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heat (1949) 후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필름 느와르의 걸작. 스포일러 있음.
잔인무도하고 카리스마가 강해서 밑의 부하들이 꼼짝 못하고 따르는 범죄두목이 있다.
그를 잡기 위해 경찰은 비밀경찰을 투입한다. 막 비밀임무가 끝난 주인공 경찰은 더 이상
이런 짓을 하기 싫다고 저항하지만, 경찰간부들은 그를 반강제로 설득한다.
주인공 경찰은 자연스럽게 같은 범죄자로 변장하여 범죄두목의 집단에 잠입한다.
카리스마적이고 외톨이인 범죄두목은 유독 이 비밀경찰에게 우정을 느끼고 자기 속을 털어놓으며 가까와진다.
비밀경찰은 이런 범죄두목의 태도에 미안함을 느끼면서 내면적인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마침내 대규모 범죄사건을 저지르려는 현장을 잡고 그들을 일망타진한다.
범죄두목은 그냥 순순히 잡히지 않고 석유저장고를 터뜨리고 그 속으로 뛰어들어 자살한다.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같은가? 수없이 많은 영화들에서 본 클리셰에 가까운 스토리다.
그런데, 이것이 이 영화 화이트 히트의 줄거리다. 수없이 많은 영화들이 이 영화를
그대로 따라하는 거다. 필름 느와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가 이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스토리뿐만이 아니다. 비밀경찰 행크 역을 맡은 에드먼드 어브라이언 그리고 사이코 범죄두목 코디역을 맡은
제임스 캐그니 모두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에드먼드 어브라이언은 성실하면서도 내면의 갈등을 겪는 캐릭터의 연기를 완벽하게 보였다고 생각한다.
신세계의 이정재 캐릭터는 에드먼드 어브라이언이 화이트 히트에서 이미 제시하였다. 성실하기 때문에
제임스 캐그니가 믿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이코 범죄두목이면서 카리스마로 모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지만
속으로는 외로운 사람 - 사람을 안 믿다가 유일하게 누군가를(비밀경찰을) 믿게 되면서
그것이 그의 파멸의 단초가 되는 캐릭터는
제임스 캐그니가 완성하였다.
폭풍 속으로, 무간도, 디파티드, 신세계 모두 이 영화의 그늘 아래 푹 잠겨 있다.
또한, 사이코 범죄두목 제임스 캐그니가 마마 콤플렉스라서, 그의 어머니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했는데,
그 어머니가 범죄행각 도중 죽으면서 제임스 캐그니가 심정적으로 불안정하게 되고 곧 몰락한다는
스토리도 여기 나온다.
너무나 영향을 많이 미친 나머지, 이 영화를 보다가 보면 수없이 많이 본 영화를 다시 한번 더 보는 기분이다.
조 페시의 업그레이드 버젼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캐그니는 코디역할은 굉장히 무섭다. 조 페시처럼 다혈질로, 언제 폭발해서 사람들을 마구 죽일 지 모르는 사이코다. 그런 사이코에게 접근해서 그의 범죄계획을 알아내야 하는 비밀경찰 행크는 언제 목이 따일 지 모르는 공포 속에 살아야 한다. 코디의 어머니는 코디더러 "내가 널 top of the world에 데려갈 거야"하고 늘 말한다. 코디는 어머니의 말을 가슴에 새긴다. 나중에 잡힐 처지에 몰리자, 코디는
정유공장의 석유탱크에 올라가 총을 마구 쏘아대면서 외친다. "Ma. I arrive there. Top of the world!"
그리고 석유탱크가 폭발하면서 끝난다. 안티 히어로의 영웅적인 죽음으로 끝나는 결말 - 그것도 이 영화가 보여주었다.
이후 나오는 영화들에 비하면 좀 심심해 보인다.
나중에 나오는 영화들이, 이 영화를 본받으면서 이것저것 디테일들을 넣어 치장하였기 때문이다.
추천인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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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만들어진 나머지 후대에 많이 재탕이 되어서 지금 보면 재미가 없습니다. 영화는 아주 잘 만들었습니다. 무려 감독은 라울 월시이니까요. 그런데, 이제 너무 친숙해서 재미가 없습니다.