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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왜 실패했을까?

엄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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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는 쎈 영화입니다. 

피와 섹스로 시작해 거대한 피 웅덩이로 끝맺는 아수라의 이야기는 

한 순간도 서정적인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인물들을 

고난으로 몰아부치는 강렬한 서사를 가지고 있죠. 

신세계나 내부자들 따위의 한국형 하드보일드 범죄 영화가 

나름의 발자국을 남긴 덕에 아수라는 개봉 전부터 

무시무시한 남성마초영화가 또 나오려나? 하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어요. 

결과는..? 절반의 성공입니다. 

평론가들의 평점도 그럭저럭이고 일반 관람객의 평가는 박하죠. 

이쯤되면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대체 이 영화,

어땠길래 이런 이야기를 듣는 걸까요? 직접 확인할 수 밖에요.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부패형사 한도경이란 자식이 있어요. 

시한부 인생의 마누라를 돌보는 입장인데 이 여자의 

이복오빠가 부패 끝판왕급의 악덕시장 박성배네요. 

박성배의 뇌물수수건으로 불리한 증언을 하기로 되어 있던 

증인을 강제로 입막음 하며 문을 여는 영화는 하필 그 작전에 

투입되었던 정보원 작대기가 약 먹고 폭주하는 사이 도경이 

사고로 반장을 골로 보내며 본격적인 아수라장으로 입장합니다. 

어떻게든 박성배를 잡고 싶은 검찰측이 무대포같은 김차인 검사를

도경에게 붙이면서 이야기에 불도 활활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충격을 주길 바랐다고 합니다. 

그와 더불어 지옥같은 현실, 뻔뻔한 정치인들을 언급했죠. 

인터뷰를 가이드 삼아 영화를 소화하면 어느정도의 

길이 보입니다. 이 영화가 애초에 가지고 있던 방향이랄까요? 

아마도 감독님은 이 영화가 처절한 현실을 반영하며 

반성하지 않는 권력과 그 주변 부패해가는 생태계를 비난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모두가 악하지만 초월적인 절대악으로 

설정된 정치인 박성배가 거의 무적의 절대악으로 묘사되는 것이 

감독의 가장 큰 의도라고 해석될 수 있단 얘기죠. 

박성배는 거의 영화 속 세계관에서 무적급의 페이스를 보여줍니다. 

엥간한 고난에는 붕괴하지 않고 사법부와 자본권력을 폭력으로 

무조건 다스리는 악마같은 존재지요. 어? 이상합니다. 

이렇게나 강력한 악인이 등장하는 범죄영화가 거부감이 드는 이유. 

그건 흐지부지한 도경의 위치와 과하게 강력한 성배의 설정 때문입니다. 

 

일단 성배를 볼까요?

이 치는 대체 어떤 과거를 밟고 올라왔는지 모르지만 

일단 죄의식도 없고 겁도 없으며 무너질거란 불안감도 없습니다. 

감독이 그린 나쁘면서 뻔뻔한 정치인의 포지션인 그는 

현실적이라기보단 비유에 가까운 존재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우화 속 악당처럼 밑도 끝도 없이 

악하고 강력한 그는 황정민의 끓어오르는 에너제틱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을 찢고 현실로 뛰쳐 나오진 못합니다. 

전형적인 악을 위한 악으로 박제된 그는 

현실을 뛰어넘는 권능을 발휘해 악행을 저질러요. 

일개 기업형 조폭의 머리는 물론, 깡따구 있는 검사도 

손 쉽게 살해 목록에 올리거든요. 

이쯤 되면 일개 시장의 권력을 손 쉽게 돌파한 입장인데 

영화 속 배경은 창작한 공간이긴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랑 너무 닮았죠. 

한 마디로 아무리 봐도 고담시로 보이진 않는단 겁니다. 

그러니까 이상해요. 분명 실존하는 권력을 노리고 만든 판인 거 

알겠고, 공간도 현시대성 위에 펼펴졌는데, 악당이 볼드모트란 말이죠. 

이러면 영화가 환타지의 공간으로 넘어갑니다. 

그 때부턴 이 캐릭터가 아무리 미친 짓을 해도 그저 

이야기 속의 과장으로 밖에 안 느껴져요. 

실제 정치인들의 검은 속내가 아니라 머릿속에 '나는 악인'

이라고 입력된 로봇처럼 보인단 말이죠. 

