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난생 처음 한 영화 상영회
안녕하세요,
저는 80년대 생으로 어린 시절을 헐리우드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었던 시대에 보냈고,
영화음악을 즐겨듣고 영화 잡지, 그리고 영화관련 방송들을 보면서 꿈을 키웠습니다.
한때는 영화 감독이 되고 싶다고 꿈꾼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삶은 전혀 다른 식으로 흘러갔고, 그런 어린 시절의 꿈은 그냥 추억정도로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이 40이 넘어, 제가 경험하리라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었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기던 아들이 납치 되는 문제에 엮였고, 가정 문제였던 이 일은 이내 법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결국 형사적인 문제가 되었다가, 급기야는 미국정부와 맺은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 협약 불이행이라는 문제로 인해 외교적인 문제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헤이그 아동탈취 협약 불이행" 사건 중 가장 장기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있는 제 아들입니다.
이 게시판에도 올린 적이 있었지만, 저는 이 일을 겪으면서 많은 분들이 논리적으로 기사를 써주시는 한편, "실화탐사대" 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저의 고충과 괴로움을 감정적으로도 잘 전달해 주는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사회의 법과 규범이 잘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그 가장 큰 피해는 아이에게 돌아갑니다.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로서 굉장한 불의가 아닐 수 없으며, 이 이야기를 세상에 꼭 해야된다는 일념으로 얼떨결에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IMDB 에 오른 제 작품]
특별히 액션이 넘치는 영화도 아니고 미학적으로 뛰어난 영화도 아니지만,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게 되었는데, 그것은 법이 있어도 소용이 없고, 부모와 황당하게 생이별 당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비평가들에게는 들어본적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였고, 더군다나 그것이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데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주 시애틀 중심가에서 제 단편 영화 "아빠가 기억나니? (Do You Remember Dad?)" 의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정부 관계자 분을 포함하여 정말 많은 분들이 와 주셨고, 많은 분들이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는지 놀라워하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도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것은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인들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한국 시민들은 저를 지지해 주었다. 라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이것은 정부 (정권과 관계없이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에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입니다) 와 법원 등 리더십의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그저 사랑하고 영상으로 전달되는 스토리의 특별함에 매료되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제가 이런 일을 인생에서 겪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그런 일로 영화를 만든다거나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 작품을 통해 영상이 가진 영향력과 특별함,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과 교감할 수 있는 그 파워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상영이후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
그리고 한국에 계신 수많은 비슷한 피해 부모들... 자기 아이에 대한 양육권이나 면접교섭권을 법원에서 부여 받고 나서도 아이를 만날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가운데 아이가 학대받거나 살해당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분들은 저에게 많은 힘을 보태주시면서,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상이 국제사회에 알려져 아이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언젠가 이렇게 해서 한국 정부가 변화하고 진정 아이를 위하고 아이가 사랑하는 부모와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국제 협약을 지켜서 대한민국 정부가 더이상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는 그날이 온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을 한 것이라고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상영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는 모습]
그동안 용기를 북돋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시애틀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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