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 더 네임즈 오브 갓> 리뷰 (스포주의)
1. 테러에 대한 분석이 있었던 영화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생각을 도입해 테러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능한 경찰이 아니라 누구보다 유능한 경찰로 묘사했다. 정보 수집 능력도 누구보다 빨랐다. 늑장대응이라는 느낌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어떤 폭탄인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고민했다. 간부 내 고민하는 장면도 적절하게 보내주지만, 그 고민에 사로잡히는 부분은 없었다. 적어도 테러에 대응하는 경찰의 태도, 테러 장면이 나올 때만큼은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2. 다소 어색한 페미니즘적 분석
필라르는 경찰의 대장이다. 현장 3일차이긴하지만 좋은 결정을 내린다. 결정권자 중 여성은 필라르가 유일하다. 그리고 테러범 대장도 필라르에게 직접 전화하여 여성의 판단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사람이 필라르를 '대장'이라 말하며 따른다. 다른 사람들은 인질을 희생하자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지만 필라르는 인질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인질을 죽이자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것은 남성이다. 그리고 결국 여성의 말의 굴복된다. 나는 스스로 페미니즘적 정서에 굉장히 공감한다. 잘 짜여진 페미니즘 영화는 기분도 좋고 뿌듯하다. 그러나 이런 서사는 원치 않는다. 결정권자 중 인질을 위하는 사람 vs 인질을 죽이자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적인 정서로 나눈 뒤, 말이 안되는 결정을 남자가 하게 하는 전개. 인질을 죽이자는 것은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언론에게 아직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전시회(박물관인가? 아무튼) 그곳에서 그를 봤던 사람들의 진술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경찰과 군인은 인질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훈련을 한다고 한다. 남성들이 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페미니즘적인 흐름이라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필라르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짧게 나온다. 제발 이런 장면은 이제 없어졌으면 좋겠다. 완전 삭제를 해도 전혀 무방한 내용이다. 정말 재미없게 본 최악의 한국 영화 <협상>에도 손예진이 옷 갈아 입는 장면이 나온다. 마치 그런 장면을 스페인 버전으로 본 것 같았다. 굳이 옷을 갈아입는 것이 왜 나와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장면을 넣어놓고 페미니즘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은 다소 모순적인 내용이라 생각한다.
3. 과도한 서사
핵심 내용과 벗어난 불필요한 전개가 많다. 예고편에서 볼 수 있는 내용, 시놉시스에 나오는 내용이 나오기까지 52분이 걸린다. 전체 러닝타임이 100분이 살짝 넘는 것을 보면 불필요한 서사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테러범의 집안 사정, 인질의 집안 사정이 너무 많이 나온다. 테러범과 산티가 이야기하는 장면, 테러범과 산티가 불필요하게 휴게소에 가는 장면, 산티 집안의 이야기까지. 산티 누나가 어떻고 저떻고 등의 이야기는 완전히 빼버려도 이 영화에 몰입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테러 그 자체에 빠져 들어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기만 한다.
답답한 장면도 있다. 산티 행방을 알기 위해 산티의 부인(라우라)와 산티의 아들(라울), 산티의 동료가 나선다. 주유소 CCTV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하고 난 그들. 그러나 라우라는 경찰에 알리는 것을 꺼린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왜?'라는 생각이 들면서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우리 남편이 인질이라는 확실한 영상을 발견했고, 나라는 테러때문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남편의 생사도 모른다. 그러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 남편의 행방을 알아야 한다. 산티의 동료는 경찰에 신고하자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라우라가 거절하는 말은 이렇다. "경찰에 알린다고 그들이 도움이 되나" 무슨 영화 <목격자>에 나올 것 같은 말도 안되는 대사인가.
이 곳은 무정부상태의 국가도 아니다. 나름 정부관료들은 유능하게 나온다. 가족들이 경찰에게 크게 밉보인적도 없다. 경찰로 피해를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황당하고 멍청한 판단을 하는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고민은 짧게 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애초에 이런 고민 장면 자체가 불필요했다. 경찰에 신고할까말까에 관한 고민도 불필요한 서사 중 하나였다.
4. 매력없던 테러범
굳이 왜 마드리드 광장에 가라고 했을까. 왜 죽이지 않고 무고한 피해자에게 폭탄 조끼를 입혔을까. 아마 조끼를 입은 채 사람이 많은 곳에서 터뜨려 자신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조촐하다.
보아하니 테러범이 스페인 내에 있었던 것 같다. 통신으로 추적이 아주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상에서도 테러범 대장과 통화를 했던 이들은 모두 잡혔다. 그러면 테러범 대장도 쉽게 잡힐 것이다. 그런데 스페인에서 텔레비전만 보면서 명령을 전달한다? 소극적이며 빌런에 대한 매력이 없다. 마지막 도망치는 장면도 흔히 아는 테러범처럼 보이지 않는다. 잠시 <호텔 뭄바이> 이야기를 해보자. 그 곳에서는 테러범 대장의 목소리만 나온다. 저 멀리서 통신을 통해 명령하면서 상황을 장악한다. 그리고 테러범이 죽던 말던, 그 곳에 있던 사람이 죽던 말던 상관을 쓰지 않는다. 자신은 살아남는다. 이 곳의 테러범 대장은 완전 반대다. 멀리서 통신으로 명령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보다 최첨단 장비로 테러를 하지만 (원격 기폭장치), 그 기폭장치 마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도망가는 장면까지도 묘사된다. 일반적인 IS테러류들과는 다르다. 너무 서사를 많이 보여줬지만, 빌런에 대한 캐릭터는 철저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이 원했던 것은 공항 폭발이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그러면 이탈한 테러범을 처단하는 것이 적절한 대처아닐까. 당연히 처단하고 남은 인질은 죽이면 될 것이다. 살릴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친절하게 살려서 친절하게 사람 많은 곳으로 데리고 갔다. 적어도 왜 그랬는지는 설명이 나와야할 것 같다. 다른 서사는 너무 많은데 테러범의 행위에 대해서 만큼은 서사와 설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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