그러다보니 이 영화는 손에 들고 출발한 근사한 무기를 하나 

못쓰게 됩니다. 잔혹한 범죄 드라마가 가지는 동시대성이요. 

 

이 와중에 한도경을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냉정히 말해 이 영화의 가장 큰 실패는 한도경입니다. 

연기 못 하는 정우성? 물론 문제죠. 하지만 그보다 시급한 건 

관객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인가? 하는 겁니다. 

 

한도경은 이야기에 완전히 진입하기 전에 이미 

극심하게 부패한 인물입니다. 천만다행으로 이런 인간이 

극이 진행함에 따라 (공공의 적처럼) 관객에게 훈수를 두진 않습니다만

여전히 재수없고 무능하긴 하죠. 정서적 완충작용인 그의 시한부 

마누라가 별 다른 효과 없이 소모됨에 따라 그는 극이 진행되어도 

여전히 무능하고 재수없을 뿐이에요. 그런데도 카메라는 꾸준히 

그의 장서를 훑습니다. 올드하죠. 

그 뿐인가요? 별관심없는 그의 심정을 빼곡히 나레이션으로 

꽂아주는데다가 클라이막스에선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그에게 

카메라가 자꾸 돌아가서 호흡을 다 끊어먹어요. 

이쯤되면 이 영화의 진정한 악당은 이 양반이군요. 

 

정리하자면 이 영화의 단점은 바로 이 두가지. 

평면적이고 비현실적으로 강력한 악당과 

매력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의 대립이

우화로도, 환타지로도 느껴지지 않는단 겁니다.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던 감독의 욕망은 흩날리고 

뒷골목에 현미경을 들이댄 듯한 미장센은 아동극의 탈처럼 

과장되게 느껴져요. 변수라고 생각한 김차인은 

그저 허세 빵빵한 개저씨에 불과했고 문선모는 딱 예상한 기능까지만 

작동합니다. 왜 이 영화가 내부자들처럼 호응을 못 불러 일으키냐고요? 

어설프고 수습 못했지만 그래도 현실감은 있던 내부자들과 달리 

이 영화는 염세적 시선의 꼰대가 거짓말 섞어 잔소리 하는 거 같거든요. 

아무리 쎄게 말해도 속으론 '뻥까네' 하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영화속에서만 존재하는 아저씨 욕도 아무 감흥이 없고요. 

 

영화는 한 없이 부담스런 아저씨 스러움이 넘치지만 

황정민과 곽도원의 연기는 여전히 볼 만 하고 

카 체이싱 장면에서 볼 수 있듯 한국 대중영화의 기술적 발전

또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시대착오적일 순 있어도 

숨겨진 악의를 가진 영화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에 대한 쾌락적 즐거움을 기반으로 한 호의 또한 그렇지요. 

저는 그저 좋은 판에 좋은 선수들이 모여 아쉬운 이야기를 한 것이 

아까울 뿐이며 황정민의 이미지가 슬슬 소모쪽으로 기우는 판국에 

이를 가속화할 영화가 나온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네, 저는 이 영화로 아수라판을 봤어요. 

그런데 고작 그렇게 수습할 이야기였나요? 

제대로 된 교훈도, 적나라한 거울도, 즐거운 이야깃꺼리도 

되지 못한 아수라의 수습판은 너무나 씁쓸한 입맛을 남깁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단점입니다. 

 

 

+ 모두 다 악인! 이라기엔 검사 아래 수사관들은 대체 뭔... 

++ 정우성의 문제는 상상력이 짧다는 겁니다. 

+++ 황정민의 문제는 그를 대하는 감독들의 상상력이 짧다는 것. 

++++ 곽도원 캐릭터 아까워요. 그게 뭐야 수습도 못하고.. 

 

 

 

 

엄첼
22 Lv. 44759/476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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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리뷰 잘 봤습니다~ 환부를 예리하게 도려내시는군요 ㅎㅎ

18:36
16.09.29.
2등
그러게요 시나리오 좀 더 개연성 부분에서 고민했어야 했지 싶네요 장례식장에서 마지막으로 다 모이게 만든것부터 감점이지 싶네요 그냥 문상만 간단히 하고 다른 바쁜 일정으로 가버렸다면 어쩔 생각이었을까요
21:36
16.09.29.
3등

저만 정우성의 캐릭터가 답답했던게 아니었군요. 어째 일을 더 꼬이게만 만드는지...

01:17
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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