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누가 극본을 손봤더라면(스포)
오랜만에 상영관 인테리어를 구경하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초반부는 쓸데없이 늘어지는 데다가 중요한 정보는 반전이라고 생각했는지 죄다 뒤로 넘긴 바람에 조민수 씨는 입에 모터 단 듯 대사를 줄줄 쏟아내야 했습니다.
감독이 생각하는 마녀, 혹은 최강의 인간병기는 헤살거리면서 쓸데없이 피칠갑을 하는 이미지인가 봅니다. 다들 피가 모자란지 얼굴이며 손에 피를 묻히고 다니기 바쁩니다.
액션씬도 차례차례 죽어야 하는 순서대로 착실히 죽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가 큐 사인받고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촬영현장에서는 그렇겠죠. 하지만 그건 영상으로는 표현되면 안됩니다. 왜 그로기 상태에 몰아넣고 딴데 한눈 파는 짓을 고도의 인간병기들이 하고 있나요? 그거야말로 실패작임을 반증하는 거 아닙니까?
킬빌의 고고 유바리를 카피한 악당은 캣우먼의 능력도 가졌는지 죽지도 않고 또 왔...또 살아납니다. 특수요원들은 머리를 맞추라는데 그거 하나 못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말한 박희순 씨도 그러지 않는...아니 못하는 건가?
설정이 꼬였습니다. 염력도 쓰는데 총도 씁니다. 각성한 네오 아니면 피에 환장한 원더우먼이 감독이 꿈꾸는 유전자 조작 암살자인가 봅니다. 뭔가 무적처럼 싸우지만 머리에 총맞으면 또 맥없이 끝납니다.
무엇보다 감독이 반전이라고 짜놓은 건 조금만 생각하면 말이 안됩니다. 자신이 추적을 피해 숨은 사이에 박사가 어디까지 연구를 진행할 줄 알고 기다린답니까?
그리고 문제의 최강병기를 잡았으면 머리부터 갈라야지 왜 증상을 억제하는 약을 줘버립니까? 부모를 잡고 협상하는 것도 아니고 옛다, 이제부터 칼춤 춰라 판 깔아줍니다. 그러려고 십년을 찾아다닌 건가요? 다분히 전개를 위한 전개에 불과합니다.
최근에 감독이 자기 극본으로 영화를 하면 대개가 비슷한 문제에 봉착합니다. 자기 극본에 심취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다 집어넣어야 한다는 강박감 같은게 보입니다. 나르시시즘은 버리시고 다음에는 각색을 맡기시길 바랍니다.
ps. 오랜만에 들러서 글 썼는데, 쓰다보니 왜 여기 감상기를 썼는지 깜빡했습니다. 게임 둠 관련 소식을 봤는데, 마녀의 인물들이 맨몸인데도 프레이터 수트를 입은 둠가이 같이 적들을 박살내는게 떠올라서 여기 온 거였습니다. 근데 둠가이는 쾌감을 주지만 마녀는 불쾌감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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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일본 만화같은 설정, 킬빌 고고 유바리 진짜.. =_=; 왜 꼭 한명은 여자고, 그것도 검은 생머리고, 비아냥대(고싶어하는) 대사하며.. 입에 물은 사탕은 또.. 휴 ..
싼마이 느낌 낭낭...너무오글거렸어요
gv보고왔는데 후속작들이 나오면 좀 정리될거 같아요.
전 캡틴아메리카 악한 버전 같다는 생각만 들었네요ㅋㅋㅋ
저도 극본 면에선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님 글에 공감하는 점도 있습니다.
다만 영화 중간 내용을 까먹고 잘못 비판하는 부분이 보여 댓글 답니다.
1. 박희순은 당연히 머리를 안 맞추죠. 자기 몸 상태가 망가져 가는데, 그걸 치료할 열쇠가 구자윤 뇌에 있다고 했죠. 그래서 뇌는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2. 반전의 경우, 구자윤이 기다렸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구자윤은 자기 나름대로 살 방법을 계속 찾았죠. 하지만 실패했고 결국 죽음 한달전인 상황까지 내몰립니다. 이에 더는 방법이 없으니, 리스크를 감수하고 조민수네 회사로 잡혀들어간겁니다.
3. “문제의 최강병기를 잡았으면 머리부터 갈라야지 왜 증상을 억제하는 약을 줘버립니까?”라고 쓰셨는데, 이것도 영화 중간 장면을 까먹으시고 한 말이네요. 앞에서 "A급 아이라서 죽이는건 아깝고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박훈정 감독이 다음에는 각색을 맡기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사나 극본에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다만 영화 내용상 잘못된 비판이 보여 댓글 달았습니다.
(이외 염력 쓰는데 총도 쓰는건 설정이 꼬였다고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당연히 그럴 수 있죠. 염력 쓴다고 총처럼 바로 죽이진 못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