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4시간 35분짜리 영화 관람 후기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그대로 갖고 왔습니다.
경어체가 아니라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0. 일과 나날(시오타니 계곡의 시오지리 다요코의)
[이하 일과 나날]을 관람하고 며칠 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번째로 본 영화는 바로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이 새로
내놓은 다큐멘터리 <시티홀>이다. 러닝타임이 무려 275분이다.
275분은 4시간 35분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러닝타임이 세번째로 긴 영화였으며, 지금까지 극장에서
휴식 시간 없이 관람한 영화 중 러닝타임이 가장 긴 영화이다.
1. <시티홀>은 <일과 나날> 그리고 <미나마타 만다라>와
마찬가지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회 상영되었다.
나는 이 영화를 27일에 관람하였다. 한마디로 막차탄 것이었다.
관람 전날 오후 PC로 예매창을 열어놓고 빈 자리가 생겼는지
수시로 확인하다 갑자기 취소표가 나온 걸 확인했다.
좌석은 맨 뒷쪽열 중간으로 영화 보기 아주 좋은 곳이었다.
나는 별로 망설이지 않고 예매해서 결국 취소표를 잡았다.
역대 부산국제영화제 두번째 관람작을 예매하는 순간이었다.
2. <시티홀>은 보스턴 시청 공무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나는 공무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민원을 처리하는 걸 보면서,
그들은 정말 '프로'라고 생각하였다.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잘 해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당연하여 별거 아니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그런 평범한 모습이
계속 이어지다, 나는 어느 순간 놀라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나는 그러한 모습들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가장 평범한 것은 곧 가장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3. 영화를 관람하다 '민주주의'라는 말이 떠올랐다.
예전에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배웠으나, 실생활에서
적극적으로 써먹을 일이 없으니 반쪽짜리 지식이 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쉽게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티홀>을
관람하지 못한 분들은 나중에 다른 영화제나 기획전에서
본다면 이 얘기를 금방 이해할 것이다.
4. 영화가 끝난 뒤 관객석에서 박수소리가 들렸다.
나도 <시티홀>을 만족스럽게 보아서 같이 박수쳤다.
추후 <시티홀>이 극장에서 다시 상영된다면
그때 한 번 더 보고 싶다.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의 카메라를 보면 ‘공간의 민주주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카메라가 담은 공간을 이루는 것들이 다 공평무사하게 담겨있고 영화는 그 자체로 공간을 그리는 콜라주가 되니까요.
이번 부국제에서 기회가 없어서 보지 못했는데 <시티홀>이 부산에서 상영된다면 꼭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