 다른 분위기로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관객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음악 자체가 원자폭탄의 폭발을 청각화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각 인물들의 심리를 나타내며,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표현하는 데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 느껴집니다.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히는데, 어쨌든 영화 속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음악인 것 같습니다.

 

이 정도가 제가 생각한 <오펜하이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이 영화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기대한 것과 달리 3시간이나 되는 영화가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트리니티 실험 장면은 실제 촬영을 고집함으로 인해 예상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서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했고요.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연출이나 전개 방식 면에서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못 만든 영화는 절대 아니며,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한 사람의 삶, 그의 업적과 고뇌를 조명하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력, 필력도 정점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꼭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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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조리있고 정성 가득한 리뷰로군요. 영화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13:18
24.04.26.
profile image 2등

로다쥬는 아이언맨에서 세계관 최고의 두뇌를 가진 엄친아 과학자를 연기하더니 오펜하이머에서는 1인자애게 열폭하는 2인자를 연기하더군요. 마블 시절 로다쥬에 대한 놀란 감독의 조크처럼 느껴졌던 부분이었습니다.

로다쥬가 아이언맨 이후 맡았던 닥터 둘리틀이나 셜록 홈즈같은 역은 안맞는 옷을 억지로 입은 느낌이었는데 스트로스는 음험하면서도 동시에 격조가 있는, 분명 악역인데도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가는 그런 복잡다단한 인간이라 로다쥬에게 꼭 맞는 옷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5:19
24.04.26.
profile image 3등

리뷰 잘봤습니다. 놀란 차기작은 또 어떤 소재 다룰지 궁금해요

16:35
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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