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SF미스테리 낯선별자리 추천 및 대한 번역의 아쉬움 토로.
애플 TV가 가끔씩 꽤 획기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 애플TV구독을 끊으려다가도 끊을수가 없게 만드는 거 같아요.
워낙 우주 SF장르를 좋아하는지라 삼체가 나오기 전에 애플TV의 낯선 별자리라는 미드를 보게되었는데 꽤 괜찮은 수작이 나온듯 합니다. 양자물리학을 소재로 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지박령들이라면 한두번쯤은 접한 '관측하기 전에는 xx 상태인데 관측을 하면 oo상태로 돌변한 단다던가' 혹은 '물리적으로 저 먼발치에 떨어져 있어도 어느 한쪽의 양자가 변환되면 다른 한쪽의 양자도 동시에 변환된다' 라는 정도의 일종의 양자물리학과 관련된 인터넷에 떠도는 밈(meme)을 알고 있으면 대강 이 드라마의 흐름이 이해가 될 겁니다. 결국 이 드라마의 핵심은 한쪽의 양자가 변환되면 다른쪽의 양자도 변환된다는 것이며 이 부분이 드라마의 핵심 줄기를 이루면서 일종의 멀티버스를 형성하는 드라마의 전개 요소에 핵심이 됩니다.
사실 정말 쉴틈없는 재미를 안겨주느냐? 라고 물으면 그렇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꽤 무겁고 진중하고 미스테리하며 전개 속도는 답답한데, 이런 무게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어떻게든 이어나가려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꽤 좋습니다. 우주라는 배경은 전체 8화 중 2화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각종 미스테리한 사건들로 가득한데, 교차하는 멀티버스의 세계관을 따라가면서 추론을 하다 보면 어느덧 6화가 끝나고 7~8화 사이에 상당히 큰 사건들과 반전들이 가득차면서 시즌2을 자연스럽게 고대하게 만듭니다. SF와 양자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여유로울 때 한번쯤은 봐도 좋을 드라마 같아요.
문제는 번역의 아쉬움이랄까.. 이 드라마의 핵심은 결국 앞서 말한 멀티버스와도 크게 연관이 되는데 이 요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적인 번역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언어적인 표현의 차이를 통해 스토리가 진행되는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번역으로는 하나같이 중요한 단어들이 비슷하게 번역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어느 세계관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인지 알아차리기가 꽤나 어렵습니다. 물론 청각적으로 단어는 다르게 들리기는 하기에 듣다 보다 보면 이해가 가능하긴 하나, 전지적인 제3자 관점인 시청자 입장에서는 전지적이라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중요한 힌트들이 딱딱 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이 중요한 힌트들이 번역의 퀄리티 때문에 비슷하게 번역되어 구분이 잘 되지 않아 스토리를 추론하는데 꽤나 골머리를 앓게 합니다. 인간은 결국에는 시각적인 요소에 크게 의존하는지라 자막이라는 시각적인 요소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번역이 큰 신경을 안 쓴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좀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무튼 삼체를 보고 나서야 2024년에 나온 SF물 중 무엇이 더 괜찮았는지 구분이 되겠지만 낯선별자리는 미스테리함으로 똘똘 뭉친, 꽤 괜찮도록 갑갑함(?)을 느끼게 하는 연출과 양자물리학이란 소재를 이용한 적당한 반전 등으로 나름 집중해서 빠른 시간 내에 볼 수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확실한 건 호불호가 매우 강하게 갈릴 것 같긴 하지만 SF와 양자물리학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나름 소재 풀이를 위하여 노력을 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한줄로 짧게 평하자면 SF판 테넷이라고 할까요?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 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8화에서 떡밥을 모조리 회수하면서 동시에 마지막에 푼 떡밥 때문에 시즌2가 매우 기다려지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삼체에서도 비슷한 설정이 있는 거 같아서요.
번역 관련해서.. 넷플릭스가 이미 한국내 우수 번역가들을 쫙 선점해서 후발주자가 애먹을 거라는 얘길 본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