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넥스트(You`re Next, 2013)
감독: 애덤 윈가드
각본: 사이먼 바렛 / 촬영: 애덤 윈가드
출연: 샤니 빈슨, AJ 보웬, 조 스완버그, 타이 웨스트
제작: 사이몬 바렛, 키스 칼더
늦은 밤에 한 커플이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보인다. 할 일을 마친 남자는 샤워를 하러 가고, (충분한 만족을 느끼지 못한 체)여자는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여자는 불길한 예감과 마주한다. 집 안 어딘가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리고 카메라는 집 밖으로 나와서 위협적인 가면을 쓴 범죄자와 그들의 집을 함께 노출시킴으로서, 그들이 “갇혀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응당 치러야 할 장르적 의식을 이유 없이 3분정도 미룬다. 그렇게 의식을 미루던 영화는 희생자들이 살해당하는 모습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본 이야기로 넘어간다.
위에 상세히 복기해 놓았듯이 <유아 넥스트>는 95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치고 좀 긴 오프닝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장르적인 쾌감을 노골적으로 외면한 이 오프닝은 앞으로 영화가 보여줄 방식을 암시할 것 같은 행세를 한다. <유 아 넥스트>는 철저하게 장르의 외형 안에서 움직이지만, 결코 장르적이지 않다. 오프닝에 나오듯이 영화의 장르는 가택침입장르이며, 장르적인 쾌감은 별로 소비되지 않는다. 다만, 장르에서 찾을 수 있는 전형적인 플롯과 서스펜스는 있다. 이 정도면 관객도 어느 정도 감은 잡힌다. “아, 이 영화는 감독이 장르를 비틀면서 장난 좀 치고 싶은 영화겠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가택침입장르에서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장르적 카타르시스는 신체훼손에 수반된 스펙터클과 한정된 공간에서 벌이는 숨바꼭질이 주는 서스펜스 등이 있다. <유아 넥스트>는 그런 장르적 기대에 부흥하는 영화이긴 하다. 마셰티로 목을 날리고, 사람을 바닥에 넘어뜨리고서는 골프 치듯, 도끼를 머리에 박는다. 믹서기는 사람의 머리통을 가는 용도로 사용되며, 부비트랩과 매력적인 가면을 쓴 가해자도 등장한다. 집 안이 숨긴 음모는 반전의 기능을 하고 있고, 사람들은 숨겼던 본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적인 기대들에 부흥하는 장치가 향하고 있는 곳은 좀 다른 곳이다. 가면을 쓴 가해자는 미지의 인물이 아니며, 싸이코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명확한 동기가 있다. 숨겨진 본능은 정서적 충격보다 코미디에 일조하고 있으며, 공들여 설치한 부비트랩은 영화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존재한다.
<유아 넥스트>가 참신한 점은 장르를 비틀어 새로운 영역에 대한 탐구를 했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지 않다. 그러한 영화는 가까이는 벤 휘틀리나 리 하드캐슬같은 사람들이 탐구하고 있으며, 멀리는 웨스 크레이븐, 샘 레이미와 같은 거장들이 있다. 이제 단순히 장르는 비트는 시도 자체는 더 이상 참신할 수 없는 것이다. <유아 넥스트>가 기존의 영화들에 비해서 더 참신하게 느껴지는 것은 탈관습적인 기능들로 씨네필리를 창조하는 특정장르 팬의 태도를 끌어안지 않고, 오히려 보여줘야 할 대상들은 보여주고 그것이 향하는 지점을 씨네필리에 두지 않았다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 <유아 넥스트>의 탈관습적인 장르기능은 지극히 장르적인 장면에서 나온다는 것이 이를 근거한다.
<유아 넥스트>의 탈관습적 장르기능은 복잡하고 심오하거나 깊지 않다. 오히려 가벼운 농담에 가깝고, 때때로는 (감독 자신도 지독한 장르 팬이라는 점에서) 철저하게 반성적이며, 자학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영화는 절대 위악을 향해 달리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야 말로 이 영화가 장르 팬의 태도를 끌어안지 않은 채, 장르 팬의 자세를 유지하는 영화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이자, <유아 넥스트>의 가장 가치있는 성취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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