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요즘 뜸했지만 이 영화 본 이야기는 해야겠네요..
방금 보고 돌아왔습니다..
이 영화는 무조건 꼭 봐야할 이유가 있었죠..
1987년 당시 대학교 4학년 이었습니다.
다시말해 그 격변의 시기 한 가운데 있었던 사람인 거죠...
영화를 보면서.. 다들 정말 저랬을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들 하시게 될 텐데...
영화는 스토리와 드라마를 따라가다 보니 단편적인 면만 보였지만 현실은 더 광범위하고 심각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솔직히 영화라는 한계 때문에 현실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단순히 박종철군이 사망하고 이한열군이 죽어서... 그런 사태가 촉발된 것 만은 아닌거죠..
너무나 오랜기간 목숨을 걸고 저항을 해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진 이들도 있고.. 군대로 끌려간 이들도 있고...
사라져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과 사건들이 더 많습니다.
영화보고 나오는데 어떤 젊은이가 그래도 전두환이 통치는 잘하지 않았냐? 라고 하는데...
한 대 칠뻔 했습니다... (칠껄 그랬나...?)
당시 어느 정도였나 하면... 같은 과 친구들 끼리 학교근처 막걸리 집에서
우리끼리 학교이야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는데..
다음날 학과장에서 공안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제 당신과의 누구 누구가 술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조심시키라고...
그 정도로 사방에 감시와 통제가 심했던 시절입니다.
대학은 일주일 내내 데모가 일상이었고...
캠퍼스의 잔디밭에는 최루가스가 쌓여있어 앉아 쉴 수 조차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 어떻게 끝이 났는지 알기에 회상하면서 저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당시에는 당장 지금 이후가 어떻게 될지 죽을지 살지, 어디로 끌려가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다들 시대에 저항을 해왔었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운동권 분들 대단히 용감했습니다.
영화에서 처럼 대학의 동아리모임 같은데서 진짜 광주사태 비디오도 처음 접해봤었구요..
영화를 보면서... 대단히 훌륭하게 재현을 하기는 했지만...
그 시대에 대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어린시절을 보냈을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훌륭하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안쓰럽더군요...
아무리 되새김질해서 공감을 하고 재연을 하더라도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것...
바로 경험에서 오는 공포와 절망감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겠지요...
최루가스의 냄새가 어떤 것인지도 모를 요즘의 젊은 분들도 많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그대들이 무시하는 아버지 세대가 얼마나 어려운 시대를 견뎌내 왔었는지..
그리고 영화 보다 몇 십배는 길고 암담했던 당시의 저항정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영화 초반에 당시 사회분위기를 조금 더 깔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쵸~~~큼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루가스 옆에서 터져도 할말 다하며 연기하던데...
진짜 당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눈물만 나는 게 아니라 너무 아픕니다...
그냥 살려고 발버둥 칠 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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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저는 시를 쓰고 있었을 때라 그때 썼던 시가 한편 남아있습니다.
워키토키를 든 경찰들이 겹겹으로 둘러싼 캠퍼스에서
무력한 자신에 대한 의식을 은유적으로 적은 시입니다.
영화 덕분에 이 시를 다시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네요...
- 워키토키 속의 풀벌레 -
김 기 산(필명)
그들의 혼곤함을
말하지 말고
그들의 의식됨을
행하지 말고
너는 너른 양지녁
꽃불 피우는 의식 다투어
곱게 나는
한마리
벌레
풀벌레
다툼도 없고
편견도 없어
풀풀이 나르는
혼곤한 의식의 잠
아무것도
말하지 말고
아무것도
의지하지 말고
아무것도 아닌 너는
한마리
벌레
풀벌레
(1987년 6.29 선언 며칠전 대학 캠퍼스에서...)
비엔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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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그런 말을 뱉을 수 있는
오늘이 있는
이유가 영화에 나오건만...
전두환 시대.. 저는 당시에 어렸지만 그때가 얼마나 살벌했는지 기억이 생생해요.
그런 분들을 위로하고 감사를 전하는 영화입니다.
지금 연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